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직원들
    노조 불신, 직원연대 결성
    노조와 별개로 4일 ‘조양호 일가와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촛불집회’
        2018년 05월 04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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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자발적 모임인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4일인 오늘 ‘조양호 일가와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특히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이날 여는 촛불집회에는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대한항공 내부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향후 ‘노조 민주화’에 대한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18년간 대한항공 기장으로 근무했던 직원연대 소속 A 전 기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회장 일가의 악행에 대해 (직원들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전혀 호소할 데도 없었고 어느 곳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며 “노동조합도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A전 기장은 “대한항공 직원들, 특히 정비·객실 등 일반 직원들은 자신들이 노동조합에 속해있지만 그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 땅콩회항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사측, 특히 오너 일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노조는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며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징계를 당한 경우에도 노조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방송화면 캡처

    대한항공엔 일반노조, 조종사노조, 조종사새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다. 새노조는 기존 조종사노조에서 2012년 탈퇴한 군 출신 조종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일반노조는 간선제로 대의원의 추천을 받아 노조위원장을 선출하고, 조종사노조와 새노조는 직선제로 위원장을 뽑는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3개 노조 모두 ‘어용노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익명 제보방을 개설한 대한항공 현직 직원 B씨도 JTBC ‘뉴스룸’에 전화 인터뷰에서 “현 대한항공 3개 노조는 사측이 장악한 어용노조”라며 “직원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현민 전 전무가 경찰 출석 당시 1인 시위를 벌인 이건흥 대한항공 기장도 ‘노조 민주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건흥 기장은 전날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노조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하라고 했다는데, 그 집회에 사람들이 몇 명 안 나왔더라. 여전히 대한항공 직원들은 노조를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기장은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직원들은 노조위원장을 자기 손으로 직접 뽑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은 대의원이 위원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는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뜻을 생각한다면 규약을 개정해서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추진을 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안 되고 있다”면서 “(노조위원장 직선제 부분을) 어떻게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대한항공 직원들의 자발적 의지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꾸려질 수 있었던 계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A 전 기장은 “처음 (조현민 전 전무의) 음성파일이 나온 후에 한 직원 분이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 비리 고발자가 (회사에) 당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익명 채팅방을 만들었다”면서 “현재는 비리 제보방이 2개, 조양호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방이 2개가 만들어져 있다. 인원이 점점 늘어나서 약 4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측의 횡포와 억압에 숨죽이고 있던 직원들이 오픈채팅방과 촛불집회 방에서,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위와 직종은 다 다르지만 하나 된 마음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바꾸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총수일가의 악행을 내부에서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A전 기장은 “대한항공은 검증되지 않은 2세·3세가 단순히 대주주의 자녀라는 이유로 임원이 돼 억압적인 봉건경영을 계속해왔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견제해야 할 장치가 전무했다”면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조양호 일가가 법적·제도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부 견제장치가 완전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만 했고, 이를 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명확한 항공법 위반, 노동법 위반으로 진정하고 고발을 해도 일방적으로 회사의 편을 들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나마 재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노동조합이 유일한데 항공사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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