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승부수,
일당백의 역할하는 선수
[인터뷰] 정의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경선 후보 권수정과의 대화
    2018년 04월 16일 05: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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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의당에서는 이번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선거 후보자들을 선출하는 일정에 들어가 있다. 또 이들은 지방선거 예비후보로서 본선을 준비하며 선거운동을 열성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의당 당내 선거 중 제법 관심을 모으는 선거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내부 경선이다. 권수정, 정혜연, 오현주 세 후보가 출마하여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 중 권수정 후보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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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현장의 여성 노동자입니다”
서울시의회 들어갈 비례대표 시의원 후보는 연습 기간 없이 실전에 돌입해야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 : 정의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당내 경선에 출마한 3명 모두 여성이고, 다 나름의 특징과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3명의 후보 중 왜, 권수정이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것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비례후보 : 무엇보다 나는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다. 22년 전에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곳에 입사해서 0.8기압 하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한 번도 1위 놓쳐본 적 없는 직종이고, 야간 노동, 감정 노동도 심각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들을 하나씩 바꿔내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노력으로 성과를 이루는 과정을 가진 후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여성단체나 장애인단체와 연대하고, 강서양천민중의집에서 지역을 바꿔나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에서 노조 위원장, 우리 사회 전반을 구성하고 있는 공공영역 노동조합인 공공연맹(현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을 하는 20년 동안 단단히 맺어진 네트워크가 있다. 저의 출마를 전폭적으로 지지,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투자출연기관이나 서울 공기업 노동자들과의 네트워크,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에서의 활동을 통한 네트워크를 가진 제가 정의당의 내용을 알려나가고 진보의 의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

서울은 환경, 문화, 교통, 복지, 보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고, 시대를 바꿔가는 역사적인 흐름을 만들어 갔던 도시인 동시에 환경, 문화, 복지 등 그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의 양극화도 매우 심각하다.

(비례후보가 당선된다는 전제 하에) 특히 이번 정의당 서울시 비례의원은 시의회에 들어가는 바로 그 시점부터 실전에서 정의당의 목소리, 진보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특정 계층,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얘기만 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삶의 전반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노동조합, 여성단체, 장애인단체, 지역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온 제가, 정의당의 서울시의원으로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 여객기에 사고가 났을 당시 여성 승무원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남성 승객을 등에 업고 구출해낸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됐다. 승무원은 하늘 위에서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이들 중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공항에서, 기내에서 마주친 국내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은 불편한 치마와 구두를 착용한다.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여성에게 치마 입기를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문화가 팽배했던 셈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조직이 바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었다. 2013년 노조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 권수정 후보는 노조와 회사의 싸움의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노조위원장이었다.

정종권 : 여전히 현장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로 활동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보자. 당시 아시아나항공 여성 노동자들이 바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들었다.

권수정 : 입사했을 때부터 여성노동자들의 차별이 존재했다. 같은 4년제 대학 졸업한 후에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2년씩이나 났다. 일정한 계단을 올라서야지만 남성과 똑같은 급여를 받게 되는 체계였고, 머리나 용모, 복장 지침도 여성에게 더 엄격했다. 특히 항공사 승무원이라면 탈출 등 안전업무가 굉장히 중요함에도 유니폼이 치마밖에 없었다. 노조에서 2013년 2월에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국회도 쫓아다니면서 2년 넘게 싸워 결국 바지 유니폼을 지급하도록 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놓은 것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부분은 또 달랐다. 지금도 4천명의 승무원 중 바지를 입는 승무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여전히 현장투쟁은 진행 중이다.

“노동과 정당, 모두를 경험…정의당과 노동정치의 연결고리 되겠다”

