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회담 가는 길,
    정동영 “4개 지뢰밭 있어”
    한미회담 전 남북 핫라인 가동해야
        2018년 05월 17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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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전날인 16일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그 의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핵포기 모델을 언급하는 것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볼턴 보좌관의 이런 언행이 계속될 경우, 현재까진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북미관계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한이 우리 정부와 미국에 연달아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여러 개의 지뢰밭 중 ‘볼턴 사태’라는 하나의 지뢰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동영 “북미 회담 가는 길 4개의 지뢰 존재,
    볼턴 등 미국 강경파 네오콘, 반 트럼프 진보세력, 아베 총리, 국내 보수 여론“

    정동영 의원은 17일 오전 YTN 라디오 ‘정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10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 갔다 온 뒤에 북쪽의 반응은 ‘새로운 제안’에 만족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13일 볼턴 보좌관이 방송에 나가서 ‘보상은 없다, 선 핵포기 후 보상,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생화학무기’ 등 또 다시 문턱을 높이는 이야기를 했다”며 “(볼턴 보좌관이)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를 계속한 것에 북한이 대응을 한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북미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북미정상회담 앞에 놓인 4개의 지뢰밭으로 ▲볼턴 보좌관을 비롯한 미국의 강경파 네오콘 ▲민주당과 진보언론 등 반(反) 트럼프 대통령파 ▲아베 일본 총리 ▲국내 보수 여론과 보수 야당 등을 꼽았다.

    정 의원은 북한 붕괴론자이자 대북 협상 무용론자인 볼턴 보좌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참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 입단속을 시켜야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볼턴이 북핵 회담을 날려버리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문제”이라며 “그래서 백악관 대변인도 서둘러서 ‘미국은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식으로 하겠다’고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 또한 북한이 이미 거부한 리비아 방식을 볼턴 보좌관이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리비아가 미국의 경제지원, 수교 약속과 함께 핵(개발계획)을 먼저 포기한 후인 2011년 봄에 미군이 리비아에 들어가서 반카다피 군대를 지원했다. 바로 그때 북한은 ‘우리는 절대로 리비아 방식 안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당시는 볼턴 보좌관이 현직에 없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리비아 방식을 반대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면 직무유기”라며 “국무부에서 일했던 사람이 7년 만에 돌아와서 (이미 북한이 반대한 리비아 방식을 또 다시) 얘기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회담 안 한다고 한) 김계관 부상의 담화를 듣고 미국이 바로 회의를 했을 거다. (미국도 북한이 리비아 방식을 거부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리비아식 안 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북한으로서 좀 격앙될 지점들 있어”

    특히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상당히 북한으로서 좀 격앙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전에 (북한이 미국에) 자꾸 밀리는 양상으로. 또 북한의 양보가 먼저 선행하는 것으로만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면 북미 회담에 있어서 그 결과가 재앙적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북한은 김계관 부상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 볼턴 보좌관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면서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볼턴 보좌관 주장의 핵심인 리비아식 핵폐기 방안에 대해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김 부상이 이 담화를 통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북미정상회담의 재고려까지 언급하자, 백악관 대변인은 “리비아식은 미국이 활용 중인 모델이 아니다”라며 트럼프식의 새로운 비핵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볼턴 보좌관 등 미국 강경파가 주장하는 리비아 방식 등의 핵폐기 방안으론 비핵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김종대 의원은 “볼턴 보좌관은 심지어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까지 했다. (북한 입장에선) 참 모욕적인 얘기”라며 “폐기를 하더라도 양쪽이 합의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들은) 자꾸만 검증 원리주의적 관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의원은 “비핵화 과정은 상당히 오랜 과정에 걸쳐서 투명성과 검증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비핵화 과정을 완벽하게 검증을 한다는 목적이 절대시해선 안 된다”면서 “유연성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김 의원은 “북한의 (핵)시설이 1만 개가 넘는다. 검증을 절대시하게 되면 의심되는 시설은 불시에 모든 걸 다 보겠다는 뜻이 되는데 우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볼턴 보좌관과 같이 핵폐기 검증을) 절대적인 목적으로 하면 비핵화의 성공 여부는 무한정 연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핵심 시설을 해체하고 확인하는 것은 양국 간의 상호신뢰와 긍정적 관계 속에서 해결되는 것도 있다”면서 “검증 자체를 절대시 해버린다면 결국은 비핵화 과정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모든 걸 벗고 드러내야 하는 양상으로만 이해되니까 다소 좀 무리한 점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북미정상회담을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다만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는,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리비아 방식이나 남아공 방식과 같은 기존의 모델들보다는 북한에 맞는, 맞춤형 해법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에 승부를 거는 가혹한 방식보다는 북한의 현실에 맞고 단계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행동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관계 증진에 따라 양국 간의 행동 대 행동, 말과 말이 서로 일치되는 수준의 정교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협상과 비핵화는 계속 병행하는 유연성을 가지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 핫라인 가동해야

    한편 북미관계가 적신호가 켜지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론도 더 부각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야기만 들어선 안 된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확실하게 줄 건 주고 (받아낼 건) 받아내야 한다”며 “간접적인 언급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북이 요구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미정상회담 전에 두 정상의 핫라인을 가동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세현 전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이 4일밖에 안 남았는데 그 전에 핫라인 한번 써야 될 거다. 책상 위에 있다고 선전만 하고 이럴 때 안 쓰면 언제 쓰나”라고 반문했다.

    김종대 의원은 청와대가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판문점 회담 끝나자마자 핫라인이 개설됐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문제만 생기면 주로 중국에 급히 가서 시진핑 주석이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고 우리 정부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핫라인은 그럴 때 전화통화 하자고 만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 소통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엔 “그건 참 개탄스러운 사고방식”이라며 “북미 간에 안 풀리는 문제가 많을 때 우리 정부는 북한, 미국을 아우를 수 있는 중재 외교, 당사자 외교를 전개해야지, 북미회담의 상황 여부나 추이를 지켜보면서 방관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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