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이대로 가면 무조건 진다
    2006년 04월 19일 0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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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康風)은 강풍(强風)이 되지 못하고 미풍에 그치는가. 한 번 빠지기 시작한 강금실 후보의 지지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12-22% 포인트 격차로 뒤져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선거전문가들의 견해는 더 극단적이다. 그들의 공통적인 진단은 이렇다. "이대로 가면 강금실은 무조건 진다"

"40대, 여성표 오세훈으로 대이동"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강 후보의 이미지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에 차별화 효과나 독점효과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강 후보의 지지율이 오 후보의 등장 이후 빠지는 이유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와 오 후보가 기성세대와 단절된 새로운 세대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강 후보가 잠시 독점했던 이런 이미지를 오 후보가 등장해서 나눠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또 "강 후보는 맹형규, 홍준표 후보와의 대결에서 젊은층, 여성층, 40대 층의 지지율을 많이 가져갔는데, 오 후보가 등장한 이후에는 여성표와 40대 표가 오 후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강 후보와 오 후보는 성별이 다르다는 것 외에 별다른 차별적 이미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가 ‘강단과 능력’을, 오 후보가 ‘깨끗함’을 좀 더 내세우는 정도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과거 비열린우리당 성향의 유권자들 가운데 강 후보 개인을 보고 지지했던 층이 오 후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한 실장도 "’깨끗하고 참신하다’는 면에서 강 후보와 오 후보는 차별성이 없다"고 말했다.

컨텐츠 부족도 차별화를 드러내는 데 실패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실장은 "열린우리당의 낮은 정당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얻었던 건 ‘새롭고,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기 기대했기 때문인데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실장은 강 후보의 이미지가 과거에 고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이상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했는데 과거의 이미지만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실장은 "일관된 이미지를 가지려는 강 후보의 진정성은 이해한다"면서도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는데, 과거의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어찌보면 나이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강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이 갖는 이미지는 강단과 소신, 능력"이라며 "여성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강 후보의 이미지 전략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발공약은 독(毒)이다"

   
  ⓒ 이지폴뉴스

강 후보는 18일 두번째 정책을 선보였다. 용산, 성동, 마포 등 서울의 도심권을 개발하겠다는, 일종의 개발공약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홍형식 소장은 도심권 개발 공약의 타깃층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의, 그것도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일뿐 "중산층 및 하층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홍 소장은 "강 후보가 교육문제와 아파트 문제 등 서민들의 실생활에 와닿는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이, 정권은 열린우리당이 잡고 있는데, 시장과 정권을 쥐고 있는 정당이 달라서 아파트 문제와 교육 문제가 일관성 있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 실장은 "18일 강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일종의 개발공약으로 과거의 개발논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강 후보에게서 기존의 정치와 ‘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키주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오세훈 개발 공약 뒤따른 강금실

선거기획사 ‘빵과 장미’의 문명학 실장은 강 후보의 개발 공약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강북 상권 개발 정책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오 후보의 노원, 강북 상권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용산, 성동, 마포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양쪽은 인구도 100만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동일하다. 개발공약은 전통적으로 4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한다. 문제는 이것이 강 후보의 컬러와 맞느냐는 것이다.

문 실장은 "강 후보가 개발 공약으로 접근한 것은 패착"이라고 단언했다. 문 실장은 "강 후보의 컬러는 도시적 세련, 소수자와 다양한 흐름을 포용하는 문화적 풍성함, 여성 특유의 섬세함 등인데, 결과적으로 개발공약을 내놓은 꼴이 됐다"며 "’오명박(오세훈+이명박)’과 별로 다를 것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강 후보의 컨셉에는 "문화적인 접근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것이 강 후보가 제시한 오페라하우스 건립처럼 하드웨어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 실장은 "프랑스는 정부가 국민들이 싸고 저렴하게 오페라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접근이 적절치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질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큰 칼 써야될 때 빵자르는 칼만 만지고 있는 강금실"

   
  ⓒ 연합뉴스

선거는 구도 싸움이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시장 선거는 구도가 모호하다. 인물 대결로 가고 있다. 한귀영 실장은 "강 후보가 열흘 이내에 새로운 구도를 만들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장 선거는 전통적으로 개발 이슈가 잘 먹히지 않고, 또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반응도가 높기 때문에 결국 득표율이 정당 지지율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대표도 "오세훈 후보 등장 이후 강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큰 흐름에서 보면 후보자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수렴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같은 해석을 내놨다.

구도는 대결이다. 대결은 싸움이고 전투다. 문제는 강 후보가 ‘대결의 지양’을 자신의 컨셉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북의 화해와 조화를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귀영 실장은 "’강남과 부자를 대변하는 한나라당 대 강북과 서민을 대변하는 열린우리당’ 이런 식의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지금 이런 구도를 만들기에는 강 후보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주장하는 ‘화해’와 ‘조화’의 이미지와 양립이 불가능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한 실장은 "지금 강 후보에게는 ‘큰 칼’이 필요한데 자꾸 ‘빵 자르는 칼’을 들고 덤비고 있다"면서 "’개인으로서의 진정성’과 ‘정치인으로서의 진정성’은 다르다. 국민들이 강금실과 친구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고 반문했다. 강 후보의 ‘진정성’은 인정해줄만 하지만 지나치게 순진한 접근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건 강금실이 힘들다"

강 후보의 지지율이 한풀 꺾이기 시작한 것은 오세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부터다. 이른바 오세훈 효과에 ‘강풍’이 멎은 꼴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후보로 다른 사람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홍준표 후보가 오세훈 후보보다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오세훈 후보가 나오건 홍준표 후보가 나오건 강 후보에게는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를 ‘노무현정권 심판론’으로 몰고가는 것이 맞다"며 "홍준표 후보가 이런 컨셉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정당지지율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당색’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홍 후보를 내세워 정당 지지율만큼만 얻어가도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홍형식 소장은 오 후보의 ‘깨끗함’이 본선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얀 바탕에 얼룩이 튀면 훨씬 도드라진다는 논리다. 홍 소장은 "오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팩트가 드러난다면 판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당직자들이 오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유를 부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홍 소장은 "홍 후보는 그동안 저격수로 활동하며 온갖 공격에 노출되어 있었는데도 특별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공격거리가 별로 없을 거라는 얘기다. 또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를 꺾을 경우 의외의 결과에 따른 흥행효과도 노릴 수 있다. 게다가 공격적인 말투 등 강 후보와 대비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강 후보로서는 정말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역시 문제는 경선이다. 홍 소장은 "현재 한나라당 당원들은 지구당위원장의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일반 국민과 인식 수준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지 않은 후보 선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오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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