정종권 :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라면 항공사 정규직 노동자, 괜찮은 조건의 노동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과연 얼마만큼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의구심에 대한 답변해 달라. 또 이와 연관되기도 하는 건데, 정의당 내에서 ‘노동’에 대해, 특히 민주노총과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노동자, 노조 활동가 출신으로서 정의당의 노동정치, 노동운동과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 어떻게 설정해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권수정 : 우선 이 말씀부터 먼저 드리고 싶다. 저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공공연맹 부위원장,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등을 했던 노조활동가이기도 했고, 민주노동당 중앙위원부터 지금은 정의당 영등포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을 하고 있는 정당 활동가이기도 하다. 양쪽, 그러니까 정당과 노동정치에 대해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정당과 노동정치를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국사회가 극단적 사회양극화 속에서 조직화된 노동을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일부 존재하고 있다. 다만 조직화된 노동자들이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인식이 과연 사실인지를 들여다보면, 만들어진 프레임인 부분이 일부 있다고 본다. 지금도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사회연대기금뿐 아니라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외주용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연대투쟁을 하고 또 성과를 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30년 동안 조직된 노동이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 등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그들을 정규직화하고 사회를 바꿔가는 문제에 있어서 가장 진보적이고 센 의지를 가지고 앞장서왔다. 이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도외시 한다는 것은, 특히 진보정당으로선 반성할 점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맞는 부분을 찾아서 일해야지만 상승작용이 있다고 생각하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성패도 거기에 달려있다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당시 후보가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얘기하고, 소수자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름이 불러진 사람들로 하여금 정의당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생각을 갖게 해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 당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내용을 갖춰가진 못하고 있다는 생각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정의당만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은 정의당이 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또 정의당조차도 그런 행보에 대해 고민이 없다고 진단한다.

지금 정의당은 노동을 동반하지 않고선 발전전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기타 세계 여러 나라의 진보정당 역사만 들여다봐도 확인할 수 있다.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내용을 다지고 확장을 이뤄가야지만 모레성이 아닌 단단함을 가질 수 있다. 외연 확장만 고민하고 알맹이를 만들어가지 못하는 건 지금 정의당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역 운동, 노동과 당이 만나는 지점될 수 있다고 생각”

정종권 : 강서양천 민중의집 발기인이라고 들었다. 노동조합 활동가임에도 자기 사업장이나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같은 산별구조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운동까지 참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권수정 : 이번에 (비례대표 경선)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일터는 강남에 있지만 사는 곳은 파주, 성남 등 서울 외의 다른 지역인 분들이 많더라. 자기 사업장에서 노동조건 상승을 위해 싸움을 하더라도, 퇴근을 하고 나면 삶의 공간과 투쟁이 분리되고, 소시민적 일상에 젖어들면서 지역을 바꾸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래서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 서민, 당이 시너지를 만들면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노력 속에서 강서양천 민중의집을 만드는데 참여했다. 지금은 대전, 부산에서도 만들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강서양천 민중의집을 소개하면 강서, 양천 쪽 공공부문의 노동조합들이 모여서 돈을 만드는 등 창립 초기부터 함께 참여하면서 만든 시민공간이다. 법률 상담이나 노동조건 개선, 청소년 진로상담 등 여러 가지 시민사회활동을 진행하고,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이 모여서 조직화에 대해 논의하고 발전시켜온 사례도 있다.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요소들이 논의되고 있고 여성단체 등 다양한 단체들이 상주하면서 이쪽 강서 쪽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지역 활동이 정의당과 만났을 때 대단히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합 활동으로만 연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의 노동과 당이 만날 수 있는 길을 우리가 모색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서울시의원과 시당, 지역위원회의 팀플레이”

정종권 : 아직 지역구를 통해 진보정당의 서울시의원이 당선된 사례가 없다.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당선은 민주노동당 때인 2002년, 2006년 심재옥·이수정 시의원 딱 두 번이다. 이후 10년 동안은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정의당의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특히 서울시의회 입성 가능성이 높은 1번 후보는 서울지역의 진보정치, 서울의 노동자 서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부분에서 과거 심재옥·이수정 시의원에게 배울 점과 더 잘 할 수 있는 점은 어떤 게 있나?

