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이익, 확실한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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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20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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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게 될까?

정부에서는 한미FTA가 궁극적으로 앞으로 엄청나게 중요해질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시켜 우리가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엄청난 흐름에 던져볼 수 있는 첫 번째 질문은 “이게 될까?”다.

좀 따져볼 문제가 있기는 한데, 하여간 노무현 대통령은 될 것 같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모델링 결과만으로 보자면-억지로 맞추어놓은 느낌이다- 무역은 당연히 적자를 보지만 우리나라 경쟁력이 높아져서 이익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 그나마도 그다지 신통해보이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별 볼일 없다”는 것이 솔직한 내 소감이다. (http://blog.naver.com/wasang2/20023201783)

자동차,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이 더 이익 봐

반면에 농업과 영화를 시작으로 공공서비스와 기계류를 포함한 제조업이 “박살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관세율과 미국 관세율의 차이 때문에 기계류 등 개방화된 중소업종은 그 자체로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연장선의 차이에서 자동차도 우리나라에서 나갈 것보다는 들어올 것이 더 이익을 보게 된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정도 문제를 노무현 대통령이나 재경부 관료들이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재경부 관료들이, 마치 외환은행 매각 때 그랬던 것처럼 뭔가 부정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의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런 일은 없고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는 애국자이고, 또 내가 아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전제하자.

전체적으로 보자면 서비스업종의 고급화전략은 국제컨설팅, 변호사업무, 난치병 병원 혹은 최고수준의 교육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고, 본질을 보자면 우리나라의 금융, 컨설팅, 엔지니어링 회사 같은 것들이 본사를 한국에 두고 외국에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문 닫는 경우 많아진다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을 터인데, 전면적으로 개방할 때 생기는 개혁의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산업이 도대체 어떤 산업 혹은 어떤 경제활동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과, 이러한 변화의 충격이 한국 경제의 각 부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답하기가 훨씬 쉽다. 농업, 서비스업 그리고 일부 제조업이 어려워지는데, 정말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망하게 되는 경우다. 농업이야 이미 죽는다고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이고, 의료와 교육도 개방되면 장기적으로 공공체계가 무너진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효과라고 할 때 수출효과를 생각할 터인데, 반대로 중소기업의 일부가 도산하게 되면 좀 충격을 받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중소기업에 대해서 별 유효한 프로그램을 제시한 적이 없어서 현재 상황에서는 개방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한미FTA의 장기적 효과

문제는 이게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적응하게 될 수준인가에 대한 판단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이 정도의 충격은 감수할 문제라고 판단한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더 얘기해봐야 별로 설득이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에 약간의 보조금 정도를 줘서 충격을 완화하는 정도일 텐데, 이게 딱한 노릇이다. 워낙에는 정상적 기업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간접 지원 같은 게 필요한데, 망한 기업에 생계비 혹은 보상비를 주겠다는 방식을 생산 부문에 적용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굳이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영국 대처수상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전면화할 때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현상을 보이면서 붕괴된 탄광들에 대해서 보상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논의를 들 수 있다. 영국은 탄광에 대해서 별로 유의미한 경제적 보상을 취하지는 않았다. 도대체 이런 황당한 것까지 동원하면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한미FTA의 장기적 효과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이 되어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 같다.

한미FTA 개방 효과는 진짜로 무엇일까

첫 번째 한미FTA를 통해서 발생하게 되는 개혁의 효과는 진짜로 무엇일까? 돈으로 평가되는 숫자라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 산업이 그만큼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떤 서비스를 얘기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한·칠레 FTA와 같이 “핸드폰 팔 거다” 혹은 “자동차 팔 거다”라고 얘기하면 계산이 쉬운데, 이 경우는 그것도 아니고 거의 무조건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가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다”라는 두 가지 얘기 밖에는 없다. 이건 반대자들을 순환논리에 빠뜨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게 될까”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믿지 않아서 그래” 혹은 “그렇게 자신이 없냐”는 반박과 혹은 “현대 경제를 잘 모른다”는 타박을 받게 되어있는 구도이다. 부문별로 문제를 제기하면 이렇게 각개격파 되도록 논리가 형성되는 구도이다.

