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 아프면 소리치자!
[청년기자] 청년채무,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책임.
    2018년 04월 25일 1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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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벗어나.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이 집 한 달 대출 이자가 얼만 줄 알아? 100만원이야. 내 월급은 190만원이야. 20년 동안 100만원을 내잖아. 그럼 이집이 내 것이 돼. 그런데 20년이 지나면 이 집이 낡겠지?”

최근 개봉한 영화 ‘소공녀’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청년들이 이 대사에 공감을 하면서도 먹먹함을 느낄 것 같다.

2017년 10월~11월 두 달 동안 대구청년유니온이 대구 동성로에서 대구지역 직장이 있거나 거주하는 빚이 있는 만 19세~39세 청년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채무실태 조사에서 97.5%가 대출로 인한 빚이었고 조사대상의 평균 빚은 2603만원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185만원이었는데 이중 28%인 53만원을 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청년들이 빚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청년채무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대구에서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가 2018년 2월 9일 출범되었다.

2018년 3월 19일 대구 삼덕동의 한 카페에서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최유리 대표를 만나 청년들이 처한 심각한 채무 상황과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의 활동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최유리대표

청년부채의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직접 나서 만든 ‘대구청년 빚쟁이 네트워크’

Q. 대구 청년 빚쟁이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서울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는 청년부채를 해결해보자는 움직임이 많지만, 대구시는 청년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제가 활동하는 ‘청년유니온’은 대구 청년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노동의제에만 한정된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대구지역 안에서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많이 내는 것과 청년의제를 가진 조직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청년부채 문제를 너무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요. 지역사회에서 책임지려는 움직임이 없어요.

그래서 청년부채 의제를 가지고 청년유니온에서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의 용역을 받아서 ‘청년부채 새로고침’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청년부채 당사자들이 컨퍼런스를 열고, 우리끼리 빚밍아웃(빚과 커밍아웃의 합성어)을 했어요.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해주었죠. 그리고 청년부채 바로알기 교육을 통해서 채무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이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의외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어요.

마무리 컨퍼런스에서 이 프로젝트를 다같이 진행한 기획단 청년 10명 정도가 모였어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다른 지역보다 대구 청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들은 청년채무자 당사자들이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이대로 끝나는 게 아쉬웠고, 대구지역 청년부채의 심각성과 교육을 통해서 건강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자고 결의했어요. 그래서 2018년 2월에 대구청년 빚쟁이 네트워크가 출범하게 된 거에요.

당사자성을 가진 설문조사가 현실성을 담아냈다.

Q. 평화뉴스 18년 2월 9일 기사.  “대구 청년들, 빚 문제 해결에 스스로 나섰다” 기사에 따르면 빚을 진 대구 19~39세 청년 400명의 평균 부채는 2,630만원이라고 나와 있어요.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많은 편인가요? 이 설문의 취지와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대구가 2위라는 조사가 있긴 해요. 산업기반이 약하고 청년 일자리가 많이 없는 탓인거 같아요. 청년유니온에서 실시한 ‘청년부채 새로고침 프로젝트’ 안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요. 2017년에 동성로에서 설문지를 통해 청년 400명을 대상으로 채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어요. 청년 채무자들이 직접 만든 문항으로 적나라하게 청년 빚 문제를 드러내 보이자는 계획이었죠.

객관화된 데이터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고, 실태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의제를 확산 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 데이터가 우리의 힘이 될 거라 확신했어요. 청년들이 전문성이 없다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기회에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당사자가 직접 만든 문항들을 통해서 내용이 풍성하고 현실을 많이 담을 수 있었어요.

인관관계 단절, 자살하고 싶다고 답한 청년도 있었다.

Q.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빚을 지고 있다면 부담감이 많이 클 거 같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제일 먼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 단절이에요. 빚이 미래도 단절시키는 거 같아요.

‘빚이 자산이다’라고 이야기해요. 2600만원이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빚 때문에 71.4%가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고 대답했어요.

어떤 심리적 부담감이 있는지에 대한 주관식 문항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제일 많이 이야기했어요. 10명 중에 4명은 저축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저축은 미래에 대한 뭔가를 준비하는 거잖아요. 빚을 갚기 위해서는 미래를 포기하는 거죠. 빚 독촉전화 때문에 힘들고, 이자 연채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해요.

어떤 청년은 교통비 아까워서 1,2시간 거리를 걸어 다니고. 오늘 당장 밥 먹는 것도 부담스럽고 말했어요. 극단적인 경운데 자살 하고 싶은 청년도 있었어요.

고용 불안정할수록 2,3금융 이용, 채무의 악순환

Q. 고용형태나 임금수준에 따른 신용도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을 거 같은데요?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 삶과 비정규직의 삶은 극명히 나뉘는 거 같아요. 조사 대상 중에 계약직보다 정규직이 훨씬 많았고, 학생도 많아서 정확한 조사는 아니었지만, 정규직의 평균부채는 3007만원, 계약직은 2085만원으로 나타났어요.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월평균 이자가 정규직은 3000만원에 18만원, 계약직은 2000만원에 15만원이었다는 거에요. 계약직이 비싼 이율의 이자를 내고 돈을 쓰고 있었어요.