권수정 : 우선 이번에 서울시의회에서 3인 선거구가 축소되고 4인 선거구는 모두 2개로 쪼개지는 선거구획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대 거대세력이 그렇게 밀어붙였을 때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진보정당 시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묻히진 않았을 텐데…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2002년 심재옥 시의원이 서울시의회에 들어가서 이뤄낸 일이 굉장히 많다. 24만명 서울시민의 동의를 얻어 제정한 서울시급식조례는 현재 친환경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대를 맞게 하는 마중물이 됐다. 서울시 산하기관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한 것도 지금의 정규직화 요구의 기초가 됐고, 장애인 이동권 실태조사를 통해 교통약자 관련 조례도 제정했다. 이런 성과들이 심재옥 의원 한 명의 맨파워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를 의회로 보냈던 노동정치 기반의 힘과 진보정당의 잘 다듬어진 조직력과 정책 능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촛불혁명을 지난 이후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이슈 자체가 2002, 2006년 때와 다르고, 시민들의 감수성도, 시대적인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노동이사제 등 노동 관련해 열심히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쌓아온 의제들을 서울시 안에서 정책으로 만들고 제도로 확장하는 것들을 발휘하는 데에선 우호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특히 2002년에 심재옥 시의원이 못해서 지금도 한이 된다는 서울진보연구소를 꼭 만들고 싶다. 이미 후원회 등을 통해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고, 서울진보연구소를 주택·의료·보육·교육 등 의제를 담아갈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게 하고 싶다.

정종권 : 진보정당의 서울지역을 대표하는 대중 정치인인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은 정치력과 정책 능력 등 개인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의 플레이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서울시의원은 진보정당의 서울시당, 그리고 지역위원회 조직들과 팀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급식조례 제정도 심재옥 시의원이 혼자 해낸 게 아니라 시당과 지역위 조직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진 결과다. 무상급식 서명운동을 하든, 정책을 만들든 혼자 힘이 아니라 당 조직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권수정 : 동의한다. 과거 서울시의원이 했던 철도, 병원, 복지를 둘러싼 실천과 투쟁들도 결국 당과 연관돼서 해왔고, (누가 되든) 시의회에 들어가서 뛰기 시작하면 당 조직은 시의원과 같이 움직이는 팀플레이어이다.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는 제가 어떤 순번이 되더라도 정의당의 팀플레이어로서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는 얘기하고 있고 이후에도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할 계획이다.

“서울시 성별 노동격차 해소를 제1호 조례로”

정종권 : 최근 미투 운동으로 여성문제와 성평등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여성과 성평등 문제를 더욱 강하게 발본적으로 제기하면서 중요한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도록 하고 법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여성혐오, 펜스룰, 반페미니즘 등의 정서도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반발 심리들이 정의당 내에서도 제법 있는 것 같다.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도 역임했고, 또 지금은 여성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서 여성 문제와 성평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활동할 생각인가.

권수정 : 여성문제에 있어선 사회, 역사, 경제, 문화 등 너무나 다양한 측면에서 성별 불평등이 존재해왔던 역사가 있다. 사회적 성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나도 그렇다’는 얘기를 하는 미투 운동은 더 광범위하게 벌어져야 하는 지금의 시류이고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차별 문제에 있어서) 가볍게 볼 수도 있는 사례인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일이 이슈가 되어 기사화되고, 컬링 선수가 안경 선배로 불리는 등 여성이 안경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이슈가 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들이 놓여 있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현실을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또 최근 은행권에서 벌어진 채용비리에서도 특혜 채용 문제를 넘어 여성을 배제하는 성차별 채용비리 모습을 동시에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성차별이 모이고 응집되어 성차별 자체를 큰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한 거 같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당원이고 민주노총의 노조 활동가인 동시에 여성민우회의 회원으로 있기도 했다.

최근의 미투 운동을 보면서 (일부 남성들이) 펜스룰을 치고 반페미니즘, 여성혐오로 나아가고 있는 현상도, 결국 따지고 보면 그런 정서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사회에서 소외받거나 힘든 처지의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활동들이 친여성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공공연맹에서 부위원장을 할 때 겸직으로 여성위원장을 하면서 성폭력조사위원회 만들고 그 안에서 조직 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왔던 경험이 있다. 더 많이 고민했던 것은 민주노총 내 성폭력 관련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아예 몇 년 단위로 교육을 정례화 규칙화, 시스템화 시키려고 노력했다.

결국 인권의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미투 운동 등에 대한 반발과 불만의 근저에는 100이라는 총량에서 이러저러한 여성 관련 제도와 규칙이 생기면 그만큼 내 것을 뺏긴다는 정서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미투 운동이든 무엇이든 정해진 총량에서 뺏고 뺏기는 관계, 누군가 이익을 보고 누군가 피해를 입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동반상승하고 총량 자체를 늘리고 바꾼다는 사고로 접근해야 할 거 같다.

