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에서 목숨 걸고 자전거 타기
    [에정칼럼] 자전거 전용차로와 불편함 호소 목소리
        2018년 04월 17일 08: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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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서울시의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를 종종 이용한다. 꽃내음 풍기는 봄날이 되며 장갑을 끼지 않아도 따뜻한 봄바람을 마시며 자전거를 탈 수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 좋다.

    그런데 매일매일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마주한다. 자전거 도로가 없이 ‘자전거 우선도로’가 대부분인 서울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슬슬 가고 있으면 화물차나, 버스, 택시들이 경적을 울리며 휙 하고 옆으로 지나가니, 주눅이 들어 보도로 갔다가, 보도에서는 사람을 치겠다 싶어 다시 차도로 내려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전거는 법령상 “차마(車馬)로 분류되어 차도 가장 오른쪽으로 통행해야 한다. 버스중앙차로가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커다란 버스와 함께 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버스가 정차할 때는 버스와 보도,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중간 중간 큰 버스에 치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은 기본이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자전거를 타야한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 시내 종로에 약 2.6km 길이의 자전거전용차로가 생긴다는 것. 개통 당일 종로 자전거 주행 행사를 개최하여 자전거 1천대가 종로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전거 퍼레이드에 참석해 “자동차로 가득 찼던 도시를 사람을 위해 비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시내 전역에 자전거도로를 내 서울을 보행 친화적 자전거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 역시 서울 시내에 자전거전용차로가 생긴다면 운전자들의 자전거도로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라 생각해 따릉이 사용자로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개통 후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자전거도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것 같다. 자전거전용차로지만 택시나 승합차, 불법 주차하는 승용차 등으로 인해 자전거를 자유롭게 탈 수 없다는 평가가 있다.

    서울시는 시 공무원 300명을 교대로 종로 자전거전용차로의 불법 침범을 계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연석이나 가드레일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주변지역 상인들은 상가에 물건을 적재하거나 이동하는 용건으로 화물차를 정차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의 자전거 전용차로 조성은 실정을 반영하지 않는 정책이라 비판한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앞으로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도심 지역에서 택시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말한다.

    이때 자전거전용차로는 자전거전용도로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자전거전용도로는 “자전거만이 통행할 수 있도록 분리대. 연석 기타 이와 유사한 시설물에 의하여 차도 및 보도와 구분하여 설치된 자전거도로”를 의미하며, 자전거전용차로는 “다른 차와 도로를 공유하면서 안전표지나 노면표지 등으로 자전거 통행 구간을 구분한 차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에 종로에 개통한 자전거전용차로는 의미상 다른 차와 도로를 공유할 수 있는 차로인 것이다. 2017년 12월 기준 서울시 자전거도로는 총 868.7km, 이중 자전거전용도로는 104.2km, 자전거전용차로는 54.9km에 그친다. 종로구, 중구, 용산구 등 도심지역은 자전거우선도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서울시는 종로 자전거전용차로에 이어 올 5월에는 청계천변 자전거전용도로 구축에 착수하고, 올해 안에 종로-청계천변-종로간 도심 환상형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라 밝혔다. 더불어 한양도성-여의도-강남을 잇는 약 73km의 자전거도로망도 연내 밑그림을 완성할 계획이며, 종로-청계천 자전거도로를 1단계 계획으로, 2단계로 도심과 여의도, 강남을 연계하는 설계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서울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2016.9) 중 발췌

    이러한 사업 계획은 2016년 9월에 발표된 「서울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중장기 종합계획」에서 제안하고 있는 내용에 기초한 것이다. 동 계획에서 서울시의 자전거 사용 실태를 검토한 결과, “통근‧통학로, 대중교통시설과의 연계성, 자전거도로간 상호간 연계성, 대규모 개발사업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역시 보도폭 협소, 포장 불량, 파손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도로별 문제점으로, 자전거 전용차로에서 차량 주행 및 주정차가 발생하는 문제와,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의 시설등급기준 미흡 문제, 자전거 우선도로의 경우 시인성이 부족하여 택시 등 불법주정차 발생, 진입 차량에 사전 정보 전달 미흡, 우회전 차량 및 버스정류장 정차 차량과 상충 우려 문제 등을 꼽았다.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서울시민이 원하는 자전거 인프라 구축 방안은 “안전한 자전거도로 확충”과 “자전거도로 포장불량구간 정비”, “공공자전거 확대” 등이 조사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계획에서는 자전거 수단분담률을 기존 1.8%에서 3.0%까지 높이고 자전거도로를 약 936km까지 확대하며 사고율을 줄이는 기본방향을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164억원 공사비를 들여 편측 139.2km, 양측 75.1km의 자전거 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사업을 많이 제시하고 있는데,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총 8개구의 평균 경사도가 높아 자전거 이용에 적합하지 않아 전기자전거를 보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서비스를 활성화하거나 푸드전기자전거를 양성하는 사업도 제시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도심 승용차 이용 억제 방안”이다. 이 사업은 단연 박원순 시장의 “도시를 사람을 위해 비우는” 사업이라 말해도 과언이 하다. 연구진은 스웨덴과 런던, 네덜란드 등에서 일부 구간에 대해 전 차종 또는 일부 차량에 대한 통행 제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서울시에서도 혼잡통행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자전거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 통행량이 늘어나면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혼잡통행료 대신 대중교통 요금 할인과 자율적 차량2부제라는 다소 부족한 정책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려 했다. 자전거도로를 늘리는 것도,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민간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도,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좋은 정책이다.

    그렇지만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지적한 안전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목숨을 걸고 자전거를 타야하는 날이 지속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안전한 자전거 이용을 위해 차도의 폭을 줄이고 동시에 자동차 주행 속도를 시속 40km로 줄여 그야말로 “승용차 이용 억제 방안”을 추진한다면 어떨까? 자전거 타기에는 좋은 도시가 될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럿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도시 공간에 대한 정의와 교통 수단의 목적에 대한 토론일지도 모른다.

    필자소개
    econyk@gmail.com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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