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안전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
    2006년 04월 18일 10:22 오후

Print Friendly

4월 7일 오전 8시 20분 서울시 서초구 반포1동 원촌중학교 앞. 학교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공사로를 통해 등교하던 원촌중학교 3학년 이한솔 학생이 봉고차에 치여 강남성모병원에 후송됐다. 한 차례 뇌수술을 받은 이 학생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포 주공 3단지의 재개발이 결정된 이후 소음,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해 학부모와 시공사간 갈등이 빚어졌던 원촌중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7일 발생한 교통사고는 시공사의 안전불감증 탓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던 양측의 갈등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이 학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업 중 공사중지가처분결정’을 내리며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 7일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시공사와 강남교육청, 서초구청이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임시교사를 마련해 수업을 진행하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공사비 분담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 벌어진 것이어서 원성을 더하고 있다.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17일 사고가 발생한 원촌중학교 통학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개월 간 학생들의 위험성을 누누이 경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비통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되찾기 위한 대책마련을 관계당국에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시공사인 GS건설의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며 GS건설에 대한 불매운동과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따로 떨어진 섬같은 학교, 장막처럼 둘러쳐진 방음벽

   
 
▲ 반포주공 3단지에 위치한 원촌중학교와 원촌초등학교.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재개발 공사로 인해 공사현장 한가운데에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문제의 원촌중학교는 반포주공 3단지 입구에서 300m 안쪽에 위치해있다. 주공 3단지에 대한 재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장에는 13m 높이의 방음벽에 둘러싸인 원촌중학교와 원촌초등학교만이 ‘섬’처럼 자리 잡고 있는 상태.

공사현장에는 50여대의 덤프트럭이 드나들고 있고, 학생들이 등교길로 이용하는 너비 2m의 보도에는 두께 10cm가량의 철봉이 안전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설치되어 있다.

시공사는 개학 직전,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주변 여론의 악화를 이유로 통학로 일부를 차단하고 약 3억원을 들여 학교와 주변 도로를 잇는 구름다리를 설치했다.

그러나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구름다리를 이용하면 학생들은 수백미터를 돌아가야하는 불편을 겪게 돼, 이로 인해 학생들이 공사로를 가로질러 횡단하려는 유혹을 느끼고 실제 다수의 아이들이 충동적으로 횡단하고 있다”며 시공사의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한솔 학생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구름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공사로를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안전과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해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시공사측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시공사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학생이 무단횡단을 하던 도중에 발생한 것이고 공사차량에 치인 것도 아니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

   
 
▲ 원촌중학교와 주변다리를 잇는 구름다리. 수백미터를 돌아가야하는 불편함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사로를 통해 통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통학로를 차단하고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사고가 일어났겠냐”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원촌중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 교통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곳. 그러나 공사가 진행된 이후 최근 2개월간 2건의 교통사고로 4명의 학생이 다치면서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바뀌었다.

임시교사 마련, “수천억 이익 낼거면서 8억을 더 못쓰냐”

이에 따라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재개발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현재까지 시공사와 서초구청, 교육청에 임시교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측이 해당 교육청에 임시교사 마련에 필요한 공사비 15억을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시교사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해당교육청이 임시교사 건설 공사비로 23억을 책정하고 시공사측에 전액부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온 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임시교사 공사비 중 15억을 우리가(시공사) 선지불하고, 추가공사비는 교육청과 우리가 50:50을 부담하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교사에 필요한 나머지 사항인 시행일시와 부지선정 등이 결정되면 바로 임시교사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진척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임시교사 공사논의가 중단된 뒤 시공사는 학생들의 등하교를 위해 3대의 통학버스를 운용하고 있지만 320명의 전체학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시공사측에 통학버스 증편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이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학부모-시공사 갈등 장기화, 사회적 중재 필요

이처럼 학부모와 시공사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시공사에 대한 피해 학부모들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한 학부모는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던 시공사 관계자에게 “개발사업으로 수천억원의 이득을 보면서 학생들을 위해서 몇 억 쓰는데는 왜 이렇게 인색하냐”며 힐난했다.

이 학부모는 “이미 한 아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고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이 위험천만한 사고 현장을 오가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서 “통학로가 폐쇄되면서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사고는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