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동자의 제언
‘구조조정의 전략적 대응’
한국지엠 사태의 교훈을 바탕으로
    2018년 04월 30일 0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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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사 간의 합의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범연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이미 한국 노동현장에서는 일상화된 구조조정에 대해 전략적 대응 방안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한국지엠 사태의 교훈을 바탕으로 글을 올렸다. 본인 동의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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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 4월 23일 한국지엠 노사는 단체교섭에 잠정합의를 하였다. 언론에서는 ‘노사 간 극적 타결로 법정관리를 피했다’라면서 파국을 피한 한국지엠 노사 간의 ‘결단’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노사합의는 노사의 ‘결단’이라기보다는 GM과 정부의 압박에 노동조합이 굴복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GM은 2월 말, 3월 말, 4월 20일, 4월 23일 시한을 정해놓고 끊임없이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해왔다.

지난 3월 26일 베리 앵글 GM사장은 한국지엠 지부장에게 “4월 20일까지 이해관계자가 동참하지 않으면 부도신청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군산공장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의 기회를 줬다.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정리해고권한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협박에 정부도, 노동조합도 냉담했다. ‘자기들이 대주주이면서 채권자 권한을 행사해 부도를 내?’ 그러자 다시 댄 암만 GM 총괄사장이 나섰다. ‘4월 20일이 데드라인이다. 이 날이 지나면 법정관리신청을 하겠다.’라고 강하게 압박을 하고 나섰다.

4월 20일의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국지엠은 4월 20일 8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노사협상 결렬 시 법정관리 신청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군산공장의 조합원 680명의 고용유지가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회사는 군산공장 680명 중 100명의 전환배치, 나머지는 5년 이상의 무급휴직의 제시안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4월 20일 교섭은 결렬되었다. 하지만 한국지엠 이사회는 23일로 연기되고 노사교섭 타결의 데드라인은 23일 5시로 다시 설정되었다. 이러한 GM의 압박에 정부가 가세했다. 그리고 4월 23일 노동조합은 잠정합의를 선언했다.

잠정합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회사와 노동조합은 한국지엠의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로 전환하기 위하여 시급하고 결정적인 조치가 필요한 현 상황을 공히 인식한다.

2. GM 본사로부터 수익성 있는 신제품 배정을 확보하고,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위임받은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실사 결과로 KDB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한다는 전제 하에,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서 다음의 3가지 주요한 항목에 대하여 합의한다. 기본급 인상, 성과급 및 일시금, 단체협약 개정 및 별도 제시한 합의 조항의 상세 내역은 첨부한다.

3. 노사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합의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 국한하여 효력을 발생함에 인식을 같이 한다.

1)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절차 종결 후, KDB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2) GM 본사는 한국지엠의 부평과 창원에 두 가지 미래 제품에 대한 제품 배정을 확정하고, 노사는 이에 대하여 상세히 논의한다.

4. 노사는 이 합의 및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계획 시행의 결과로 GMK가 수익성을 고려하여 단체교섭을 통해 성과급 / 일시금지급을 논의, 결정한다.

(임금과 단체협약 관련 사항)

▶ 임금동결 / 성과급 및 일시금 지급하지 않음 ▶ 근속연차휴가 미사용 시 통상임금 150% => 100% ▶ 고정연차휴가(월차) 미사용 시 소멸 ▶상여금 지급 시 30시간 가산지급 => 22.9시간 가산지급 ▶ 사무직 승진 미실시 ▶설, 추석 시 귀성여비 80만원 삭제 ▶ 자가운전보조금(월 50리터) 삭제 ▶본인 대학학자금 폐지 ▶ 차량구입 시 할인율 21~27% => 15~ 21%

(군산공장 관련 사항)

노사는 2018년 2월에 시행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군산공장 직원들의 고용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피하기 위해 희망퇴직, 전환배치 등의 방법을 시행한다. 단, 희망퇴직 시행 이후 잔류인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종료 시점에 노사 별도 합의한다.

