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KOTRA, 외자유치 공동협력
    By tathata
        2006년 04월 18일 0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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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단)와 외국인투자 유치에 공동협력을 약정하는 등 해외투자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 내부에서는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와 규제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18일 오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홍기화 KOTRA 사장을 비롯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약정을 체결하고, 외국인직접투자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정세균 산자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홍기화 KOTRA 사장이 ‘외국인투자 유치 공동협력’ 약정 체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노총이 외국인투자 유치에 나선 경우는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KOTRA와 직접 공동협력 약정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04년 9월에 이용득 위원장은 알란 팀블릭 당시 KOTRA 투자단장과 만난 자리에서 “옥석을 가려 한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전 자본의 유치가 필요하다”며 해외 투자유치 활동에 나설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에는 유재섭 수석부위원장 등 3명으로 방문단을 꾸려 산업자원부 주최로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 파견하기도 했다.

    이번 공동협력 약정도 그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정길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한국노총은 론스타, JP모건 등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투기성 금융자본에 대해서는 단호한 거부의 입장을 보일 것이지만, ‘제조업 중심의 건전한 해외산업자본’에 대해서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 적극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6월말 산자부 주관으로 미국에서 개최되는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동계 내에서는 한국노총의 ‘건전한 해외 산업자본’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은 물론 오히려 투기자본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명래 금속연맹 정책실장은 “지금 노동운동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제조업 공동화와 해외자본의 구조조정 진상을 밝히고 대응하는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조해 자본유치에 앞장서는 것은 정권과 자본에 포섭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산업자본 또한 금융자본과 마찬가지로 ‘먹고 튀는’ 투기적 양태를 보이는 것에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투기자본의 문제는 금융자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자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속노조의 장기투쟁사업장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오리온전기의 경우, ‘산업자본의 투기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리온전기는 2004년 10월 매틀린패더슨에 매각될 당시 노조와 ‘고용승계 및 3년간 구조조정 중단, 불가피한 사유로 구조조정 시 노조와 합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석달 후에 오리온전기는 사업을 분할해 일방적으로 오션링크사에 양도했다.

    그런데 오션링크사는 사업인수 후 8개월만인 지난해 10월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업청산을 결정, 이로 인해 1,300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해외자본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기간동안 사업인수와 사업청산을 강행해 노조와의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버린 것이다.

    노조를 기피하고 부정하는 건 자본의 국적과 무관하다. 이스라엘 회사인 이스카는 대구텍을 인수 한 후, 100명의 노동자를 구조조정 시켰고 8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임금 인상안을 선언하고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했으며, 금속노조 탈퇴 서명을 진행한 바 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투기감시센터 공동대표)은 이와 관련해 “외국 산업자본 법률적 통제 장치 마련으로 투기화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임영일 경남대 교수는 “외국자본에 대해 투기자본이냐, 그렇지 않냐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다각적인 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중공업 기계부분을 인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예로 들며, “외국자본의 인수로 기업이 흑자경영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서 탈피, 노조설립도 자유롭게 허용한 것은 외국자본의 긍정적인 한 사례”라고 말했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도 “노조가 외국자본 유치에 나서는 것에 대해 찬반을 논하기에 앞서 논의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 반대’와 같은 강령 수준의 논의를 벗어나 기업경영, 노사관계 등의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노사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하며 ‘합리적 노동운동’, ‘책임있는 노조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은 지난 3월 비정규법안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는 한편, 이와 동시에 한국노총 ․ 경총의 노사협의회 정례화, 노동재단 설립, 대통령 해외순방 시 동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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