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대로 유엔본부 개·보수 난항
    2006년 04월 18일 08: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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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숙원사업인 유엔본부 건물 개·보수 공사 계획이 미국측의 비협조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유엔측 공사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사무국 이전 등에 필요한 초기비용 지출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면서 하루에 22만5천 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

뉴욕의 이스트강변에 위치한 현재의 유엔본부 건물은 1950년대에 지어져 낡고 불편할 뿐만 아니라 안전상의 결함도 많아 개·보수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엔본부 건물은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지붕에서 물이 새는가 하면 스프링클러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을 정도다.

이에 따라 유엔은 현재 사무국에 있는 부서를 본부 안에 새로 지어진 임시건물과 맨해튼 중심가의 사무공간으로 나눠서 이동하고 16억 달러(약 1조6천억 원)를 들여 사무국 건물과 총회장을 최신식 건물로 개·보수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38층짜리 사무국 건물은 7년 동안 10개층씩 4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유엔은 공사에 드는 비용을 191개 회원국에게 5년 동안 나눠서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유엔의 이같은 계획은 개·보수 공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이 이전에 필요한 초기비용 1억 달러 지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볼튼 주유엔대사는 “지금 당장 그만큼 많은 액수가 필요한지가 확실치 않다”며 “총회에서 다른 중대한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2천350만 달러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엔의 건물 이전이 차질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의 건물 옆에 35층 높이의 새 건물을 짓기로 했던 예전의 계획이 뉴욕 시의회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또 한번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빚을 내서 개·보수를 한다는 계획이 쿠바 등 몇몇 나라들에 의해 거부된 적도 있었다.

미국은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동의를 얻고 있는 이번 개·보수 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수차례 밝히고 있다. 다만 총회의 최종결정이 나오지 않았고 1억 달러는 초기 비용으로는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공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이유는 바로 공사비 조달방법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미국은 공사비 12억 달러를 5.54% 이율로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추가적인 유엔 분담금 부과로 공사비를 충당하게 될 경우 이미 유엔 분담금의 22%를 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설계, 이전 등에 쓰이는 초기비용 1억 달러 지출을 막고 있는 데에는 자국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국제기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국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속셈이 여실히 드러나는 또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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