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법상 최초 사용자단체 뜬다
        2006년 04월 19일 0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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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창한)과 노사교섭을 책임지고 나갈 사용자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대표 박헌승, 대동공업 공장장)가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부의 설립허가증을 받아 이번 주에 공식 출범한다.

    노동부 노사정책국 노사정책팀 조원식 사무관은 18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의 법인 신청에 대해 내용을 모두 검토했으며 모든 절차가 끝났다. 이제  차관 결재만 나면 곧바로 법인설립허가증을 발부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이번 주 내로는 허가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협의회에는 현재 만도, 한진중공업, 위니아 등 84개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가입 사업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4월 1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 전교조 회의실에서 제3차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노동조합법 기준에 부합하는 최초의 사용자단체"

    사용자협의회는 노동부에 법인 설립 허가를 내기 이전에 산업자원부에 허가 신청을 했으나, 금속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노동부로 바꿨다. 법인설립 허가의 경우 통상 국장 전결 사항이고, 신청 후 곧바로 허가가 나오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의 경우 전례가 없는 일이라 노동부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사무관은 "사용자단체로 법인 허가가 나가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차관 결재까지 올렸고, 산자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 문제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노동부에 법인 허가를 받은 단체는 사용자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는 경총이나 학술단체 등 여럿이 있다"며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노동조합법 기준에 부합하는 최초의 사용자단체이기 때문에 기존의 법인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용자단체의 법인 허가와 관련해 "앞으로 산업별교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용자단체의 출범은 그동안의 비공식관계가 공식관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사업자단체인 경총이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노사관계에 개입해왔는데 이번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공식적으로 노사관계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증권노조 노사도 사용자단체 구성 합의

    금속산업 사용자단체 법인화는 산별 교섭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월 27일 사용자들과 체결한 2005년 임단협 잠정합의에서 사용자단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흐름은 산별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교섭 상대인 병원협회나 한국노총 소속 금융노조와 교섭을 하는 은행협회도 향후 사용자단체를 만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김승호 연구위원은 "금속노조 교섭과정을 보건의료노조가 그대로 따라했고, 사용자단체 만들어지는 과정은 증권노조가 똑같이 따라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산업의 노사 교섭에도 영향을 미쳐 사용자단체가 계속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용자단체가 만들어지기까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법적 지위를 갖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금속노조는 지난 2002년 108개 회사 사용자와 체결한 ‘기본협약’에서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이후부터 4년 동안 끈질기게 사용자단체를 만들 것을 요구해왔다.

    금속노조는 2004년 중앙교섭에서 "금속노조 관계사용자는 사용자단체로 2005년 중앙교섭에 참여한다"고 합의했으나 2005년 교섭에서 사용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노조가 사용자단체 구성을 촉구하는 4시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진통 끝에 결국 같은 해 중앙교섭 조인식을 하기 전까지 사용자단체를 만들기로 노사가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사용자들은 금속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2005년 9월 9일 창립총회를 갖고 (가칭) 사단법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만들었으며, 11월 3일 임시총회에서 대동공업 박헌승 공장장을 회장으로 뽑고 12월 23일 정부에 법인설립허가를 신청하게 됐다.

    한편,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전교조 회의실에서 제 3차 중앙교섭을 열어 교섭위원 자격, 교섭장소, 교섭요일 등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금속노조는 ▲산별 전체 노동자의 통상임금 50%인 최저임금 88만원 보장 ▲구조조정 대책 강화 ▲조합활동 보장 ▲ 사내하청 처우보장 등 4대 요구를 내걸고 매주 화요일 사용자들과 교섭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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