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 똥, 니가 먹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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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19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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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안식년이 필요한 것처럼, 땅도 휴식년이 필요하지

    ‘귀하의 밭에는 유기물 함량이 낮아 땅심이 약하므로…….’
    농사 2년차, <연두> 브랜드가 확정되고 난 뒤 무농약 인증을 받기 위한 몇 가지 검증 절차 중 하나인 토양시료 분석결과를 통지받았습니다. 무농약 인증이 곧 나올 예정이지만 땅은 이미 노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땅에서 나온 식물에 ‘인증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심이 약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병약하여 충균을 자기 힘으로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땅과 작물에게 ‘영양제‘를 먹여야 그나마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작하기 전에 이 밭은 거의 쉬어보지 못했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여 우리의 토양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입니다.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까지 최소 3년이라고 하지만 경작이 계속 되는 한, 이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퇴비를 밑거름으로 한다 해도 쉽사리 땅심이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소용없어요. 몸과 마음을 쉬어야지…….”
    병든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는 것처럼 우리 땅도 쉬어야 합니다. 다른 땅이 있다면 지금 이 땅을 쉬게 하고 싶을 뿐입니다. 파종을 하는 순간 땅은 괴롭고. 자라는 식물도 고단합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더 많은 고생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모두 힘겹습니다.

    아직도 소젖 먹이니?

    “냉장고에 우유 있으니까 우유 먹고 텔레비전 보면서 있어”
    “아직도 소젖 먹이니?” 팀원 한 명이 아이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난 뒤 물었습니다.

    “아이가 우유를 좋아하고 또 우유를 먹어야 키가 크지”
    작년 일요일에 팀원인 엄마랑 같이 배추벌레를 잡으러 농장에 나온 초등생 2학년인 아이는 다른 아이에 비해 키도 작은 편에다 허약한 체질을 가진 녀석입니다.

    “소젖을 먹어야 키가 큰다고?”
    대체로 30대 중후반 주부들이 낳은 아이들의 세대가 아토피부터 시작해서 각종 질환으로 고생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들 30대 여성들은 급식우유를 먹은 세대들입니다.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대중적인 상투어로 학교 급식에 우유를 넣고, ‘식사 전에 식사 후에 그리고 ’신경을 평안하기 위해서 따뜻하게 데워서 우유를 먹어라’ 등 미국 낙농업자와 농무부 그리고 미국의사협회가 합작하여 만든 선전 문구들이었습니다.

    1955년부터 1975년 사이에 수백만 톤의 우유가 저개발 국가들에게 식량을 보조하라는 요청에 의해 미국의 국제개발기구의 관리들은 기근에 대한 무기로 우유를 채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유를 먹기 시작한 세대가 평균 신장이 높아진 이유 중에 하나가 우유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업형 축산에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가 투여된 소의 젖을 먹고 자랐는데 당연하지 않을까요?

    가난한 엄마들이 명절이나 큰 행사를 치를 때 가족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량 생산된 저질의 고기를 먹고, 우유와 각종 유제품, 소위 정크 푸드(열량만 높고 영양가 없는 일명 쓰레기 음식)인 콜라와 어우러진 패스트푸드, 첨가하지 말아야 할 식품 첨가제로 만든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되면 의료비는 높아지게 되니 악순환이지요. 우리 토양과 하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하려면 차라리 ‘아이를 굶기’는 것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 지난 3월 22일 감자 파종이 있었다. 이달 22일 즈음이면 싹이 나온다.
     

    니 똥 니가 먹는 거야

    우리 팀원들 사이에서 자주 얘기를 나누는 소재 중의 하나가 똥과 밥 얘기입니다. 점심을 먹다가 또 똥 얘기가 무심결에 나왔습니다.

    "똥 먹는데 또 밥 얘기다"하면서 이제는 밥과 똥이 구별되지 않는 농담을 던집니다.
    “팀장님은 아침마다 똥을 봐요?” “그럼, 넌 똥이 안보여?” “똥을 왜 봐? 그냥 물 내리면 되지”
    "입구멍에 들어가는 것들은 다 보잖아, 똥구멍으로 나오는 것들이 언젠가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데 안 보면 섭섭하잖아.“
    “똥이 좋아야 땅이든 식물이 질식사를 안 하지.”

    “똥구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죽는 사람 못 봤어? 똥구멍이 풀어지잖아. 자신의 생명은 똥구멍에 있는 게야. 똥구멍으로 나오는 똥은 다른 생명을 죽이고 살리거든, 똥은 나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먹거든. 그러니까 똥구멍 관리를 잘해야 한단 말이다.” 똥과 밥이 다를 수가 없는 일은 그런 것입니다.

    농사를 짓다 보면 퇴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퇴비는 생명이 내뱉는 똥 또는 쓰레기로 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또 다른 생명이 먹는 밥입니다. 사람의 밥과 똥이 중요 하듯이 동물, 식물의 밥과 똥도 중요합니다.

    ‘사료를 먹인 소나 닭들의 똥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사람의 똥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대규모 사육을 하는 축산, 양계에서는 사료 공장에서 사온 사료를 먹이고, 사료 제조업은 기업화되어 사료 재료가 명시되더라도 그 면면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여기에다가 항상제와 성장 호르몬제 투여, 인공 수정 주사를 투여하여 사육된 것들이니 그 모든 과정들이 분절되어 ‘포장된 부분’만이 우리 눈앞에 있을 뿐입니다. 농사에서도 ‘밥’을 알 수 없는 ‘똥’을 가져다가 퇴비로 사용하게 되는 셈입니다.

    사람의 몸에 좋다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사골 국물’을 먹는 우리는 뼈에 녹아든 항생제와 호르몬을 열심히 우려내어 먹는 셈입니다. 알 수없는 음식들을 먹고 똥이 되어 물과 토양 그리고 식물에 영양을 끼치고, 또 그것을 먹는 우리의 영양의 순환이 이제는 믿을 수 없는, 악영향을 주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예부터 어린 아이가 황변을 보면 그 어머니는 즐거워합니다. 아이들 밥이 좋으니 건강하다는 표식이지요. 식물과 토양이 좋아하는 똥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똥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먹는 것에 따라 똥이 나오고 그 똥이 토양과 식물에게 가서 그것을 우리가 또 먹는다는 것. 생명은 혼자만의 생명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 농업에서 인증제도가 있지만 진정한 유기농은 없습니다. 그나마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정도만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것도 농민들 사이에는 아직 합의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입 구멍으로 들어간 것은 반드시 똥구멍으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똥구멍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는 한 모든 생명의 고리는 단절 되고 맙니다.

    자본주의 문명은 생명의 모든 고리들의 순환을 단절시키고 모든 것을 토막 상품으로 시장에 내어놓습니다. 밥은 밥대로 똥은 똥대로, 밥은 ‘신성하게’ 똥은 ‘더럽게’, 보이는 것은 포장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무시해버리게 합니다. 마주 대하던 생명 고리의 얼굴들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포장만이 난무합니다. ‘이준기’가 선전하면 그 상품이 대박 나듯이.

    왜 우리가 유기농업을 강조하는지, 기업농이 아니라 얼굴이 있는 농업을 고집하는지 그래서 왜 농자천하지대본인지, ‘nature’가 自然과 본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생명의 얘기가 어디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밥과 똥’으로 시작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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