잠정합의가 도출된 후 평가는 GM의 압박에 대한 분노,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면했다는 안도감, 비록 많은 양보를 했지만 군산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평가들이 교차한다. 그런데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시작되는 4월 25일 군산공장 조합원의 고용에 대한 별도합의가 공개되면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군산조합원 고용관련 별도합의 내용)

1.희망퇴직 후 배치전환 내용 고용안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
희망퇴직 신청하지 않은 잔류인원 6월부터 휴직 실시

2. 휴직기간 3년

3. 6개월간 정부 휴직자 고용유지 지원금 (월 180만원 예상) 회사 무급

4. 30개월간 노사 각 50% 비용부담
월 225만원 (180만원 + 45만원) 생계 보조금으로 지원 (세전)

5. 4대 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유예됨
단, 건강보험 회사 부담금 40% 납부 직원혜택 적용받음

6. 위 지급 항목이외 임금 및 복리후생 항목 포함 일체 금품 지급 없음 (학자금, 성과급, 의료비 등)

임금과 성과급, 그리고 단체협약의 복지비용의 양보를 대가로 군산조합원들의 고용을 지켜냈다고 생각했던 조합원들은, 나중에 드러난 군산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유지에 대한 아주 불안한 조건의 합의에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양보와 희생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양보와 희생의 대가가 무엇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주체와 걸림돌의 사이에서

한국지엠 노사 간 잠정합의까지의 과정을 개괄해보자.

GM은 한 손에는 철수라는 협박을, 그리고 다른 손에는 정부의 자금지원과 노동조합의 양보의 요구를 들고 한국에 들어온다. 그리고 2월 13일 전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다.

▶ 처음에는 한국지엠 지부를 포함한 노동운동진영은 ‘한국지엠의 위기의 원인이 GM에게 있는데 왜 우리에게 고통을 전가하는가?’ 라는 방어논리와 함께, 한국지엠의 문제는 정규직만이 아닌 부품사 등 수많은 관련 산업 노동자들의 고용과 지역경제의 문제이고, 그래서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투쟁은 모두를 위한 ‘의로운 싸움’임을 강조한다.

▶ GM과 정부의 노동조합의 양보의 압박은 강화된다. 그리고 고임금의 귀족노조라는 여론의 비난도 거세게 일어난다. 한국지엠 지부는 GM이 한국지엠의 장래와 고용유지전망을 제시하면 임금과 성과급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GM과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구한다.

▶ 하지만 GM은 시한을 정해놓고 노동조합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을 하겠다는 협박을 반복한다. 여기에 정부의 압박이 가세된다. 이제 여론은 ‘강성노조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한국지엠의 미래와 관련 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양보를 압박한다. 갑자기 노동조합이 한국지엠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생사여탈권을 쥔 존재로 급부상하고 노동조합의 양보와 한국지엠의 미래는 동일시된다.

▶ 한국지엠 지부는 벼랑 끝 전술로 버티다가 결국 협상은 고용과 임금과 단체협약의 양보로 귀결된다.

대등한 협상의 과정이 아닌 일방적 협박과 굴복의 과정을 통한 결말의 파급효과는 참담하다. 구조조정의 협박에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노동조합 내부는 치열하게 대립한다. 그러면서 조합원들 내부가 균열되고 관계가 파괴된다. 노동조합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서 내부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동원하는 회사의 움직임은 이러한 균열을 가속화시킨다. (무조건 합의를 촉구하는 연서명, 합의안하면 공장가동을 하지 않는다는 공개적 협박)

노사 간의 적대감도 심화된다. 조합원들은 양보가 정당한 대가와 교환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억울하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GM의 협박과 이에 대한 치욕스러운 굴복의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것을 우려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양보 이후 GM과 정부 간의 협상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마치 노동조합이라는 ‘골치 아픈 걸림돌’이 제거되어 활로를 찾은 듯이 말이다.

노동조합은 한국지엠의 위기와 구조조정 국면에서 당사자 – 주체로서의 위상을 주장을 해왔다. 그리고 GM–노동자-정부, 3자가 다 ‘전제조건’을 걸고 줄다리기를 하는 국면을 상정한다. 즉 GM은 ‘정부가 지원하고 노동자가 양보하면 한국지엠에 준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신차를 내놓겠다’는 거고, 정부는 ‘GM이 신차 계획을 내놓고 실사 결과에 따라서 경영 상태를 개선하고 노동조합이 양보하면 자금 지원하겠다’는 거고, 노동조합은 ‘GM이 장기적으로 고용과 미래에 대해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면 우리도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조합은 3자가 각자의 패를 갖고 협상하는 국면으로 이해를 한다. 하지만 GM도, 정부도 노동조합을 당사자–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빨리 들어내야 할 걸림돌로 이해했을 뿐이다.

