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가 요동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약평
        2018년 04월 28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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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민주노동당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을 지낸 윤영상 북한학 박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대한 느낌과 약평을 올린 것을 본인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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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망과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판문점 선언이라는 역사적인 문서를 만들어 냈다. 그 상징적 장면은 군사분계선을 남북 정상이 함께 넘나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떼길 산책과 도보다리에서의 단독회담은 국제 외교사에서도 찾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무엇보다 판문점 선언이 갖는 본질적 의의는 92년 남북합의서, 2000년 6.15선언, 2007년 10.4선언의 효력을 부활 복원시키면서, 한반도 냉전 해체와 비핵화 문제에 대한 남북 정상 간의 의지를 구체화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은 부활했고, 이명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던져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것을 ‘잃어버린 11년’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중시하는 표현이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냉전세력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3개 영역 13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부분이다.

    1차로 자주의 원칙과 기존 합의의 이행을 강조했다. 자주의 원칙을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남북 공동의 주체적 노력, 주도적 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존 합의의 이행은 당연히 7.4공동성명, 남북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 6.15선언, 10.4선언을 의미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키로 한 것은 정부 차원의 상설협의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지원 의원의 주장처럼 평양과 서울에 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지만, 개성공단 복원이 아직 쉽지 않은 현실에서 그것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뒤이어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활성화,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10.4선언에서 합의했던 사업들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동해선,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철도 현대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도 드러났다.

    두 번째는 현존하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및 전쟁위험 실질적 해소에 대한 부분이다.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과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추진을 약속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냉전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뒤따를 지뢰 제거는 매우 중요한 평화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공동행사를 개최하고, 평화적 교류와 협력의 상징 공간으로 비무장지대가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서해평화수역 합의는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비생산적인 논란을 잠재우면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공동어로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적대상태 종식과 전쟁위험의 실질적 해소는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등에서 발생할 갈등적 상황을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평화적 협상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부분이다.

    남북합의서와 10.4선언에서 반복적으로 합의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했다.

    특별히 단계적 군축을 추진하는 것을 명시한 것을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군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남북한, 그리고 미국의 냉전세력들이 반발하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과제가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3차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의 핵심이다. 특히 올해 종전선언을 못 박은 것은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그것을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세계사적 이벤트를 예고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것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의 본격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을 종전선언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로 유혹하면서 평화협정을 위한 실질적 논의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수준 높은 외교 기술이 작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를 확인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원하는 내용을 표현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식으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부활이 언급되지 않았는데, 6자회담과 관계없이 비핵화를 논의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북미회담을 통해서 드러날 것이다. 6자회담이 속도감을 중시하는 현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만,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소중한 틀을 만들어 나가는 유효한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식을 살리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다. 이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 남한의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와 연결될 수 있는 쟁점을 함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소위 미국의 남한에 대한 핵우산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보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논의틀을 통해서 구체화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는 것은 ‘한계’이자,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판문점 선언은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정상 간의 직통전화를 통한 상시협의체계 구축에 합의하였다. 이것은 남북관계, 북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쟁점과 갈등을 조정,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미 간 협상이 꼬여 있을 때, 남한이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효과적인 장치이자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남한 정부에게는 매우 소중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그렇게 생각해야 가능한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친밀감과 신뢰도가 쌓여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떼길과 도보다리에서의 단독회담이 큰 의의를 갖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올 가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전에 남북미(중)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역사가 요동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손을 들고 기뻐하는 남북 정상(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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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뜻 깊은 시기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 역사의 땅 판문점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이다.

    ⓛ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안으로는 6.15를 비롯하여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밖으로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

    ⑤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⑥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 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다.

    ①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때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며,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18년 4월 27일

    판 문 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필자소개
    전 민주노동당 평화군축운동본부장.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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