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위한 기관인가, 삼성 기관인가”
    작업환경측정 결과 공개, 산자부 방해
    "‘국가에 대한 신뢰와 존재 이유’에 의문 갖게 해"
        2018년 05월 02일 07: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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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린 산업통상자원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반올림·민주노총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는 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방해 활동에 대한 정부 기관과 법원의 후속 조처는 과연 이들이 국민을 위한 기관인지 삼성공화국의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삼성과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란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에 대해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로, 노동자들이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는지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근거다.

    기자회견 모습(사진=반올림)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이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삼성과 정부는 번번이 ‘국가핵심기술 포함’, ‘영업기밀’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한 직업병 입증 책임이 있는 노동자는 산재를 입증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대전고등법원은 올해 2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백혈병 사망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삼성전자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영업 기밀이 아니고, 산재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명, 신체의 건강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이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공개를 거부하는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보고서 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산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었다’고 결정했다.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를 입증하기 위해 어렵게 얻어낸 법원과 노동부의 보고서 공개 결정을 산자부가 한순간에 뒤집은 것이다.

    반올림 등 단체들은 이날 회견 후 산자부 장관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부처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없다”며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 경쟁력은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산자부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사업주가 제공한 작업환경에서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재해의 업무연관성을 확인할 유일한 근거’에 대한 피해자의 구제를 막고, 삼성직업병 피해자는 물론이고 산업 현장에서 병들거나 다친 국민들에게 다시금 ‘국가에 대한 신뢰와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갖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 단체들은 청와대에 ‘삼성직업병문제 해결 약속 이행’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서 “산자부의 부당한 조처와 삼성의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공개 저지 활동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비롯하여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다친 사람은 제대로 치료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과 정책을 펼쳐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주관한 ‘국민안전 약속식’에 참석해 삼성직업병 피해자를 만나 “정권교체가 되면 삼성과 피해자간의 대화 주선을 할 뿐만 아니라 이 사안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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