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민의 물벼락 ‘갑질’
    “일상적···놀랄 일도 아냐”
    “일반 회사원들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생계까지 위협받는데...”
        2018년 04월 17일 1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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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회항’으로 재벌3세 갑질로 논란이 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이어 이번엔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의 ‘물벼락 갑질’과 직원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 등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총수 일가의 거듭되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한항공 전 직원들은 “대한항공 직원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직원들에 대한 갑질이 일상적으로 이뤄져왔다는 뜻이다.

    20년 간 대한항공 기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17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과 음성파일 등에 대해 “내부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딱히 그렇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조 전무가 출근할 때 문 열고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직원들이 긴장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기장으로 7년 간 근무한 후 퇴직한 B씨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무의 음성파일과 관련해 “대한항공 직원이라면 총수 일가가 항상 그래 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 않았다”며 “제가 오히려 놀란 부분은 이제 직원들도 을의 입장에서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낱낱이 공개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마치 물이 끓듯이 어떤 (한계)점에 다다른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전해 듣기로는 조 전무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본인) 기분이 좋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 통과의례처럼 항상 고성을 지른다고 들었다”면서 “조현민 전무가 근무하던 곳이 본사 건물 6층인데, 건물 구조가 위에가 뻥 뚫려 있고 부서별로 칸막이로만 되어 있다. 그래서 (조 전문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6층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지고 서로 눈치만 보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음성파일에 나온 상황에 대해서도 “항상 벌어지는 일이라고 들었다. 고성을 지르기 시작하면 6층 전체가 조용해지면서 사내 메신저로 직원들이 ‘오늘은 무슨 일로 그러는 거냐, 오늘 깨지는 사람은 누구냐’, ‘오늘 저기압이니까 조심해라’ 이런 얘기를 한다. 오죽했으면 직원이 녹음을 해서 제보까지 했겠나 싶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땅콩 회항 이후에 회사에서 직원을 존중하고 소통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는 했지만 말뿐이었지 실제로 변한 게 별로 없었다”고도 했다.

    대한항공에서 10여 년간 기장으로 일했던 C씨 역시 이날 같은 매체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자녀 3명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한테 반말을 한다든지 고함을 지른다든지 이런 일들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을 배려하는 상태에서 말을 했다면 그렇게 고함이나 고성이 오가거나 물건을 던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무 뿐 아니라 총수 일가의 안하무인 행태는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 앞에서도 이뤄졌고 비행 중 안전에 위협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

    B씨는 “총수 일가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온 부서가 비상이 걸린다. 손님들이 탑승하는 중에 지점장을 세워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등 주변의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고 항상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회장님 탄 비행기가 혹시라도 지연이 될까 봐, 비행 중인 기장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서 과도하게 케어를 한다. 기장이 비행 중에 메시지 수신하느라 정상적인 비행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며 “저희들끼리 농담으로 ‘대통령 전용기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상대로 불법 사찰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C씨는 “통합 커뮤니케이션실이라는 부서에서 일일이 직원의 SNS를 사찰해서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다면 그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글을 내리라고 한다”며 “예전에 SNS에 회장 욕을 쓴 직원을 정직을 시키는 등의 일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통합 커뮤니케이션실이라는 부서가 직원들의 SNS를 사찰하기 위해 꾸려진 부서라고 설명했다.

    모두 대한항공을 ‘오너 일가의 공산국가’라고 규정하며 조 전무를 비롯한 재벌3세들의 반복되는 갑질행태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C씨는 “오너 일가는 회사 내에서 거의 공산국가처럼 자기들이 원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그 사람들(총수 일가)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다 바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이건(총수 일가의 갑질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며 “총수 일가의 한마디에 모든 임직원들이 꼼짝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알아서 기는… 금수저들에 의해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도 못하는 그런 구조적인 문제다. 그런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재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노력으로 만든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재벌총수 일가 몇몇의 행태로 추락하는 소위 ‘오너 리스크’의 문제도 지적된다.

    C씨는 ‘이런 논란이 생길 때마다 대한항공 다닌다는 얘기하기가 창피해지고 속상하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도 그 부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것도 있다”며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오너 일가가 자꾸 반감을 사는 행동을 해서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일상적 갑질을 벌이는 총수일가에 대한 단호한 처벌의 필요성도 나온다.

    A씨는 “일반적인 회사원들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생계까지 위협 받을 수 있는 처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재벌총수 일가들의 부도덕함은 수차례 반복돼도 그것들이 개선되지 못하고 진정성 없는 사과로 그냥 지나가는 사례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지금 현 상황대로라면 재발방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나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인식, 존중감을 최고경영층들이 가지지 못한다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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