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주한미군 주둔,
북한도 양해, 선대 유훈“
"독일 통일 후에도 미군, 남아 있어"
    2018년 05월 03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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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주한미군 주둔은 그것도 (북한)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의 정당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입장”이라며 “이번에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암시를 줬다”고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92년 당시 김일성 주석이 뉴욕으로 보낸 당시 노동당 국제비서 김용순이 미 국무부 차관 아놀드 캔터를 만나 ‘북미 수교만 해 주면 남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했다. 2000년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냉전이 끝나고 난 후 (주한미군은) 요동칠 수 있는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면서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 주둔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했던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앞서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투고한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문 특보의 이러한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등은 문 특보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언론과 야당의 문제제기에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문 특보의 발언이 정부의 입장과 같지 않다는 것을 해명했다.

정 전 장관은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 주둔 근거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물론 지금 미군이 쓰고 있는 UN군 모자는 벗어야 하지만, 미군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평화 협정이 체결되고 나면 UN사는 결국 해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군과 UN군 사령관 모자를 2개 쓰고 있던 주한미군 사령관은 UN군 사령관 모자 하나는 벗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게 바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양해하는 조건에서 아마 평화 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를 요구하지 않았나.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했다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정상회담 안 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굳이 ‘열강의 군대가 우리 땅에 들어와서 주둔해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일부 진보진영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대해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모자를 쓴 미군이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 또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조성될 수 있는 군사적인 긴장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독일이 통일된 후에도, 지금도 독일엔 나토의 모자를 쓴 미군이 남아 유럽의 질서, 군사 질서가 요동치는 걸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평화협정이 됐으니까 미군은 나가야 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국제 정치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이유에 대해 “북미 관계 개선되고 평화협정 체결되고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오히려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걸 막아줄 수 있는 건 미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수야당이 문 특보 해임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그 분은 청와대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아닌데, 툭하면 해임하라고 하나”라며 “그런 식으로 하면 논란 일으킨 사람들이 야당에도 많다. 그 사람들도 다 해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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