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가 싫어서가 아니라 평화가 소중해서
        2006년 04월 13일 1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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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을 4월 임시국회 중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국회 기자실에서 열렸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13일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회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나 아직까지 법안에 대한 해당 상임위 논의조차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이 국방위원회를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900명의 병역거부 수감자들이 차가운 창살 아래 갇혀 있다"

    이영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여전히 해마다 600여명의 젊은이들이 감옥을 향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900여명의 병역거부 수감자들이 차가운 창살 아래 갇혀 있다"며 "국방개혁의 요구와 인권 존중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지금 당장 국회는 대체복무제도의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13일 오전 국회기자실에서 병역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 의장은 또 "수많은 나라에서 대체복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오히려 비용과 인력 활용의 측면과 사회복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미 백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대체복무제의 역사나, 20년 가까이 된 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의안에 비추어 우리의 현실은 너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반대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 18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 8명과 민주당 의원 1명은 병역법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 9명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수구적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인인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하유설 신부는 "나는 1969년 월남전 때 전쟁에 참여하는 대신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와서 선교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천주교 신부로 바티칸에 가서 양심적 병역 거부가 가톨릭의 전통 교리에 바탕한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하 신부는 "미국 추기경도 월남전과 이라크 전쟁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지지했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유설 신부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징집에 응하지 않고 대체복무제를 택해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재능있는 젊은이를 범법자로 만드는 일 없어야"

    인천불교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암 스님은 "재능있는 젊은 친구가 군 입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대체복무제가 도입돼 재능있고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범법자가 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KNCC 인권센터 사무국장인 최재봉 목사는 "하느님을 따른다는 것, 평화의 왕으로 온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것은 죄 없는 젊은이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현재 양심적 병영거부를 실천하고 있는 김훈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교실 생활을 하며 평화주의 신념을 얻게 됐다"며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젊은 청년들이 가족과 이웃 의 평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 역시 국방의 의무를 기피하거나 거부할 생각은 없다"며 "대체복무제가 더 힘들고 길더라도 제 평화주의적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기쁜 마음으로 복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의원께서 대체복무제를 시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영 민가협 의장, 임종인 의원, 이석태 민변 회장, 원용진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KNCC 인권센터 사무국장 최재봉 목사, 인천불교인권위원회 원장인 정암 스님,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하유설 신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김훈태 전 군문초등학교 교사 등이 참석했다.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

    한편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대체복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입법부에 이 문제의 해결을 주문한 바 있다. 또 작년 말 국가인권위원회의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 권고 이후 국방부도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민관군 합동 정책공동체를 꾸려 활동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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