노동조합이 구조조정 국면에서 힘 있는 당사자–주체가 되지 못하고 걸림돌 취급을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항상 결말이 대등한 협상의 과정이 아닌 거듭된 시한부 협박의 벼랑 끝에 몰려 ‘죽을 래? 지갑을 내놓을래?’ 또는 ‘다 죽을래? 일부만 죽을래?’ 라는 선택을 강요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지엠의 미래, 그리고 30만 고용을 지킨다는 ‘의로운 싸움’을 선포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앙상한 몸부림으로 끝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력한 투쟁이 부족해서인가? 노동조합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인가?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과연 한국지엠 만의 특수한 경험인가?

GM대책위 발족 모습

당사자–주체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은 한국지엠의 위기와 구조조정 국면에서 노동조합이 당사자–주체로 서지 못한 이유를 한국지엠 지부의 취약한 대응력에서 찾는다.

사실 한국지엠 지부는 임박한 위기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조합원들의 힘을 제대로 결집시키지도 못했고, 일관된 협상과 투쟁전술을 세우지도 못했다.

집행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부평, 군산, 창원, 정비 그리고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해하고 분열되어 있었고, 공장이 폐쇄되고 고용위기에 직면한 군산공장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으로 간신히 투쟁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여기에 소수의 현장 활동가들의 결합하고 있었을 뿐이다.

물론 한국지엠 지부가 좀 더 준비를 잘하고, 현장의 동력을 끌어내고, 좀 더 현명한 교섭전략을 구사했다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사자–주체로 힘 있게 설 수 있었을까? 지금보다 더 치우기 힘든, 더 무거운 걸림돌 취급을 받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우선 구조조정 국면에서 당사자–주체로 서지 못하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의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은 조합원들의 단기적, 경제적 이해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또한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은 해당 조합원들의 단기적, 경제적 이해를 지키는 데는 최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장기적, 전략적인 이해를 만들어내고 해결하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 선거를 통한 경쟁구도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현장 조직 간, 조합원 사이의 열린 토론도 합의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에는 전략이 없다.

지엠의 전략의 변화는 오래 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과 준비도 하지 못했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카젬 사장이 부임하고, 이전의 교섭상황을 부정하면서, 비용절감을 외칠 때 GM의 전략에 뭔가 큰 변화가 있음을 다들 느꼈지만, 전혀 준비를 하지 못했다. 매년 반복되는 임단협을 통한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은 위기와 구조조정의 시기에 직면하면 항상 방향을 잃고 허둥대게 마련이다.

그러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면 대기업 노동조합만으로 당사자–주체로서 설 수가 있는가?

이번 한국지엠 사태를 겪으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사회적 고립의 정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회의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는 하나의 계급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고, 소수의 조직된 대기업 노동자들과 다수의 미조직된 가난한 노동자들 사이의 균열과 갈등은 심화되어 있다. 그래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은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확산시키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대우자동차가 (2001년 2월 16일) 1,750명을 정리해고했을 때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다. 그 연대의 감정 밑바닥에는 1,750개의 가정이 파괴되고, 가족들이 겪을 고통에 대한 공감이 깔려 있을 것이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철폐투쟁 당시만 해도 ‘정리해고의 아픔’은 전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전국의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학생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투쟁에 결합하고 지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정리해고의 아픔’은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단지 정권과 자본에게 ‘사회적 비용’의 부담감만을 줄 뿐이다.

그래서 한국지엠 지부는 이 투쟁이 한국지엠의 만 오천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만 걸려 있는 문제가 아니라, 30만 노동자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문제라고, 한국자동차 산업과 지역경제의 문제라고 역설을 한다. 하지만 그 ‘30만 노동자’들과의 연대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자신만의 경제적 이해에만 몰두해 온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의 이러한 외침은 힘없는, 심지어 위선적인 목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결말은 자신의 고용을 지키는 앙상한 몸부림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그래서 한국지엠 지부, 그리고 구조조정 국면에 직면한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만으로는 힘있는 당사자–주체를 형성할 수 없다. 한국지엠 지부가 외치는 30만 일자리를 지키는 ‘의로운 싸움’ 의 허언은, ‘30만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기주의자’ 라는 여론의 공세에 맥없이 무너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30만 일자리 대책위’ 도 만들고, 금속노조가 움직이고, 민주노총도 움직이고, ‘GM횡포저지. 노동자 살리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지엠 지부의 늦장 대응의 뒤를 잇는 뒷북치는 식의 무기력한 대응만을 할 뿐이다.

