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고위급회담 중지 통보
    전략무기 포함 훈련 이유
    정세현 "F-22 등 뜨면 북 격한 반응, 연례적·방어적 성격 맞게 했어야"
        2018년 05월 16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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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16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중지한다고 일방 통보해왔다.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새벽 0시 30분경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와 “‘맥스썬더’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통일부가 오전 3시경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전 3시경 송고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회담 중지를 공식화했다.

    북한은 전날인 15일 오전 9시경에 남한의 ‘14일 개최’ 제안을 ‘16일 개최’로 수정해 받아들였으나, 15시간여 만에 ‘회담 중지’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북한이 돌연 회담 중지를 통보한 데에는 다각도의 분석이 나오지만, 한미가 지난 1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맥스선더 훈련이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맥스선더 훈련은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으로 25일까지 진행 예정이다. 이 훈련엔 F-22 스텔스 전투기 8대와 B-52 장거리 폭격기를 포함한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할 계획이었다. F-22 8대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장거리 폭격기는 북쪽이 극도로 경계하는 미국의 핵심 핵전략무기로 북쪽이 극도로 경계하며 문제 삼아 왔다.

    <조선중앙통신>도 회담 연기 이유로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며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주동적이며 아량 있는 노력과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과 조미 대화 국면이 이번 전쟁연습과 같은 불장난 소동을 때도 시도 없이 벌려놓아도 된다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역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벌려 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 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 나섰으며 선언 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며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아울러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책임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 모습

    통일부 “고위급 회담 중지…유감”
    미 정부 “북미정상회담 예정대로 준비할 것”

    통일부는 1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고위급회담을 중지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남북고위급회담 일자를 우리 측에 알려온 직후,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북측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면서 “북측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남북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미동맹 차원의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내달 12일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미정상) 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정부 또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 훈련을 계속 수행하지 말라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계획을 계속하지 말라는 의사를 내비치는 어떤 것도 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정세현, 국방부 책임론 제기 …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따로 노나”

    북한의 보도가 우리 정부를 주표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읽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연례 훈련이고 방어훈련이라고 하지만 방어에서 공격으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라며 “F-22 전폭기가 8대나 뜨고 B-52 장거리 폭격기가 뜨면 북한은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위원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서 요구했던 게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이다.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은 군사위협 해소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 부분들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고위급 회담중지라고 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우리 국방부가 F-22기 스텔스 전폭기 8대가 들어간다, B-52가 뜬다는 것을 미국에 (사전) 통보 받았을 것”이라며 “그러면 국방부가 ‘F-22, 스탤스 전폭기 뜨면 북쪽은 당연히 격한 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 ‘연례적·방어적이라는 말에 맞게 지난번 훈련처럼 규모를 축소하자’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뭐 하는 사람들인가. 대통령 지휘 받는 국방부 장관 아닌가. (아니면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이) 따로 노는 건가”라고 국방부를 비판했다.

    “이번 고위급회담 중지 통보가 ‘남한당국에서 북한만큼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고 보면 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과정을 시작하는 등 상당히 성실하게 하는데 우리 국방부가 게을렀다”며 “이렇게 대대적으로 위협적인 무기가 동원되는 경우에 국방부가 미 국방부와 얘기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걸 안했고, 청와대도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거듭 지적했다.

    다만 이번 고위급회담 중단이 북미정상회담엔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전 장관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는 영향을 안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위원 역시 “미국은 (남북고위급회담 중지와) 전혀 관계없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을 봐도 북미 정상회담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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