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학생들 노학연대 활발
        2006년 04월 14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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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도 학생운동이 있을까. 물론 있다. 1960~1970년대만큼 급진적이고 활발하지는 않지만 여성, 환경, 소수자 인권 등 신좌파의 세례를 받은 학생운동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전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노동착취공장(sweatshop) 반대운동이 학생운동의 주제로 떠올랐다.

    미국의 학생운동은 경비원 등 캠퍼스 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착취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캠퍼스 반입금지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1998년에 결성된 ‘노동착취 반대 학생연합’(USAS)은 해마다 ‘전국 학생-노동 행동주간’을 열어 집중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 용역노동자 투쟁 동참 활발

         
     ▲ 노동착취 반대 학생연합(USAS)의 로고  
       

    지난 11일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되고 있는 올해 ‘학생-노동 행동주간’에도 미국 각지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두 달 가까이 용역노동자들의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지난주부터 시작된 노동자들의 단식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이 대학 용역노동자들은 이미 학생들의 연대투쟁에 힘입어 임금인상과 의료보험을 쟁취했지만 대학당국과 용역계약업체에 대해 노조결성권 등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버지니아대에서는 지난 2월부터 대학내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라는 학생들의 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투쟁을 통해 직접고용된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쟁취했고 이제 대학의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디슨의 위스콘신대 학생들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임금인상을 이뤄냈다.

    “노동착취공장 제품 안돼!”

    미국 대학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모자, 신발 등의 시장규모는 30억 달러(약 3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나이키, 리복과 같은 초국적 스포츠의류 메이커들이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캠퍼스내에서 판매되는 이들 제품이 노동착취공장에서 생산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화하는 투쟁을 미국 전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 학생들은 대학당국에 대해 학교의 로고가 박힌 의류가 노동착취공장에서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11일 UC-버클리의 강당을 점거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UCLA, UCSF 대학생 등 1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내용의 점거시위가 벌어진 UC-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도 10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 캘리포니아 주립대 학생이 노동착취공장 제품의 캠퍼스 판매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인디미디어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이미 대학의 스포츠 의류를 생산하는 업체에 적용하는 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지정공급자프로그램’(DSP)와 같은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착취반대 학생연합’이 채택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고용주들이 존중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독립적인 기구로부터 승인을 받은 의류회사들만 대학당국과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코넬대, 콜럼비아대, 로드아일랜드대 등에서는 학생들이 대학당국이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도록 하는 성과를 보였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거대기업과도 투쟁

    콜롬비아에서의 노조탄압과 인도에서의 환경파괴 등으로 악명높은 코카콜라도 미국 대학생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는 대학당국이 코카콜라사와 계약을 파기할 것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뉴욕대에서는 지난해말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내에서 코카콜라를 철수시켰고 11개 대학에서 코카콜라의 교내 반입을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 역시 학생들의 주요 표적 중 하나다. 지난해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인 타코벨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맥도날드를 상대로 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플로리다의 토마토 농장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학생들이 대학 인근의 맥도날드 체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200여개 이상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착취 없는 캠퍼스 만들기 캠페인’(Sweat-Free Campus Campaign)에는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662명의 대학교수들이 서명으로 지지의 뜻을 보내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내에서도 우익 학생단체들이 결성되고 있을 정도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지만 미국 대학생들의 노동권 확보, 노동착취근절 투쟁은 미국 학생운동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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