정종권 : 동의한다. 경쟁의 논리, 경쟁 집단의 처지가 나아지면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박탈감을 강요하는 사회, 경쟁 만능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면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회구조의 차별적 요인과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가는 게 필요하다.

권수정 : 여혐과 반페미니즘을 넘어서 그런 인식 자체는 성소수자부터 시작해서 (혐오와 차별은) 다른 쪽으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정종권 : 사실 이런 논란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군 가산점 논란도 비슷한 것인데.

권수정 : 군 가산점 문제도 남녀 대립의 문제로 봐야 할 게 아니다. 전체적인 국가 시스템의 문제와 평화를 지향하는 방법의 문제 등 제도적, 국가적 문제인데 이런 의제를 남녀 대립으로 만들어가는 게 문제라고 본다.

정종권 :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문제에 대한 고민이 노동 현장에 대한 고민, 노동현장 등 삶터와 일터에서의 구체적인 차별 문제로 더 세밀해지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들, 특히 모두 여성 후보들이기에 서울시의원으로 역할을 한다면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권수정 : 나는 노동과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출마했다. 그래서 서울시의원이 되면 1호로 제출하고 싶은 서울시의회 조례가 서울시 성별 노동격차 해소와 관련한 조례다.

일부에선 여성들의 처지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고 오히려 남성들이 차별을 당한다고 하지만, 서울의 남녀 임금격차는 상당하다. 여성이 남성의 63%의 임금밖에 받고 있지 않고 일용직·임시직 비율도 여성이 35%, 남성은 23%다. 비정규직 고용형태와 연동해서 국민연금 가입률도 여성은 50% 미만이지만 남성은 70%를 넘어선다. 여성은 통계적으로도 여전히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은 불안정한 노후로 이어진다. 송파 세 모녀 사건도 이러한 여성 노동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서울시의회 들어가면 공공기관부터 여성이 노동현장에서 받고 있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 내용을 담아서 서울시 성별 노동격차 해소를 1호 조례로 제정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절망적인 세상, 바뀔 수 있다는 희망 들려주는 역할 할 것”

정종권 : 민감한 얘기를 좀 해보자. 민주노동당 등 지난 20여년 가까이 진보정당이 배출한 비례대표 시의원, 비레대표 국회의원은 개인의 역량도 있지만 당의 지지율을 근거로 해서 의회에 진출하고 역할을 한 사람이다. 현역에 있을 땐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역량도 검증받지만 임기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례대표 후보를 의원으로 만드는 데에 당에서 물질적, 조직적 투자를 했는데, 임기 이후 진보적 방향에서 지속적 정치활동,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많은 거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권수정 후보는 경선에서 비례대표 순번이 어떻게 되든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겠나.

권수정 : 한때는 비행을 안 하고 노조 활동만 할 수 있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이후엔 노조 활동가들을 워낙 축소시켜서 쉬는 날에 나가서 노조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 길을 갔었다. 사업장 내 노조활동뿐 아니라 강서양천 민중의집 등 지역연대활동도 병행해왔고,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도 비행을 다녀온 후 쉬는 날에 나가서 직을 수행했다. 나는 그런 진지함과 체력, 진정성을 가지고 20년을 살았던 사람이다.

