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눈으로 보자
        2006년 04월 14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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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눈’으로 보지마라” 제4회 서울장애인권영화제(이하 장애인권영화제)가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광화문 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3일간 개최된다.

       
     
    ▲ 제4회 서울장애인권영화제가 14일부터 3일간 광화문 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개최된다.(사진제공=장애인문화공간)
     

    ‘장애인문화공간’과 다큐 제작자들이 공동 개최하는 장애인권영화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하루 행사쯤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거부하고, 4월을 장애인 인권 향상 주간으로 만들어가자는 장애인 인권단체들의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총 15편의 상영작 중 절반 이상이 장애당사자들이 직접 연출을 하고 배우로 등장하는 이 영화제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장애인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이들의 요구를 대중적으로 인식시키자는 목적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올해 장애인권영화제에서는 장애인 인권단체들의 3대 정책 요구안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와 관련된 작품과 함께 장애인의 성(性)·노동권 등 장애인들의 일상 생활을 다룬 작품들이 상영된다.

    지난 2월 초부터 시작된 작품공모에 출품된 40여편의 영화 중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뇌성마비 장애인의 안면근육 장애를 다룬 <얼굴>(2005).

    지난 2005년 장애인영상미디어 교육을 수료한 뇌성마비 장애인인 윤성근씨가 제작한 <얼굴>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본인 스스로를 소극적인 인간, 소심한 인간으로 만들어왔던 안면근육 장애로 인해 겪었던 아픔들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장애인 청소년의 솔직하고 깜찍한 짝사랑 이야기인 <고백하면 받아줄까>와 성에 대한 권리인식이 부족한 정신지체장애인의 성문제를 담은 <性스러운 이야기>, 뇌출혈로 정신지체장애가 된 어머니와 딸의 소통을 다루고 있는 <산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상영된다.

    장애인에게 직접 영상제작을 교육하고 있는 장애인문화공간은 영화제 기간 동안 ‘장애영상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때 제작된 교육수료작을 폐막작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장애인재단과 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문화연대, 인터넷 언론 <프로메테우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

     

    [인터뷰]서울장애인권영화제 기획책임자 최재호씨

       
     
    ▲ 최재호 장애인문화공간 대표.
     

    “장애인은 제3자도 아니고 우리가 도와줘야할 사람도 아니고 불쌍한 사람도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죠. 따가운 시선도 보낼 필요도 없고 애정어린 눈길로 봐달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서울장애인권영화제 개막식 하루 전인 13일. 서울 보문동에 위치하고 있는 장애인문화공간에서 만난 최재호씨. 장애인문화공간 대표를 맞고 있는 최씨는 올해로 3회째 장애인권영화제의 총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작품공모를 통해 상영작을 선정했습니다. 장애인과 관련된 영상작품이 몇편이나 나올까 솔직히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많은 작품이 출품됐어요. 처음에는 다 상영하면 좋겠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작품들을 보니 실망스러운 것들도 많더라구요.”

    주류 미디어 형식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장애인의 현실을 너무 왜곡되고 비하적으로 다룬 작품도 출품돼 씁쓸함을 많이 느꼈다는 최재호씨는 이번 영화제에 장애인의 현실을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을 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상영했던 <소리>라는 영화가 있어요. 언어장애가 있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죠. 언어장애같은 경우는 여러번 대화를 나눠보지 않으면 원활하게 대화를 하기기 쉽지 않아요. 영화의 한 장면에 그 학생이 이런 말을 합니다. ‘얘네들이 언제 내 말을 알아들을까’ 마음에 참 와닿았어요. 비단 언어장애뿐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소통 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했다는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 관객의 대화 시간과 함께, 이후 영화 주제를 놓고 장애 당사자와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토론의 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장애인이라고 모든 현안에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어느 애비의 삶>이라는 영화를 보면 70만원 벌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어느 농아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농아인의 죽음을 놓고 굳이 죽음을 택할 이유가 있냐는 의견과 ‘그게 현실’이라는 의견도 나오게 되죠. 올해 영화제에서는 여러 주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재호씨는 "‘영상 미디어’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 문제가 보다 대중적으로 인식되어 또다른 장애인의 목소리로 자리잡기를 원한다"면서  이번 영화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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