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층의 ‘레어템’, 청년당원을 만나다
    [청년기자들] 자신과 닮은 정당을 고민해봤으면
        2018년 04월 14일 10: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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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봤자 뭐가 바뀌겠어. 이럴 시간에 토익이나 공부하지.” 청년 당원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고 난 후 든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현재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고, 흔히들 말하는 ‘청년층’에 해당한다.

    필자의 주변인들의 정치의식도 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정치인이 비리를 저질렀건, 어떤 정치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건 관심이 없다. 나랏일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니다. 학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정치 정책에도 관심이 없다. 화장실별 물비누 설치, 시험기간 간식 배부와 같은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와 다를 바 없는 총학생회 선거 공약에 불만조차 가지지 않는다. 매 학기마다 등록금과 함께 납부되는 총학생회비 7000원은 그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나보다.

    선거운동을 하는 총학생회 후보들도 별 다를 바 없다. 그들은 학우들의 후보 추천 서명을 받으려고 캠퍼스 일대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자신들이 총학생회에 몸 담그게 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떤 포부와 계획을 갖고 있는지 학우들에게 피력하고 싶어 하지도 않아 보인다. 그저 지정된 머릿수만 어서 넘기자는 분위기만 물씬 풍긴다. 어떤 공약을 가지고 후보로 나올 것이냐는 물음에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대답할 뿐이다.

    이처럼 대개 청년들은 전통적인 정치참여에 관심이 없다. 비전통적인 정치참여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선거유세, 당 가입, 토론 참여 등이 전통적인 정치참여에 해당하고, 인터넷 토론, 시위 등은 비전통적 정치참여라 할 수 있다.

    그럼 다른 계층에 비해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봉 씨(20대 남, 동아대 재학중) 씨는 “정치에 참여해도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한 큰 실망이 정치 무관심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정치에 참여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무기력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현재 정치 현실과 사회경제적 상황, 교육 체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이상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여겨 참여하지 않으려는 게 아닐까. 청년들은 정치에 참여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참여하지 않고, 청년 정치 참여율이 저조해 정치인들은 청년에 관한 정책을 타계층보다 적게 내세울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청년 당원’들이다.

    만 4년째 정의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봉 씨는 현재 당 전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입당하려고 했으나 ‘만 19세 이상’이라는 규정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만 19세가 되던 2014년 1월, 그는 정의당에 청년당원으로 입당했다.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노동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유시민, 노회찬 등 관심 있는 정치인이 정의당에 소속돼 있기도 했지만, 원내에서 유일하게 진보정당으로 자리하고 있으면서 진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정의당을 선택했죠.”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영봉 씨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냉소에 가까운 거 같아요. 언론에 비춰지는 정치의 모습은 항상 부정적인 모습이니까요. 여야(여당과 야당)가 싸우고, (그 싸움으로 인해) 변화되는 건 없다보니까 실망을 하게 되죠. 지난 2012년에 반값등록금에 관련한 정책이 쏟아졌었어요. 당연히 대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때 청년층의 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반값등록금은 거의 무산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처럼 청년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정치가 청년들의 무관심을 불러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면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세우는 당원도 있었다. 청년부대표 정혜연 씨는 ‘지난 대선 이후로 청년들에게 정치가 일상화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촛불혁명과 대선을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결과를 바가 있죠. 이후로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청년들이 한 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정치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은 정당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러한 토대 속에서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영봉 씨는 정치에 냉소적인 청년들을 위해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2년 동안 청년위원장을 했던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청년위원장을 하면서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업이 있어요. 부산 내 기업 이력서 실태를 조사했던 적이 있는데, 이력서 양식이 갖고 있는 차별 요소를 파악하는 일이었죠.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어요. 정의당 같은 작은 당은 방송에서 길어야 10초에서 20초 정도밖에 실어주지 않는데, 방송에서 후속취재까지 해서 2분 넘게 실렸어요. 이 사업이 이슈화가 되다 보니까 부산 노동청장이 부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력서의 불평등 요소를 삭제할 수 있도록) 개선해보겠다는 답변까지 얻어냈습니다. 또, 광주 광산구 지자체가 부산의 사례를 모델로 해서 지난해 1월 1일부터 ‘표준이력서’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가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 당원이라는 타이틀이 청년들에게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신문 기사보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짧은 오락 영상이 청년들에게 더 친근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영봉 씨는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그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선 자신과 닮은 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그 변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고심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정당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필자소개
    정의로운 청년기자단 5기. 동아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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