참 더러운 구도이기는 한데, ‘국민경제’ 혹은 ‘국익’이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목적’을 앞에 놓고 대통령이 서 있는 셈이고, 여기에 어떤 부문이든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부문 이기주의’로 몰리게 된다.

농민이 그랬고, 영화인이 그랬지만, 앞으로도 한미FTA에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은 전부 이기주의로 몰리게 되어있다. 국내 의약산업이 그럴 것이고 교육이 그럴 것이고, 심지어는 그야말로 서비스업 중의 서비스업인 동네의 미장원들까지 집단 이기주의로 몰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줄기세포 국익론과 한미FTA 국익론의 논리적 유사성

뭔가 좀 ‘쎄게’ 떠들면 약간의 양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논리 형태만 따지면 줄기세포 국익론과 한미FTA 국익론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어차피 이게 시대의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보통의 FTA를 포함한 경제조약의 경우에 이 조약을 통해서 수혜를 받게 될 집단에게 일종의 부과금을 매겨서, 손해 볼 집단에게 보조해주는 충격 완화 장치를 달게 되는데, 한미FTA에는 손해 볼 집단만 있지 수혜를 보게 될 집단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정말 이게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농민들은 정부나 대통령을 찾아갈 일이 아니라 상공회의소의 의사결정자를 만나는 게 맞고, 영화인들은 전경련의 회장들과 영화산업에 대한 보조금 장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맞기는 하다.

이익 보는 쪽은 불명확한데 손해 보는 쪽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미FTA에는 딱히 수혜를 볼 집단이 명확하지 않고 자동차나 기계류 그리고 화학 산업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급 서비스라고 하지만 의료도 심하게 문제를 겪을 것이고, 하다못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대학도 미국 대학이 진출하면 어려워질 것이다.

재경부가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서 3년 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하버드 분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남아날 대학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고급 서비스 업종 중의 하나인 법무법인을 비롯해 소위 컨설팅 회사들도 기본적으로는 대자본과 국제적 네트워킹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법인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것 같지가 않고, 대체적으로 한국 지부 정도로 흡수될 것 같아 보인다.

도대체 한미FTA로 누가 이득을 보는 거야? 손해 볼 것이 당연한 집단인 농민들이, 어차피 우리나라는 수출국이므로 미국에 대한 추가수출로 인해서 발생한 일정 부분을 생활안정기금 같은 것으로 내놓으라고 하려 해도 한미FTA로 무역에서는 오히려 적자가 생긴다고 하니 요구할 데가 없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종협회’ 같은 것이 있어서 거기 가서 얘기하면 될까? 그런 게 있지도 않거니와 부문별로 보더라도 수혜를 받을 집단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한미FTA로 생기는 이득에 대해서 부과금을 매기는 일종의 ‘tax-recycling’이 한미FTA에서는 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한칠레FTA와도 성격이 다르고, 한일FTA와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4. 한미FTA는 더 이상 경제조약이 아니다

한미FTA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서는 이게 경제 조약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본질적으로는 경제조약이 아니라는 가설을 추가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특정산업이 정부에 요구해서 이 조약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는 것이 상황을 이해하기 훨씬 편할 것 같다.

경제적 낙관론 근거 없다

구도만으로 보자면 재경부에서 건의하고 노 대통령이 ‘감동’해서 추진되는 셈인데, 실제로 재경부와 협상을 맡고 있는 외교부를 제외한다면 공식적으로 한미FTA를 건의한 부문은 없다. 정부의 일각에서 알아서 하는 셈이다.

