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핵포기 일방적 강요면 회담 재고려”
        2018년 05월 16일 05: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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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포기를 요구한다면 내달 12일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뜻을 16일 밝혔다.

    북한은 이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를 통보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이처럼 개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담화를 발표한 김계관 제1부상은 북핵 협상의 산증인으로도 불린다.

    담화 내용을 살펴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재차 강조하고 있는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에 대한 강한 반발을 담고 있다.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한 목소리에 맞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상은 담화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한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협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북핵 폐기를 얘기하면서도 북한이 요구조건으로 내건 체제안전보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북미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핵 포기와 함께 제공되는 체제안전보장과 보상 방안을 미국이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협상은 Give and Take,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북한과 미국은 자존심 대결을 자제하고, 서로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며 “실패는 파국”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북미간 갈등이 드러난 만큼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짜 운전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운전자, 중재자로서 북미간 이견과 갈등을 조율하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북한의 입장은 일면 이해가는 부분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며 “북미정상회담이 4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뢰를 흔드는 행보는 자중해야 할 것”이라고 북한의 행보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추 대변인은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사를 뒤바꿀 중대한 무대를 앞둔 상황이다. 북한과 미국 모두 대승적인 입장을 염두에 두고, 서로 한 발씩 물러나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바란다”며 “특히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해 평화로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래는 김계관 부상의 담화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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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동지의 담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미관계의 불미스러운 력사를 끝장내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시고 우리 나라를 방문한 폼페오 미 국무장관을 두 차례나 접견해주시였으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참으로 중대하고 대범한 조치들을 취해주시였다.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의 숭고한 뜻에 화답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력사적 뿌리가 깊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립장을 표명한데 대하여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이 조선반도의 정세완화를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 걸음으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런데 조미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여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싸일,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있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

    나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

    세계는 우리 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였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압박 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있다.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 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 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 수 없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력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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