한국지엠 지부를 뛰어넘는 폭넓은 대책기구가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한국지엠 지부의 움직임에 의존하거나, 이를 통제하지도 못한다. 특히 금속노조는 한국지엠 지부의 본조임을 강조하지만 교섭을 주도하지도, 투쟁을 주도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모습이 한국지엠 사태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인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는 과연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일관된 전략적 기조가 서 있는가?

구조조정에 직면한 각 단위사업장의 고립된 투쟁에 대한 지원과 집회를 조직하는 것 이상의, 즉 구조조정의 문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사회적 토론과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그러한 전략적 준비와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한국지엠 지부가 30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외치는 것이 사회적 설득력이 없다면, 과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1만 5천의 정규직을 넘어선 28만 5천명의 노동자들의 실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려고 노력은 했는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만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살고 있는가?

물론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문제, 총고용 보장의 요구를 강조하고, 이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위기와 구조조정 국면에서 대공장 정규직 단위 사업장의 투쟁은 결과적으로 정규직의 고용유지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 비정규직을 희생하고 유지를 하느냐, 아니면 비정규직과 함께 총고용 보장의 원칙을 지키느냐의 평가의 근거만을 남긴다.

그래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단위사업장을 뛰어넘는 민주노총, 금속등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지역과 제 사회단체들이 사회적 대책기구, 사회적 토론, 사회적 교섭의 틀이 만들어져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틀을 어떻게 구조조정 국면에서 힘있는 당사자-주체로 세우느냐의 문제다.

구조조정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안에 대한 제안

주목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 국면에서 동일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국면에서의 전략적 대응방안의 매뉴얼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통한다. 그리고 이는 구조조정의 국면을 대비하고 ,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1) 매뉴얼 형태로 준비된 사회적 대책기구

위기와 구조조정 국면이 도래하면 그때부터 상황파악과 사례연구, 대응전략의 수립에 들어간다. 한국지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책회의가 열리고, 토론회가 잡힌다. 한국지엠에 대해서 연구해 온 몇 안 되는 전문가들은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니느라고 바쁘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더 늦다. 현실에 직면해 있는 한국지엠 지부보다 상황파악도 늦고, 대응전략의 수립도 늦다. 한국지엠 지부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으면 더 빨리 일관된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겠지만,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서 한국지엠 지부의 행보를 보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구조조정 국면에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국면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대책기구의 준비된 틀이 필요하다.

이 사회적 대책기구에는 민주노총, 산별노조, 해당 구조조정사업장 노조와 함께 사전에 조직되고 준비된 전문가그룹, 진보정당, 관련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해서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모일 수 있는 그런 매뉴얼이 있으면 어떨까?

2) 산별노조의 주도성의 확립

구조조정 해당 사업장 노조와 조합원들이 가장 절박한 당사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구조조정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사회적 토론, 투쟁, 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모순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업지부의 힘이 강하고 본조가 기업지부를 통제하기 어려운 금속노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상적인 임단투 시기는 지부의 교섭과 투쟁의 주도성을 인정하더라도 구조조정의 시기에는 금속노조의 교섭과 투쟁의 주도성을 부여하는 준비된 결정과 결의가 필요하다.

물론 금속노조의 집행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고, 금속본조와 기업지부의 집행력(비정규직 지회, 지역지부 포함)이 결합된 대책기구가 중심이 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본조인 금속노조와 구조조정의 당사자인 지부 간의 책임과 주도성의 충돌로 나타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현실적 역할조정은 필요할 것이다.

▶ 한국지엠 구성원들의 고용 등 한국지엠 노사 간의 협상

이 차원의 문제는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삼는 식의 정도에 어긋난 타협이나, 전반적인 국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한 지부장의 주도성을 인정한다. 물론 금속위원장과 지부장의 긴밀한 논의를 전제로 한다.

▶ 사회적 대책기구의 구성과 30만 노동자들의 고용문제

사회적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구조조정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하며 사회적 대화와 토론, 투쟁을 이끄는 것은 금속노조 위원장이 주도하고, 지부는 여기에 적극적으로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

물론 산별노조의 지도력이 관철되는 곳은 이러한 역할조정이 불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금속노조등 산별노조는 구조조정의 시기가 되면 즉각적으로 매뉴얼 대로 준비된 사회적 대책기구를 가동시키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야 한다.

