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도 색깔논란
    2006년 04월 19일 07: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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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클럽의 노래 ‘카마 카멜레온’(Karma Chameleon)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탄 파란색의 카멜레온이 등장한다. 가는 곳마다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이 캐릭터의 이름은 카멜레온 데이브(Dave the Chameleon).

“데이브는 파란색 당의 지지자들 앞에서는 자기가 ‘정통보수’라며 짙은 청색으로 색깔을 바꿉니다. 붉은색 당의 지지자들 앞에서는 자신이 ‘블레어의 후계자’라며 빨간색으로 색깔을 바꿉니다. 또 노란색 당 지지자들 앞에서는 자기가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라며 환한 노란색으로 색깔을 바꿉니다.”

   
 
 

영국 노동당이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작한 TV광고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카멜레온 데이브’는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를 의미한다.

18일 저녁(현지시간)부터  BBC를 비롯한 영국의 방송 전파를 타고 있는 이 광고는 환경이슈를 당 정책으로 반영하거나 ‘온정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보수당의 색깔을 바꾸고 있는 카메론 당수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담았다. 노동당은 이 광고를 5월4일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에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의 광고에 대해 카메론 보수당 당수는 “우리 당의 방송광고는 포지티브한 내용을 담을 것”이라며 넘겼지만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1997년 총선 당시 블레어 총리가 “네거티브한 선거운동이 아니라 포지티브한 정책이 선거에서 이긴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노동당이 기운도 달리고, 아이디어도 떨어지고, 포지티브한 뭔가가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고효과 있을까

이 광고의 효과에 대해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존 바틀 에섹스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당의 광고가 “보수당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카메론이 당선을 위해 그런 얘기를 한다는 의미는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겠지만 잘 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데니스 카바나 리버풀대 교수는 광고가 의도와는 다르게 보수당의 이미지 변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광고는 뭔가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데, 국민들이 카메론과 보수당의 정책부재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간층 유권자 이탈 방지 노려

노동당은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광고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즉, 카메론을 공격함으로써 좌도 우도 아닌 중도성향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이후 노동당은 급속도로 우경화하면서 노조의 불만을 샀지만 상당수의 중간층 유권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39세의 보수당 당수 카메론이 핵 발전소 반대, 사회복지 확충 등을 거론하며 보수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어서 노동당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노동당은 중도성향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카메론을 그때그때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에 비유하며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각인시키겠다는 전략 하에 광고를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노동당 정치자금 스캔들과 국민건강서비스(NHS) 재정고갈 등으로 위기에 몰려있는 블레어 총리가 무리를 하더라도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쳐 국면전환을 노리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선정적인 노동당의 이번 광고는 순식간에 영국 정가의 논란거리로 떠올랐지만 노동당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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