사실 이런 질문을 당에서도 많이 받았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정당 활동, 정치 활동의 기준을 어디까지라고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제가 민주노총 공공연맹에서 싸우면서 병원에서 선택진료제 하나를 없애는 운동, 병원비를 적게 내면서 충분한 의료적 혜택을 받게끔 하던 그 싸움의 과정은 과연 정치가 아니었나, 지하철과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민영화를 막아내 지하철과 철도가 시민의 발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그 싸움은 정치가 아니었을까, 공보육을 강화하기 위해 보육노동자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과연 정치가 아니었나. 또 노동조합에서 정당을 가입시키고 후원금을 만들고 당원을 만들어냈던 과정들은 정치 활동, 정당 활동이 아니었나, 라는 점을 생각해봤다. 그런 의미에서 임기 이후 정당에서 주어지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도, 또는 노조와 사회단체 등의 공간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방향에서 길을 걸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임기 이후에 의원이 아니라도 그 활동의 공간이 어디든 노동정치, 진보정치의 마음으로 활동하면 뭐가 문제가 되겠나. 그게 아니라 비례대표 임기가 끝난 후에 진보정치의 공간, 노동정치의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어떤 경우에는 진보정치의 경계를 넘어서 거대 보수정당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질문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권수정 : 서울시의원 4년 간 일정을 소화하고 당내에서, 다른 단위에서 역할을 맡을 수만 있다면 좋다. 그러데 그건 개인적 역량도 필요하지만, 조직적으로 받쳐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임기가 끝난 후 돌아왔을 때 당에서 그 사람이 가지게 된 지위와 경험, 고민을 얼마나 수용하고 인정했는지에 대해 오히려 제가 다시 질문하고 싶다. 또 시의원으로 출마했던 분들 중엔 돌아갈 자기 현장이 없었던 분들도 꽤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정종권 : 권수정 후보가 노조운동 등 사회 활동을 하게 된 이후에 삶과 활동에서 롤모델이나 인상적인, 기억에 남긴 인물이 있나.

권수정 : 주변에 배우고 닮고 싶은 분이 많고 그 분들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롤모델을 한 명을 고르기가 좀 힘들다.(웃음)

다만 노조활동을 시작한 후 나에게 충격을 줬던 인물은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 중 최초로 고공농성을 했던 강주룡. 일제 시대에 여성노동자가,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고 9시간을 넘게 올라갔던 그 역사를 듣고 굉장히 놀랐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들었다.

(강주룡(1901~1932)은 일제 강점기의 여성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 1931년 5월 29일 평양 을밀대에 올라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최초의 고공농성을 벌였다. 당시 언론들은 강주룡이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였음을 보도한다. 동아일보는 강주룡이“무산자의 단결과 고용주 무리를 타매하는 연설을 하였다”고 시위를 전한다. 1931년 <동강> 7월호는 “끝까지 임금 감하를 취소치 않으면 나는 근로대중을 대표하여 죽음을 명예로 알 뿐”이라는 강주룡의 연설 내용을 보도한다. 강주룡은 “누구든지 이 지붕 위에 사다리를 대놓기만 하면 나는 곧 떨어져 죽을 뿐”이라고 했으며, 8시간 만에 강제로 끌려 내려온 뒤에도 옥중 단식투쟁으로써 임금삭감을 막았다. 이는 그 자신은 고무공장 해고노동자가 되면서까지 쟁취한 것이었다. 강주룡은 잦은 단식투쟁으로 쇠약해져 1932년 평양의 빈민굴에서 생을 마감했다-위키피디아)

정종권 :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경선은 그간 권수정 후보가 해온 경험과는 또 다른 경험일 거 같다.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

권수정 : 아시아나항공 노조에만 있다가 공공연맹에 올라왔을 때 큰 자극을 받았던 적이 있다. 제가 연맹 부위원장으로 담당을 했던 곳 중의 하나가 사회복지시설 정립회관과 원주 상애원이라는 곳이었는데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분들을 처음 만났고 그런 분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자신의 노동조건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노동조건, 사회적 환경, 복지 현실 등을 먼저 돌아보고 개선시키려 했던 이들과의 만남은 제가 그 이전의 사고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 선거운동을 하면서 10년 전 그때 못지않은 자극을 다시 받고 있다. 지역에서 10년 20년 씩 밑바닥에서 활동하고 또 선거에 출마하고 지역에서 진보정치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면서 굉장히 존경스럽고 배워야 할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또 제가 조금은 추상적이고 단편적으로 바라보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청년세대와 소통하면서 그 무게감이 생각보다 묵직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우리 회사에도 인턴으로 불안정 노동을 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고, 월세 60만원씩 내면서 이후를 위한 돈은 모아갈 수 없는 젊은 친구들을 봐왔지만, 그것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이 지금보다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조금 더 확실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확신이 굳어졌다. 어느 정당의 비판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절망적인 사회적 구조 속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보다 희망 섞인 이야기들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정당으로서의 목소리를, 조금 더 강하게 내야겠다는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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