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1년, 성과와 과제
[에정칼럼] 자화자찬 넘어 냉정한 진단과 미래 모색
    2018년 05월 08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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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권교체 후 대한민국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1년 동안 거둔 성과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아 보인다. 에너지 전환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가 집권 1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 정책성과 자료집을 발간했다. 청와대의 자료집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성과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국민참여형 정책결정 모델 구축’에 포함된다. 투명한 공론화로 에너지 정책의 공정성, 중립성, 신뢰성을 높였고, 새로운 국민참여형 갈등해결 모델을 제시했으며, 결과적으로 공론조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둘째,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서는 핵발전소의 단계적 감축 추진(2017년 24기,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2082년 0기/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석탄발전소 친환경화(2017년 노후 석탄발전 3기 폐지 및 2022년까지 추가로 7기 폐지 예정, 신규 2기 및 기존 4기의 LNG발전으로 전환 추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 추진(2030년 20%), 그리고 발전 부문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 추진(2022년까지 44% 감축)을 공약 이행 사항으로 밝히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는 제각각이겠지만, 에너지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쪽에서는 공론조사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긍정적 성과 못지않게 그에 내재한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 작업과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라는 중차대한 국면을 고려하면 지난 1년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이러한 성찰 속에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가 부족한 가운데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만 운운하는 것은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형식적 참여(더 정확하게는 동원) 관행에서 탈피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공론조사를 단행한 이유(명분과 실리 혹은 공약과 상황)와 공론화 방식에 대한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니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고 보는 편이 낫겠다.

그렇다면 과연 2017년의 공론화 경험을 통해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로서 숙의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도 공론화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취할 것은 무엇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당초 정부가 추진하려는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권역별 설명회’ 형태는 공론화 측면에서 오히려 후퇴다. 한심할 지경이다.

정부가 1년 동안 각종 계획과 정책을 통해 구상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 또한 시원찮다. 임기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과 함께 핵발전과 석탄발전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좋게 해석하면, 에너지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이번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고, 그 결실은 차기 정부부터 하나씩 거두도록 하는 연착륙 전략일 것이다. 훗날 헤게모니가 생기면, 60년 이상 시간적 여유를 갖고 서서히 감축한다는 2017 작전계획의 기조를 전면전으로 바꿀 여지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기 기획이 주는 공허함은 ‘에너지 정치’가 부재한 탓이 아닐까 싶다. 공론조사 이후 꾸준히 추진됐어야 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시도는 없었다. 일회성 공론화, 공공기관 기관장 선임, 의사결정 및 정책자문 기구 개방, 정부 계획 수립, 이런 식의 조합만으로는 전환의 토대가 취약한 상황에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조금 과장하면, 정부는 임기 내에 에너지 이슈로 나라가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국정운영의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니라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향후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만이 아니라 고준위 핵폐기물 정책이 어떻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심증이 물증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이 과거보다 그 구성과 의제에서 풍부해졌다(총괄, 갈등・관리・소통, 수요, 공급, 산업・일자리). 이제는 과거에 부차적으로 취급된 의제들이 에너지 전환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실효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가격과 조세, 분산과 협력, 송・배전과 판매・거래, 정합성과 통합성, 시나리오와 공론화 등이 목표 수요와 에너지 구성 논의로 가려져서는 곤란하다.

시민사회, 학계는 물론이거니와 정부 관료 발언에서도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담론적 실천은 일정한 수준에서 정치경제학적 전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규정한 것처럼, ‘에너지 공공성론’, ‘시장활용 에너지전환론’, ‘지역화・공유화론’ 따위로 개념화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자가 상정하는 에너지 미래를 밝히고 공론장에 부치는 일이다. 워킹그룹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협상과 타협의 정치가 일궈낸 ‘판문점 선언’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후속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과 관리에도 새로운 정치가 작동될 수밖에 없다. 엉뚱한 소리 같지만, 이 대목에서 ‘에너지 정치’를 다시 생각한다. 타이밍이 맞으면 역사적 계기는 언제든지 마련된다. 때론 갑작스럽게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국면은 정치가 없으면 탄생하기 어렵고 관리되지도 않는다.

2030년, 2040년, 나아가 2050년까지의 미래 에너지시스템을 구성하고 그 질서로 진입할 경로를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상의 정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시민사회에서 바라본 온실가스감축로드맵・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의 쟁점과 과제>(2018년 5월 10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공개토론회에서 기후정의와 에너지전환을 위한 사회적 계약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그리고 새로운 세기를 예비하는 차원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에너지 전환’의 길도 모색해보자.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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