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노조,
    박창진 제명, 조합원 반발
    민주노총 행사 발언이 ‘이적행위’?
        2018년 05월 17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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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노동조합이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을 제명했다.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대한항공노조가 회사를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그 이유다.

    대한항공노조는 지난 15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노조 규약 위반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박창진 전 사무장의 노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사무장의 언론 인터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행사에 참여해 발언한 것 등이 그 이유다. 특히 대한항공노조는 박 전 사무장이 공공운수노조의 행사에 가서 발언한 것에 대해선 ‘이적행위’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사무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에는 월등한 권력을 가진 총수 일가가 있다. 그런데 그들을 견제할 이사회, 노조 등이 형식상으로만 존재한다. 그들이 제대로 발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총수 일가의 편에 서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박 전 사무장은 그간 기존 노조인 대한항공노조와 거리를 두고 ‘대한항공직원연대’에서 활동해왔다.

    제명 사유의 하나로 거론된 정의당,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있는 박창진 사무장(사진=곽노충)

    대한항공엔 현재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노동조합’, 민주노총 산하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독립노조인 ‘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 등 3개의 노조가 있다. 박 전 사무장은 객실 승무원과 일반직 직원 등이 가입해 있는 대한항공노조 소속이었다. 대한항공 직원 2만여 명 중 1만 800여명이 가입해있다.

    그러나 대한항공노조는 회사 내 부조리에 대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고, ‘어용’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한항공직원연대가 기존 노조의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로 광화문 촛불집회를 연 것은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얼마나 팽배한지 보여준다. 이번 박 전 사무장에 대한 제명 조치가 알려지자, 익명 채팅방 등에서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노조 탈퇴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권수정 전 아시아나노조 위원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 노조가 결정할 것이 박창진 전 사무장에 대한 제명인지 묻고 싶다. 노조가 지금 당장 할 일은 철저한 반성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전 위원장은 “대한항공노조는 2014년 ‘땅콩회항’으로 박창진 전 사무장이 경영진으로부터 탄압 받았을 때 곁에 있어주지 않았고, 바꿔 나가려는 노력도 없었다. 최근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엔 (이제 와선 조합원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라며) 제명 처리했다”면서 “노동조합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대한항공을 망가뜨리고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한 조양호 총수일가를 응징하고, 박창진 전 사무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새로 서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는 성명이 나와야 할 시점에 노조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노조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라며 “(민의에 역행하는) 현 대한항공노조는 없어져야 하고 새로운 민주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또한 대한항공노조의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박 전 사무장과 함께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 등을 함께 진행한 바도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제명조치는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라며 “4년 전 조현아의 땅콩갑질에서 그를 지켜주지 않았던 대한항공노조는 조씨일가의 불법갑질에 대한 공분이 한창인 지금, 박창진을 아예 사선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노조가 박창진을 제명한 것은 대한항공직원연대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에 대한 시기이자,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가장 앞장서 나서고 있는 박창진에 대한 보복”이라고 질타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제명 결정 절차에 대해서도 “과연 자주적인 결정인지 또다시 종속과 굴종의 반복인지 우려스럽다. 이 제명조치로 가장 웃게 될 사람은 결국 조씨 일가일 것이기 때문”이라며, 제명 절차 과정에서의 회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항공노조가) 자정능력을 완전하게 상실한 결과가 오늘의 조씨일가를 만들어 내었다는 현실을 인지하기 바란다”며 “대한항공노동조합과 한국노총 연합노련은 박창진의 제명이 아니라 자기성찰과 반성부터 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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