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판매위 정규직,
    금속노조 중집 중 위원장 폭행 논란
        2018년 04월 20일 1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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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 판매위원회(판매위) 조합원들이 비정규 노동자들이 모인 자동차판매연대노조(판매연대)의 가입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을 폭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현대차 판매 대리점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집단가입 안건이 상정됐다.

    당시 중집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집은 해당 안건으로만 2시간 이상을 끌었다. 회의 시작부터 판매위 조합원들이 단상을 가로막고 야유를 하는 등 회의 진행을 방해해 제지를 받았고 2시간 동안 정회를 2번이나 할 정도로 심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해당 안건에 대해 판매위 출신의 현대차 부지부장과 기아차 지부장을 제외하곤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지부의 두 참석자는 안건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김호규 위원장이 표결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중집을 참관하던 판매위 조합원 30여명이 단상 위로 올라와 김 위원장을 둘러싼 채로 온갖 욕설과 막말, 고성을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김 위원장의 목을 누르고 밀치면서, 김 위원장은 뒤로 넘어졌고 그 상태로 10여 분간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금속노조 사무처 관계자들과 판매위 조합원 간에 심한 몸싸움은 30분간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 등 금속노조 사무처 관계자 5명이 찰과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판매위 측은 이날 중집에서 해당 안건을 9기 집행부 때 결정한 대로 중앙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10기 집행부는 판매위의 요구대로 중앙위에 안건을 상정했지만 당시에도 판매위의 방해로 처리하지 못했고, 보름 후 대의원대회에서도 같은 일로 안건이 유예된 바 있었다. 이에 금속노조는 해당 안건에 대해 중앙위에서 폐기됐다고 판단, 중집에서 다시 다루기로 결정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역시 중집에서 해당 안건을 다루는 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의견서를 냈지만, 판매위는 계속해서 중앙위 안건상정을 요구하는 등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매위와 판매연대는 당초 갈등의 골이 깊었던 관계다.

    판매위는 현대차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이고, 판매연대는 대리점 소속의 특수고용노동형태로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다.

    같은 현대차를 팔아야 하는 이들은 자동차 한 대를 판매할 때 지급되는 수당 체계가 다르다. 예컨대 정규직 노동자는 기본급이 있는 대신 차 한 대를 팔면 2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본이 아예 없지만 차 한 대당 100만원의 수당이 나오는 식이다. 당연히 차 한 대당 떨어지는 수당이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대리점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직영점 소속 정규직 노동자들은 한참 불리한 조건 속에서 경쟁해야 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대리점 폐쇄’는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중집에서 판매위 측은 ‘우리는 차 한 대 팔려고 (대리점이랑) 치고받고 싸우는데 어떻게 한 조합원이 되느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끼리 같은 노조에 있을 수 없다’ 고 반발했다고 한다.

    판매연대의 노조 가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한 금속노조도 판매위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하고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차 사측의 판매전략에 있다는 것이 금속노조의 판단이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배척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대리점과 직영점을 갈라놓은 회사의 판매정책이 문제”라며 “대리점과 정규직 조합원이 같이 모여서 싸워서 문제가 있는 회사의 판매정책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리점과 정규직 조합원이 서로 제 살 깎아먹기 하지 말고, 공정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는 등 함께 모여서 문제가 있는 회사의 판매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회사는 계속해서 이런 판매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정규직 조합원이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자를 욕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위 측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회사의 판매정책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장석원 금속노조 대외협력부장 또한 “회사는 차만 많이 팔면 되니까 (직영점과 대리점의) 판매조건을 달리해서 일종의 관리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리점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을 받아들여 함께 싸워서 출혈판매가 아닌, 정도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정규직의 생존권도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 대협부장은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싸움이 아니”라면서 “모든 판매위 조합원이 판매연대의 가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속노조는 김 위원장이 공개적인 결의를 밝힌 만큼 추후 중집을 열고 해당 안건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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