정규직이고 소득이 높을수록 1금융을 쓸 수 있고, 계약직이고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2,3금융을 이용하고 고금리의 대출을 쓸 수밖에 없이요. 이것은 곧 채무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죠.

청년배당은 흑수저, 금수저 같은 출발선의 기회를 주는 좋은 제도

Q 들어보니 청년들의 부채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네요. 그러면 이젠 그 대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본 기자가 대구에 청년으로 살면서 느낀 것은, 대구는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 불릴 만큼 보수적인 동네라 그런지 피부에 와 닿는 청년 정책이 전무해 보여요.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도 청년을 겨냥한 공약을 내는 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청년부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거 같은데요. 성남시에 보면 청년배당이라는 게 있잖아요. 다른 도시에서 시행되는 청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에서 아는 게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대구시에도 청년정책과가 있어요.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책들이 많아요. ‘청년정잭 네트워크’라는 3개월 짜리 프로젝트 같은 게 있었는데, 기간이 짧고 내용이 빈약했어요. 정작 필요한 부채나 주거문제 같이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좋은 제도라 생각해요. 청년들은 출발선이 달라요. 부모님 잘 만나서 학자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는 청년이 있는 반면에 4년 내내 학자금대출 때문에 알바 하느라 성적도 제대로 못 받고, 취업공부도 할 시간이 없는 청년이 있어요. 둘은 똑같은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없어요. 청년배당이 일을 안 하고 취업준비에 전념 할 수 있는 제도라 생각해요. 그것은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 주는 제도 같아요.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작지만 중요한 출발이에요.

경기도에서는 청년희망 두배 통장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청년이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3년 후 경기도 예산 등으로 약 1000만원이 적립되는 통장으로, 일하는 청년의 근로의지와 취업의지 고취시키고 자산 형성을 지원해줘요.

광주시의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청년들이 현명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에요. 그중 ‘꿈틀은행’은 청년을 대상으로 무이자, 무담보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사업이에요.

작은 성공 축적의 경험과 사회안전망구축

Q. 청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의 역할이 클 거 같은데 어떤 활동들을 펼쳐나갈 생각인가요?

2가지가 필요해요. 하나는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서 작은 성공들을 축적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지역사회에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해결책을 찾는 움직임을 끌어내야 해요. 두 번째는 빚을 진 청년들이 직접 대안적 사회안정망을 만드는 거죠. 그게 자조금융과 금융복지 상담센터에요.

Q. 자조금융과 금융복지상담센터설립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세요.

자조금융은 계와 유사한 개념이에요. 공동체 안에서 청년들이 출자금을 내고 저축을 해두는 거죠. 그래서 갑작스러운 해고나 이직, 병이 걸렸을 때 2,3금융을 못쓰도록 하고 자조금융을 이용하게 하는 거죠. 모임에 많이 나오고 재능기부를 많이 할수록 신용도와 대출금액이 올라가요. 빚 때문에 고립되어 가는 청년들을 은행테두리 안으로 불러 단절된 인간관계를 재생할 수 있게 해요.

금융복지 상담센터는 교육과 상담을 해요. 저도 사실은 재무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요, 신용카드 만들기도 쉽고 대출도 쉬운 반면에 거기에 해당하는 교육은 없어요. 자기에게 맞는 채무조정 제도를 안내하고 건강하게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거에요. 빚을 상환한 이후에는 채무자가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제교육을 해요.

아프니까 청춘? 아프면 소리치자

Q. 청년들이 이런 빚을 지는 것은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도 있는데, 채무가 내가 잘못이라 생각하고 우울감이나 박탈감에 빠진 청년들이 많을 거 같아요. 그렇게 느끼는 청년들에게 해줄 이야기나 응원의 말이 있나요?

자기 삶 안에서 작은 성공의 축적 경험을 조금씩 실천해갔으면 좋겠어요. 청빛네에 오셔도 돼요. 제발 혼자 있지 말고, 청년공동체가서 관계들을 만들고 그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봐요.

아프니까 청춘인 게 아니고 아프니까 소리 쳤으면 좋겠어요.(청년유니온 캐치프리이즈) 있는 곳에서 소리 질러요. 도움이 필요하면 저희한테 오시면 도움 드릴 수 있고,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고립되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출범과 대구시당 차원에서의 지원계획 등에 대해 대구광역시 서구의원이자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이신 장태수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인터뷰에서 장 의원은 “청년채무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에서 지난 대선공약으로 ‘청년사회상속제도’라는 게 있었는데 청년채무 해결의 일환의 정책이었다. 이번에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청년사회상속법안’이 청년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여 국회에서 입법이 되도록 기대한다. 대구청년빚쟁이 네트워크처럼 청년채무 당사자들이 스스로 빚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런 움직임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런 청년들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대구시당에서는 청년위원회가 대구청년빚쟁이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대구시당 청년위원회’를 통해서 소통하고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정의로운 청년기자단 5기. 칠곡경북대병원 임상병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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