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개혁,
에너지전환과 공공성으로 바라보자
[에정칼럼] 전력산업 독점 공기업의 변화 방향
    2018년 05월 18일 01:19 오후

Print Friendly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 이분기 연속으로 1,200억원 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한 보수일간지는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1년간 값싼 원자력를 가동시키지 않고 비싼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시키도록 하여 전력 구입 비용이 2조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전이라는 기업에 적자가 나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그 원인이 부적절한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이 적절한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 조건에서는 한전이 적자를 보는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하다. 핵위험과 미세먼지에서 벗어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금껏 사용해왔던 발전원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LNG와 재생에너지 발전원 사용을 확대하자는 에너지전환 주장은 폭넓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시장과 제도는 기존 발전원은 값싸게 그리고 친환경 발전원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현 조건을 그대로 둔 채로 친환경 전력의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한전이 지출해야 할 전력구매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전에 적자가 쌓이는 구조적인 이유다.

오히려 한전이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간다. 기본적으로 한전이 공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전이 민간기업이었다면 이런 적자를 떠안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의 가동율을 줄이고 LNG발전소를 더 돌려 전기를 생산하여 이를 구매하는 일을 거부하거나,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을 것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은 당장 거센 항의를 받았을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것을 두고 왜 ‘에너지 공공성’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를 늘리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관치’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할 것이다. 애시당초 값싼 발전원을 비싼 발전원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부터 문제를 삼을 수도 있다. 또는 그것은 수긍하지만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화할 수도 있다. 특히 후자는 나중에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한전의 적자를 메워져야 할 것이라는 계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공공성’이 비효율성과 관료의 부패와 무능을 덮는 용어로 여겨지고, 이를 시장에 의한 효율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쉽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국가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 혹은 지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공기업을 설립․운영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법이 정한 방식을 통해서 공기업의 운영에 개입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필요하면 적자를 감내하고 이후 국민의 세금을 통해서 메울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어떤 ‘관치’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고착화된 에너지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정부의 개입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또한 그런 과정에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게 된다거나 전기요금이 폭등한다든지 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노력도 정당하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에서 에너지 비용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피하려는 노력은 잘못된 ‘관치’인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전의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며 보다 친환경적인 발전원 이용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더 이상 ‘관치’라는 용어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기요금만을 정상화시켜서 구조적인 적자 문제를 해결만 하면, 한전은 괜찮은 것일까? 한전은 ‘개발시대의 공공성’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한전은 경제개발과 국민들의 삶 향상을 위해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는 것을 핵심적인 사명으로 하고 있다.

최근 임명된 김종갑 사장은 ‘주주이익’과‘국가이익’을 조화시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있는‘시장용’ 공기업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전이 개발주의 시대를 넘고 신지유주의 시장화 시대를 건너, 생태, 참여와 분권의 시대에 부합하는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자신할 수 없다. “에너지전환 시대의 공공성”을 한전이 실현할 수 있을지 솔직히 부정적이다.

한전이 보여준 ‘개발시대의 공공성’의 민낯은 밀양 송전탑 갈등 속에서 드러났다. 공익의 이름으로 밀어붙인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을 목격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서도 정부와 한전은 그에 대해서 사과하고 있지 않다.

한편에서 수익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경영평가 속에서 녹아든 신자유주의 정책은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값싸다는 이유로 위험하고 더러운 발전원을 고집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구적 기후레짐과 재생에너지와 ICT기술의 발전으로 형성되고 있는 ‘에너지신사업’시장에서 보여주는 한전의 행보는 에너지전환의 미래가 거대기업에 좌지우지되는 시장의 논리로 주조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한전은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공기업’이라기보다는 점점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민간기업에 점점 가깝게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에너지전환의 경로는 전력산업의 자유화 및 민영화가 이미 추진되었던 독일과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경로 설정의 핵심적인 쟁점 중에 하나는 전력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 공기업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지와 관련된 것이다. 에너지전환과 에너지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향에서 한전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