경제적으로만 보자면 한미FTA는 수혜자가 불투명함은 물론 효과를 발생시키는 메카니즘도 매우 불투명한 조약이다. 도대체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일까? ‘경쟁력 향상’이라는 전가의 보도 같은 개념이 사용될 수 있기는 한데, 이 경우에는 그 경쟁력의 수혜를 받을 집단과 부문이 너무나 불투명해서 ‘경제 전체’라고 애매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FTA는 무역을 포함한 직접적인 경제효과 보다는 ‘미국과 친해지는 것’에서 생기는 경제적 편익 혹은 사회적 편익에 해당하는 일종의 외교 조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안보효과, 한국 사회의 미국화 효과, 전 국민의 영어교육효과 등 비경제적 효과라면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단순하게 경제 효과만으로 한미FTA를 추진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동북아 탈출, 미국을 향해서

이런 면에서 일본이 오랫동안 ‘탈아입구’를 사회는 물론 경제의 기본 기조로 사용한 것처럼 한미FTA의 경우도 ‘동북아 중심국가’라는 노무현 정부의 기본 기조를 ‘탈동입미’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근본적으로 한미 사이의 경제적 특수 관계를 사회적 특수 관계로 바꾸는 것이 이 조약의 효과라고 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무역관계에서는 이미 중국이 더 중요한 상대다. 앞으로 한중일 사이의 역내 관계가 점차 더 중요해질 것이다.

무역이나 서비스업종 혹은 ‘경쟁력’ 효과는 사실상 경제조약에 붙는 ‘레토릭’이고, 실체는 일종의 미국과의 외교조약에 더 가깝다. 그래서 경제적 측면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한 사회의 외교 방향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5. “저급 서비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정책의 눈높이를 국민의 수준으로

한미FTA에 대한 정부의 논거는 기본적으로 조작이나 과도한 해석의 유혹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실 경제는 국민소득이나 이윤처럼 딱 숫자로 표현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실체들에 관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특히 특정 정책이 미치는 효과를 계산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경제지표에 잡히지 않지만 국민 일상 삶에 끼치는 영향 심각하다

일단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적 이익’의 근거가 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CGE 모델을 포함한 우리나라에서 운용되는 CGE들은 서비스 부문을 담고는 있지만 고급 서비스와 ‘저급서비스’를 분류하지 않는다. 조금 더 나누면 유통, 건설, 교육 같은 10가지 내외의 부문이 구분되어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면 매우 정밀한 CGE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비스업’이라고 한 번에 얘기해버리면 논의를 진전시키기가 어렵다. ‘문화산업’이라는 표현을 정치인들은 아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가 제조업으로 분류될 수는 없다. 전형적인 서비스업의 한 축을 희생시키면서 서비스업이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하는 정부의 주장이 더 공허해 보이는 이유는 좋아질 것 같은 서비스업에 대한 정의가 없이 전체적으로 ‘서비스’라고만 말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한미FTA에 의해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도시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소상인들에게 미칠 영향이다. 동네 미장원 정도는 없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면 그만이지만 동네 빵집 몇 개 남기기 위해서 거대 통신자본과 싸워야 했던 지난 6개월 동안의 경과를 생각해보면 미장원을 비롯한 동네의 잡다한 작은 가게들과 대형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각종 생활 서비스 사이의 관계가 가장 우려된다.

역설적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정부가 한미FTA에 대해서 가장 자신감을 가지게 된 사건이 까르푸의 철수와 월마트가 3위 그룹 내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사건이다. 개방해도 기초적인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충분히 당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까르푸 철수와 월마트 헤매는 건 특수한 사례일 뿐

국민 눈높이에서 본다면 대형유통망의 진출에 의해서 지역경제가 붕괴되고 있는데, 여기에 훨씬 경쟁 조건이 좋아진 유통자본 그리고 자본화된 미용실처럼 특화된 지역 서비스업종들의 진출이 늘어나면 국민의 일상적 삶에 주는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그것이 거시경제 지표의 수치는 크게 나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만약 정부 관료들이 머리에 그리고 있는 화려한 서비스 업종이 있다고 치고 그걸 ‘고급서비스’라고 부른다면 실제로 국민의 50% 정도가 먹고 사는 대부분의 ‘저급서비스’ 부문에 대한 충격과 완화방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연구된 것도 없고 고려되는 것도 없다.

그야말로 노동자나 농민은 나름대로 말이라도 해보지만 이 단결되어 있지 않고 흩어져 있는 소상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도 소위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정부 관료와 국민의 눈높이가 심하게 다른 셈이다.

그야말로 정부를 믿고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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