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지상직 노조 출범
"우리는 아시아나 직원이 아니다"
    2018년 05월 02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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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들이 과도한 규율, 장시간 노동, 정규직 승무원과의 임금차별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조합을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는 2일 오전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우리는 아시아나항공의 직원이 아니다”라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우리 이름을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부는 지난 달 27일 노조설립 발기인대회를 열고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지부로 공식 출범했다. 현재 지부 가입 인원은 전체 400여 명 중 120명에 달한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은 승객의 탑승권 발급, 수하물 창구, 비행게이트, 항공사 라운지 등 공항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담당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과 동일한 복장으로 일하는 이들은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회사 KA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다.

KA는 아시아나그룹에서 지상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2012년에 설립한 자회사다. 당초 하나였던 자회사는 이후 KO, KR, AH, AQ, AO 등으로 세분화됐다. 이 과정에서 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은 강제퇴사와 재입사를 거치고 현재는 고용불안, 저임금과 하루 1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까지 시달리고 있다.

지부는 “노동자들은 언제 회사가 또 분리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분사 과정을 거치면서 낮은 도급단가로 인한 저임금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 강도 가중이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비행기 스케줄이 취소되면 23kg 상당의 승객들의 면세짐을 재심사하고 부치고 이동하는 일 모두 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이 한다. 또 비행 취소에 따른 고객의 민원 컴플레인을 받아내는 일도 모두 이들이 한다. 비행 스케줄이 취소될 때면 정규직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도 무한정 업무를 봐야 한다.

지부는 “장시간 서있어야 하는 노동으로 부정출혈, 수면장애, 피부병, 생리불순, 임신초기유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산재처리 보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임금도 아시아나 정직원인 항공기 승무원과 비교했을 때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지상여객서비스 파트가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낮은 도급료 책정으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지부의 설명이다.

지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직원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 과도한 규율과 장시간노동을 감내하지만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며 “또한 이상한 임금체계로 인해 근속년수가 늘어나도 매년 임금수준은 제자리에 머물러 신규입사자와 장기근속자의 임금차이는 거의 없다. 이직률도 높다”고 비판했다.

임금이나 장시간 노동 외에도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상직 승무원들은 항공기 승무원처럼 유니폼을 착용하고 출•퇴근할 수 없다. 회사의 명예를 근거로 지상직 승무원의 출·퇴근 시 유니폼 착용을 금지하는 불합리한 규율 때문이다. 지상직 승무원들은 항공기 승무원보다 1시간 더 일찍 출근해 유니폼을 갈아입고 무임금 ‘꾸밈노동’을 해야 한다.

아시아나 항공기 승무원을 대상으로 피로경감을 위한 개선방안도 간접고용 노동자인 지상직 승무원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부당한 업무 지시나 차별적 대우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도 회사는 ‘일 할 사람 많으니 알아서 나가라’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지부는 지적했다.

지부는 이날 회견에서 “이게 사는 건가 싶은, 더 이상 참지 못해서 이제는 제대로 살아보려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며 “우리는 이름의 의미조차 알 수 없는 회사 KA의 직원이 아닌,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우리 이름을 되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사는 간접고용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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