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은 '협상', 주한미군은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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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14일 05: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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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평택에 대해 보수언론들까지 나서 “반미세력의 세뇌”, “안보불감증”, “지역주민들의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다. 안보불감증과 이기주의는 그렇다하더라도 “반미세력의 세뇌”에 이르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또한, 정부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외교문제로 비화한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와 외교부의 ‘엄포’는 무지의 소산이든지, 아니면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미일 양국간에 추진 중인 주일미군재편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4월13일~14일 협상이 재개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설사 합의에 이르러 4월 중에 주일미군재편 <최종보고서>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추진 전망은 밝지 않다.

‘전략적 유연성’ 일본과 한국은 달라

   
 
▲ 지난 2004년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부대인  제35방공포여단의 한국 배치 환영식   ⓒ 연합뉴스 
 

일본의 주일미군재편에 관한 협의는 ‘전략적 목표 공유→역할분담 합의→개별기지 재편’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작년 2월의 ‘2+2’(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 협의에서의 합의는 정세인식과 전략적 공동목표에 대한 합의였고, 10월의 <중간보고> 발표는 미일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와 개별기지의 재편‘안’이었다. 애초 미일 양국의 접근법은 전략목표와 역할분담 등 견해차가 크지 않은 부분에서 합의를 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개별기지문제로 넘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미간 협상과는 정반대이다. 한국과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기반한 ‘기지재편안’에 우선적으로 합의를 해 놓고, 기지이전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 1월19일 <한미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가 발표 되었지만, 그것은 사후추인에 불과했다. 한미간에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한 것은 2003년 9월 4차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 회의를 전후해서이고, 미 2사단과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도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른 것이다.

미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요구를 100%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전략적 유연성의 주일미군 버전’이라고 불렸던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의 자마기지 이전 문제이다. 미국은 자마기지에 극동에서 중앙아시아, 중동까지 이르는 지역(이른바 ‘불안정한 호’)을 관할하는 광역사령부(UEY)를 설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에 발표된 주일미군 재편 ‘중간보고’에 따르면 신설되는 자마의 미군사령부는 광역사령부(UEY)보다 한 단계 아래인 거점사령부(UEX)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역할도 육해공, 해병대 4군의 통합지휘, 그리고 일본 유사사태와 극동유사에 대한 대응이다.

이러한 결과는 자마기지의 광역사령부 재편이 미일안보조약의 ‘극동조항’과 충돌하고, 주일미군의 해외출동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며 기지의 ‘확대’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본 국내의 극심한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결과론적인 평가일 수 있지만,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기지재편 협상 과정에서 제한을 받게 된 셈이다.

‘기지부담 축소’ 요구하는 지역 반발로 난항

주일미군 재편과 관련해서 미일 양 정부가 이견을 보이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아츠키(厚木) 기지(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 있는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를 야마구치현의 이와쿠니(岩國) 기지로 이전하는 기지재편 방침에 대해 투표자의 89%가 반대표를 던진, 지난 3월12일의 이와쿠니 주민투표 결과는 미군기지의 확대 재편에 대한 반발의 표현이었다.

행정구역의 개편에 따라 이와쿠니시(岩國市)의 주민투표는 3월20일 효력을 상실했지만, 신(新) 이와쿠니시의 시장선거에서도 주민투표의 결과는 중심쟁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야마구치현의 현지사와 인접한 히로시마현의 현지사까지 나서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작년 10월의 주일미군재편 <중간보고> 결과에 대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일미군 기지재편안(작년 10월 <중간보고서>)에 대해 반발이 가장 강한 곳은 오키나와다. 오키나와는 전체 주일미군기지의 70%가 집중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지축소와 반환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오키나와는 미일 정부가 합의한 “주일미군 재편안에 오키나와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일 양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문제부터 벽에 부딪히고 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기지를 오키나와 나고시의 헤노코 해안으로 옮기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나고시와 오키나와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래 미국은 나고시 앞바다 해상에 대체시설을 만들어 이전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해상시위 등을 통해 저지하자 일본 정부가 헤노코 연안에 비행장을 만들어 이전하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이와 같은 이전방침에 합의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본 정부가 미국 측에 대해 새로운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틀거리는 주일미군 재편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오키나와 가네다 공군기지의 공중급유기를 확대 재편되는 이와쿠니 기지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항모 탑재기 부대의 이전조차 반대하고 있는 이와쿠니 기지에 공중급유기를 이전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일 양 정부는 기지이전 비용의 분담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 측은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이전(약 8천명) 비용의 75%를 부담할 것을 일본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 여론의 반발과 부담액의 비현실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소 다로 외상마저 “미국 측이 제시한 이전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유연성, 기지 확장, 환경치유 비용, 기지이전 비용까지 미국 측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들어주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중단 없는 강행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어쩌면, 동맹의 ‘모범’을 만들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시간표와 요구에 맞추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국과 동맹의 모범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속의 대표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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