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
    문재인 정부의 인권의식 후퇴 드러내
    처음으로 사회적 약자 목록에 ‘성소수자’ 항목 삭제
        2018년 04월 26일 05: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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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Human Rights Plans of Action:NAP) 초안에 ‘성적 소수자’ 항목이 삭제됐다. 지난 2007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래로 이 항목이 삭제된 건 처음이라 인권의식 후퇴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만들어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임기 5년 정부의 인권정책의 청사진이다. 법무부도 3차 기본계획 수립 배경에 대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인권정책 기조 및 인권 관련 국정과제 반영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은 다양한 분야의 인권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2차 기본계획 종료에 따라 지속적 추진 과제 및 새로운 인권개선 요구 반영한 신규 과제로 제3차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3차 기본계획 초안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후퇴한 인권 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논란 거리는 ‘사회적 약자’ 목록에 ‘성소수자’ 항목이 사라진 점이다. 1, 2차 기본계획엔 모두 포함됐던 내용이었다.

    2차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분야에 ‘병력자 및 성적소수자’ 항목이 포함돼있다. 또 성적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우려점을 지적하며 “2007년부터 시행되는 교육과정 및 교육교재에서 특정 성적 지향에 대한 혐오 또는 편견과 관련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1차 기본계획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3차 기본계획 초안엔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돼있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포함됐던 항목이 인권을 국정기조로 삼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계획엔 빠져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성소수자 항목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군형법 제92조5’에 대한 합헌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인용했다. 군형법 제92조5는 군대 내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 오랜 기간 악법으로 분류돼 폐지 요구가 들끓고 있는 법이다.

    앞선 두 보수정부 시절에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가 기본계획에 명시된 내용대로 실현됐는지 여부와 별개로, 문재인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명시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비판 받을 대목이다.

    인권단체들의 규탄 기자회견(사진=참여연대)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소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손잡고, 전국장애부모연대, 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 국정기조는 말뿐”이라며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해명하라”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초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명기되었던 ‘성적 소수자’란 표현을 아예 목록에서 삭제해버렸다”며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라고 이름을 붙여놓고도 ‘성소수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에 있어서 국민적 공감대’ 운운하고 있어 성소수자를 ‘모든 사람’의 일원으로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27개 단체로 구성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전날인 25일 논평을 내고 “정부의 종합적인 인권정책 대상 집단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제외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보며 깊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무지개행동은 “법무부가 이번에 발표한 안은 그동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내용이며,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 기본권 강화라는 정책 기조는 쇼에 불과하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반동성애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의 보편성을 도외시하고 국가의 인권옹호 의무를 저버린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 청소년 참정권, 노동권 등 다른 분야에서도 전 정부와 비교해 크게 진전된 내용도 없다는 것이 인권·시민단체들의 전반적인 평가하다.

    3차 기본계획 초안은 이주노동자에 ‘불법체류’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들을 단속과 처벌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국제사회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난민 인정률을 어떻게 높일지, 처우 정책의 공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도 부재하다”며 “고용허가제 폐지는 언급되지도 않았고, 농․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권 분야 또한 “대부분의 내용이 노동권을 증진하기 위한 계획이라기보다는 고용노동부의 일상 업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지만 초안에는 이와 관련된 계획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해고자 노조가입 금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은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며 “‘사내하도급 노동자’ ‘특수형태 업무종사자 보호’ 항목에서도 노조할 권리 확대 방안은 누락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왜 이런 수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한다”며 “우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권고가 반영되는 수준으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소한 이대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확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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