정세현 “한미회담 결과,
한국 부담 더 많아진 듯“
현 상황, 볼턴 아니라 폼페이오 주도
    2018년 05월 23일 12:19 오후

Print Friendly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혹 떼러 갔다가 부담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2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우리한테 부담이 많이 넘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만난 이후에 북한 태도가 변했다’고 자꾸 (불만을) 말한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전에 ‘남북이 다시 만나서 남한이 북한 태도를 다시 변화시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라고 이같이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의 태도변화의) 원인을 제공해 놓고 그런 생각은 못하고 북한의 태도변화에만 불평을 하면서 결과를 가지고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한 발언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놀라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쫓아갔다”면서 “(중국이) 회담에는 못 들어오지만 밖에서 응원이라도 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건 미국”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트럼프식 구체적 내용 없이 북 설득하라고 요청했으면 한국 부담 커져”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네 번째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로 복잡해진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이 끝난 후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도 북미회담 성공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열리면 좋을 것이며 이번에 열리지 않으면 다음에 열릴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미회담 재고려’를 거론한 담화 등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말은 ‘북한을 다시 한 번 설득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하게 동의하도록 만들어 놔라’라는 얘기”라면서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을 할 수 있는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비아식이 아니고 트럼프식’이라면서 북한을 안심을 시켰지만, 트럼프식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이 분명히 들어 있는지, 경제적인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어떤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인지 (문 대통령에) 확실히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트럼프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내용 언급 없이 ‘당신이 만나서 김정은 좀 잘 조정해 놔라’ 그런 미션을 줬다면 앞으로 문 대통령이 고생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에 이어 북한의 ‘북미회담 재고려’까지 순항하던 한반도 정세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부정적인 신호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협상을 앞두고 북한에 대해 강한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수 있다’고도 했지만, ‘(비핵화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한 것은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다.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자가) CVID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트럼트 대통령은 CVID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컨디션’이라고만 이야기했다”며 “북한에 유화책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서 처음으로 북한의 체제보장에 대해서 말한 것은 북한으로서 의미 있게 받아들일 만한 일”이라며, 이로 인해 풍계리 현장 취재 등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8일 남측 취재진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에 배제했다가,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합류하도록 했다.

한편 국내외 언론은 “이번에 열리지 않으면 다음에 열릴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미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부각해 주요하게 보도했다. 국내 보수정치권 역시 북미정상회담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해서 북한의 입장을 많이 대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오히려 방점이 찍은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검증해나가야 한다”며 “비핵화 의지를 기정사실화해놓고 협상이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북미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상당히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주류 언론도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쪽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등이 처한 국내 정치상황을 감안해도 북미회담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보다 우세하다.

“현 상황 이끄는 건 볼턴 아니라 폼페이오”

김지윤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배를 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대선을 노리는 사람이다. 다음에 대선에 나오면 역사적인 협정을 이끌어낸 국무장관으로서 레이블을 따려고 할 거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회담을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이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에 대해선 “김계관 담화문이 나온 후 FOX뉴스 인터뷰가 있었지만 예전같이 센 발언은 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자기 주장이 센 사람이라 (대북강경 발언을 한 번 했다가) 크게 혼나고 조용한 상황”이라며 “볼턴 보좌관이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CNN이라든지 뉴욕 타임즈 등 주류 진보 언론 측에서는 상당히 안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이끄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