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지평', 대체에너지 연구, 보급 주력
        2006년 04월 19일 08: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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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을 한지 10년이 되면서 다양한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을 잠시도 떠날 수 없는 풀뿌리 지방 환경단체와 이론에만 치중하고 있는 주요 환경단체, 양쪽을 모두 바라보면서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이곳에서 할 일은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입니다.”

       
     
    ▲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이 오는 26일 창립기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생태지평)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던 환경운동가들이 지난 2월부터 준비한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이 26일 안국동 조계사 교육관에서 창립기념식을 갖고 공식출범할 예정이다.

    환경운동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뭉친 이들은 현재 마포구 합정동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큰 걸음을 걷기 위한 첫발 떼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경력, 새 운동 시작하는데 부담이다”

    지난 97년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 정책을 담당했던 명호 연구원(38세)은 올해로 환경운동 10년째다. 명 연구원 외에도 환경운동연합에서 함께 활동을 하다가 생태지평으로 둥지를 옮긴 6명의 연구원들의 경력은 평균 8~9년으로, 환경운동 베테랑급들이다.

    환경운동에 있어 주목할만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뭉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생태지평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견활동가라는 말 좀 안해줬으면 좋겠는데…10년간 환경운동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경력 때문에 오는 부담감이 더 크거든요. 우리가 여기서 벌일 활동들은 그간 환경단체들이 보여줬던 운동과는 좀 다른 것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력이 아니라 경력을 바탕으로 고민을 해왔던 우리의 문제의식을 얼마나 발현할 건가로 봐야죠.” 

    환경운동연합 출신의 활동가들이 7명이나 따로 나온 것과 관련돼 내부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환경운동연합 내부 갈등 때문에 따로 나온 것 아니다

    실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말 사무총장 선출과 관련돼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환경운동연합을 그만둔 활동가들이 뭉쳤으니 뒷배경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했다.

    “물론 우리가 당시 내홍의 당사자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내의 문제 때문에 우리가 다른 살림을 차렸다고 바라보는 데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접근하게 된다면 생태지평이 내걸고 있는 목적이 다소 불순하게 비쳐지게 되죠. 또한 그런 문제제기는 우리뿐 아니고 환경운동연합에게도 큰 상처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중반부터 환경운동의 방식을 좀 새롭게 해야되겠다는 고민을 시작했던 명호 연구원은 언론에 보도됐던 ‘환경운동연합의 내부갈등’과 생태지평의 출범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생태지평에 함께하고 있는 모든 활동가들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시작했던 시기는 모두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멀게는 3~4년전부터, 가깝게는 1년여동안 새로운 환경운동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모여 뜻을 모았고 지난 2월부터 구체화됐다. 그게 생태지평이다.

    “현장의 생기발랄함과 현장을 지원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4~5년간 현장과 이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전략과 전망을 찾는데 실패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당연히 어렵죠. 한 1~2년은 헤매지 않을까 하는게 우리 생각입니다.”

    기존 환경단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생태지평은 환경단체들이 꾸준히 벌이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정리해 이를 총괄하는 ‘환경활동 매뉴얼’을 만들어 이에 대한 이론적 입장을 제시할 계획이다.

    명 연구원은 꾸준한 현장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정책대안이 부족한 지역 환경단체에는 정책을, 이론은 풍부하지만 현장의 생기발랄함이 부족한 주요 환경단체에는 현장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생태지평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돌면서 지역에 맞는 대체 에너지 제시하겠다”

    생태지평은 환경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이다. 명 연구원은 그 다양한 시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찾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생태지평은 출범과 동시에 벌일 첫 사업으로 단기적으로는 1~2년, 장기적으로는 4~5년에 걸리는 환경운동들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는 대체에너지 분야다.

    “9~10년동안 환경운동을 해왔던 과정에서 많은 한계와 고민에 부딪혀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난해 경주 핵폐기장이 유치되는 과정에서 왜 우리가 이를 막아내지 못했나라는 고민이 들었죠. 문제는 대안이었습니다. 정부는 주민들에게 개발과 투자를 약속하는데 우리는 주민에게 과연 무엇을 제시했나라는 것이었죠. 주민들이 직접 대체 에너지원을 고를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 연구원은 부안과 양구를 시범 활동 지역으로 선정하고 그 지역의 특색에 맞는 자연에너지를 제시한 후 이를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정 자연에너지를 지역에 일률적으로 보급하기 보다는 지역 환경의 특색을 고려해 주민의 호응이 높은 에너지를 제시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생태지평은 이에 따라 오는 5월 중순경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을 방문해 현장 견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비무장지대(DMZ) 개발사업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파괴적 개발사업에 대한 대응활동과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는 데 따른 강하구 습지 복원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처음은 다 고생이다”

    26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현재 120명의 후원회원을 받은 생태지평은 올해 안까지 500~60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 연구원은 현재 가입된 후원회원 중에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기타 다른 환경단체의 활동가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귀뜸했다.

    “그만큼 환경운동의 새로운 방향에 목말라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거죠. 한편으로는 든든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돈을 싸들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서 현재는 재정형편이 그닥 좋지 않은 상태”라며 웃음 짓는 명 연구원은 “그래도 환경운동이 발전하는데 일조하기 위해서는 몇년 고생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후원회원이 2,000~3,000명정도 되면 연구소 인원을 대거 충원할 계획이라는 생태지평. 하루라도 빨리 안정된 규모를 잡고 환경운동에 쾌재를 날릴 여러 활동들을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명 연구원의 소망은 언제쯤 이뤄질까. (생태지평 02-338-9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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