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검찰 등 국가기관,
    노조 파괴 위한 유착·동맹의 공범들
    민변 등, ‘삼성 노조파괴 검찰 수사 10대 과제’ 발표
        2018년 05월 15일 04: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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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등을 담당해왔던 변호인들이 ‘삼성 노조파괴 검찰 수사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삼성과 고용노동부, 검찰, 경찰 등 국가 권력기관 사이의 유착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민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삼성 부당노동행위 수사 및 삼성 무노조 경영 폐기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 모습(사진=유하라)

    이들이 이날 제기한 ‘삼성 노조파괴 검찰 수사 10대 과제’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2018년 발견된 ‘마스터플랜’ 문건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파괴 행위 ▲삼성전자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 ▲삼성과 고용노동부의 결탁관계 및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방조·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삼성과 경·검 유착관계 ▲경총의 삼성 부당노동행위 개입 ▲창조컨설팅 등 노조파괴행위 자문 변호사 및 노무사의 부당노동행위 공범 등이다.

    10대 과제는 대부분 2013년 S그룹 노사문건이 공개된 후 노동·법조계 등의 고소고발에 대해 삼성과 고용노동부, 검찰이 유착해 봐주기 처분을 내렸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골자로 한다. 부당노동행위와 함께 수반된 범죄행위까지 철저히 수사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은 “삼성그룹 노조파괴의 핵심은 노동부, 경찰, 검찰, 국정원 등 국가 주요 권력기관이 삼성과 유착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를 넘어선 사건”이라며 “노조파괴를 위해 삼성그룹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는데, 국가 주요 권력기관이 이를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대표지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수사하는 데에 그치면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엔 국가 권력과 삼성그룹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이 10대 과제 중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재수사를 우선적으로 거론한 것 또한 삼성-국가기관의 유착이 드러난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제기된 ‘삼성과 고용노동부의 결탁관계 및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방조·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나 ‘삼성과 경·검 유착관계’ 의혹 또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덮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다.

    2013년 10월 14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의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된 후 금속노조 삼성지회 등은 같은 달 2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외 14명을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단 한 차례의 피고소인 조사도 없이 2015년 1월 26일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노조는 검찰에 항고하고 재정신청도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앞서 나온 행정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은 전혀 달랐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그룹에서 만든 문건이 맞으며 조직적으로 삼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해 부단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행정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

    민변 노동위 삼성노조파괴대응팀 류하경 변호사는 “2014년 1월 에버랜드 조장희(삼성지회 부지회장) 해고를 다투는 소송에서 행정법원은 ‘S그룹 문건이 삼성 게 맞다. (문건에) 노조파괴 등 불법적 행위가 있고 실행까지 되었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이어 고등법원에서도 2014년 7월 ‘(S그룹 문건이) 삼성의 문건이 맞다’고 했고,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확정했다. 행정법원과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행정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을 거스르는 무리수까지 둬가며 삼성그룹에 면죄부를 줬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민변 등은 지난 4월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수사를 위해 재고소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류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내려진 재판부의 판결을 무시한 검찰의 이례적 행동에 대한 추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변 노동위 삼성노조파괴대응팀 신하나 변호사도 “검찰의 셀프 수사엔 한계가 있겠지만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삼성과 검찰 결탁 의혹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검찰과 함께 삼성의 노조파괴에 면죄부를 준 국가기관으로 지적된다.

    노동부가 검찰의 지휘를 받아 2014년 작성한 수사보고서엔 문건 작성자(삼성경제연구소), 작성지시자는 (삼성인력개발원), 총괄 후속 조치자(미래전략실)을 모두 적시했다. 또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의 것이며 노조파괴가 실제 자행됐다고 본 행정법원의 판결도 인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이에 대해 전혀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 취지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에야 공개됐다.

    반복되었던 고용노동부의 삼성 봐주기 의혹

    노동부의 삼성 봐주기 처분 의혹은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도 또 다시 제기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논란이 일었던 당시, 노동부는 2013년 8월까지 수시근로감독을 벌이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돌연 한 달 뒤인 9월 16일로 결과 발표를 미뤘다. 당시 노동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장도급으로 볼 수 없다”는 모호한 내용의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삼성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이라 상당한 논란이 됐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10월 13일 은수미 민주당 전 의원에 의해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에 참가한 근로감독관의 녹취록이 공개했다. 해당 감독관은 “보고서 발표가 한 달 연기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어떻게든 우리가 해 나가자’였다”며 “우리가 이거 불파다, 그랬는데 갑자기 시장 보고가 들어갔다, 거기서 바람이 빠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접근도 할 수 없는 고위 공무원 입김이 내려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당시 노동부는 불법파견 수시 기획감독 보고서의 요약본만을 공개했는데 최근 공개된 보고서 전문을 보면 의도적으로 위장도급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근로감독 결과 발표가 미뤄진 한 달 사이에 삼성이 노동부를 ‘관리’해 수시근로감독결과를 뒤엎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의구심에 더욱 무게를 실은 건 최근 검찰이 확보한 20여쪽 분량의 ‘마스터플랜’의 내용이다. 여기엔 노동부 대응과 관련해 ▲적법도급 판단 유도 ▲노동부에 출석한 삼성 직원 사전교육 ▲상황 종결 때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지속 방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신하나 변호사는 “노조탄압과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를 감시하고 구제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관리대상이었거나 삼성과 조직적으로 결탁했자면 부당노동행위 방조,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있다”며 “고용노동부 압수수색 및 보고서 작성 당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해다.

    경찰의 삼성 유착,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 때 노골적으로 드러나

    삼성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었던 염호석 열사의 시신 탈취 사건 때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민변 노동위 삼성노조파괴대응팀 오현정 변호사는 “경찰은 시종 고인의 친부를 핑계대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결국 시신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고인의 유서취지를 완전히 형해화하고 결과적으로 삼성의 노조파괴 시라니오를 실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오 변호사는 “경찰이 당시 친부의 의사를 빌미로 삼아 사적인 장례 절차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며 “경찰은 고인의 유지와 친모의 요청까지 묵살하며 장례식장과 회장장에서 캡사이신까지 살포하며 조합원과 조문객들을 체포 연행한 것은 이례적이고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었다”며 “그 배경엔 삼성과 국가기관의 유착관계가 있지 않은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삼성과의 유착관계에 따라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인지 철저히 수사하고 그 수사 결과에 따라 직권남용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전 차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신하나 변호사는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최 모 전무가 삼성전자에 (노조 와해 활동 실적을) 수시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차원의 문제로 국하지 않고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관리 및 개입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4년 노동부 수사보고서에도 역시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미래전략실 등 삼성그룹 전반에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삼성 노조파괴 공작의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한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전무를 구속했다. 최 전무는 노조와해 활동 실적을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주기적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며, 향후 검찰 수사는 삼성그룹의 ‘윗선’으로 뻗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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