3) 사회적 의제화, 토론/ 교섭 / 투쟁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은 솔직하게 자신의 고용을 위해 싸운다고 하면 된다. 물론 같은 공장의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경우 15,000명의 구성원은 30만 명의 1/20(15만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적 대책기구는 이들 다수의 부품사, 판매등 관련업종의 노동자들과 지역의 자영업자들의 고용문제를 집중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한국지엠 지부가 30만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해 싸운다고 하는 것도 , 사회적 대책기구가 한국지엠 구성원의 고용을 위해 싸운다는 것도, 크게 설득력이 없다. 물론 이 두 가지 차원의 고용문제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 대책기구는 중소기업 부품사 노동자들을 모으고,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예를 들어 30만 노동자라는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고용뿐만 아니라 위기에 대한 자본의 책임을 제기하고, 산업정책, 경영참여등 경제민주화등의 요구를 정립하고 이슈화 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지엠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대응에 대한 제언

한국지엠 노사 간에 합의가 되었다고 한국지엠 문제가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4월 27일 전후로 GM과 산업은행 간 MOU 방식의 가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후 실사가 끝난 후 본 협약이 맺어질 것이다.

GM은 산업은행에 자금지원규모를 늘려줄 것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고,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유지를 보장하는 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납세자들의 돈이 더 투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실사는 지금으로서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래서 GM과 정부와의 협상에 사회적 개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떻게 꺼진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 이제 정부와 GM의 협상만이 남았다고 하는 주장에 어떻게 아니라고 말할 것인가? 노동조합은 걸림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한국지엠 문제의 주체–당사자라고 어떻게 주장할 것인가?

1) 금속노조–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책기구를 긴급히 구성

금속노조는 한국지엠 지부의 본조로서의 권한을 분명히 선언하고, 지금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대책기구들과 전문가그룹을 모아 긴급히 한국지엠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개입과 협상을 GM과 정부에 분명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1) 실사 결과를 토대로 GM의 약탈적 경영행태의 개선요구

2) 신차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와 요구 (GM 기 제시 CUV, 9BU/Yx에 기반한 신차 SUV)
: 산업은행 자금지원의 신차개발비용사용에 제한 / 신차에 대한 라이센스

3)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한 요구

4) 물량과 생산규모의 유지 / 고용의 장기적 유지, 등이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최소 3개 공장체제의 유지 , 직영 A/S망의 현수준 유지

5)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 이미 노동조합이 양보한 액수를 출자전환으로 요구, 노동이사/ 사회이사 요구 ( 양보의 대가와 가치에 대한 요구 )

여기에 덧붙여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불법파견 판정을 하고도 공개도 하고 있지 않은 노동부를 압박하고, 즉각적인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사안에 대한 GM의 대응에 대한 대응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2) 창을 잃었으면 막대기라도 들고 싸우자

한국지엠 노 사간에 체결한 합의서는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활용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합의 형식이 조건부 합의이기 때문이다.

2. GM 본사로부터 수익성 있는 신제품 배정을 확보하고,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위임받은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실사 결과로 KDB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한다는 전제 하에,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서 다음의 3가지 주요한 항목에 대하여 합의한다. 기본급 인상, 성과급 및 일시금, 단체협약 개정 및 별도 제시한 합의 조항의 상세 내역은 첨부한다.

3. 노사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합의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 국한하여 효력을 발생함에 인식을 같이 한다.
1)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절차 종결 후, KDB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2) GM 본사는 한국지엠의 부평과 창원에 두 가지 미래 제품에 대한 제품 배정을 확정하고, 노사는 이에 대하여 상세히 논의한다.

즉 실사 이후 정부와 GM 간의 협상이 끝나야 합의서가 효력을 발휘하는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지엠 지부는 합의서의 효력이 실사 이후 본 협상의 결과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확인하고, 남은 기간 사회적 의제화와 사회적 개입에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해서 힘있게 결합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지엠 지부는 특별단체교섭 요구를 통해 위 사항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금속노조의 교섭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3) 본 협상 타결 이후 GM에 대한 대응 전략

GM의 전략은 가변적이다. GM의 철수 협박, 또는 실제로 철수하는 상황이 조만간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을 곧바로 준비해야 한다.

이 가능성에는 당장은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脫지엠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모색해야 한다. 脫지엠의 가능성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쉽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지금 그럴 수 있는 조건은 갖추어져 있지도 않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

필자소개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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