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용돈 받다 국제투기자본 검은돈 챙기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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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14일 11: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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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3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론스타 규탄 촛불집회에 나온 이찬근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인천대 교수)가 한 말을 정리한 것이다.

    외환은행 사태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정말로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론스타라는 정체불명의 투기자본에게 외환은행이라는 전국적인 규모의 은행을 불법, 탈법을 자행하며 팔아먹은 자들은 국민의 세금을 받아 국민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이 땅의 고위 공직자 집단입니다.

    자격이 없는 자에게 거대한 이권을 넘기면서 뒷돈을 받지 않았다면 정말 웃기는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유만으로도 검찰의 수사는 결코 흐지부지 끝나서는 안 되며 사건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고 관련된 고위공직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합니다. 우리는 깃털만 슬쩍 털어내고 늘상 몸통을 숨기고 가는 검찰의 작태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의 하나 뒷돈을 받지 않았다고 칩시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관련 고위공직자는 전원 징계 처분돼야 합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해서 얻게 되는 이익은 무려 4조5,000억 원에 달합니다. 얼마나 큰돈인지 감이 잡히십니까. 1억 원이 무려 4만5,000개가 모여야 4조5,000억 원이라는 돈이 됩니다. 다시 말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인들에게 각각 1억원씩을 나눠준다면 4만5,000개의 기업을 살려내고 고용의 숨통을 열 수 있는 실로 막대한 자금입니다.

    똑똑하고 잘 났다는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 고위 공직자는 뭘 했나

    그런데 자칫 이번 수사에서 론스타가 저지른 불법로비 및 정보조작의 증거를 구체적으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론스타는 세금을 땡전 한푼도 물지 않고 유유하게 이 땅을 조롱하며 떠나갈 수 있는 형편입니다. 도대체 똑똑하고 잘났다는 청와대와 재경부와 금감위의 고위 공직자들은 무엇을 했단 말입니까.

    제일은행을 뉴브리지 캐피탈에 팔아먹은 후, 그리고 한미은행을 칼라일에 팔아먹은 후, 10원 한 장 세금을 못 받아낸 쓰라린 경험이 있었음에도 어찌해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추후 세금징수를 위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들 고위 공직자의 전원 면직과 재산몰수를 요구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이 땅의 고위공직자들이 잘 봐줘야 자신들이 국민을 위해 최소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방치하는 무능한 집단이고, 나아가서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매각권, 인허가권을 이용해 뒷돈을 챙기고 호가호위하는 부도덕한 집단임을 뼈저리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들 무능하거나 부도덕하거나

    외환위기 전만 해도 고위공직자들은 재벌로부터 늘상 용돈을 받아 쓴 집단이었는데 이제 우리 경제가 완전히 빗장을 열고 자유화되자, 투기적인 외국자본과 결탁해 국부유출의 대가를 사적으로 챙기는 집단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에게 과연 이 나라를 맡겨도 되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옵니다.

    이렇게 현 정권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이 때 노무현 대통령은 한 술 크게 더 떠서 한미FTA 체결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외국 투기자본에게 번번히 농락당하고 세금 한푼도 받아내지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국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과연 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우리경제와 국민의 삶을 어떤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지, 또한 그런 함정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런 함정이 있어도 강행할 만큼 그렇게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인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능력을 갖고 있을까요.

    외환은행 사태의 주범은 이 땅의 고위 공직자들입니다. 론스타야 새삼스레 지목해 비판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큰 돈 챙겨먹을 수 있는 판에서 큰 돈을 챙겼다는 점에서 차라리 가장 도덕적 해이가 없을지 모릅니다.

    도박판에 편승 돈 버는 검은 머리 미국인이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이런 망국적 구도에 결탁한 자들은 고위공직자 뿐만이 아닙니다. 김&장입네 삼정KPMG입네 하며 전문가연하는 변호사, 회계사 집단은 국부유출의 방법을 제공해서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 이민 가서 고생한 아버지의 뜻도 모르고 영어 쏼라거리는 기술을 이용해 한국의 도박판에 편승한 검은머리 미국인들이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게다가 외국자본을 마치 개혁과 선진화의 파트너인양 둔갑시킨 몇몇 시민단체들도 그들의 정신적 해이와 무절제한 행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들에게 잘못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특히 금융산업노조와 사무금융노련에 소속된 여러분에게도 큰 잘못이 있습니다. 우리는 외환은행 사태가 단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우리경제가 처한 중대한 모순임을 깨닫고 있었지만 우리의 힘을 결집해 치열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금융 노동조합 잘못도 크다

    노조 내부의 치졸한 파벌주의로 인해, 노조 집행부의 인기 영합적 기회주의로 인해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사회운동 집단으로써 제 몫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양심과 도덕성과 사명감을 재무장하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외환은행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국립암센터의 전직 원장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암환자는 암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의 뜻을 투기자본과 관련해서 새긴다면 투기자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작은 규모의 경제로 다른 나라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우리경제는 결코 투기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칫 시대의 조류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닙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주범이 우리 내부에 있는데 모든 탓을 밖으로 돌리려 하는 우를 범하는 꼴입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우리 내부의 적을 엄중히 다스리되, 투기자본에게 농락되지 않도록 우리의 지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사태수습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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