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후, 녹색당 등과 재창당 대화
    12월 대선, 노동자후보 내고 싶다"
    [인터뷰-홍세화] "정당 지지 3%, 지역구 1석 이상 목표"
        2012년 04월 29일 06:4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는 이번 19대 총선에 임하는 당의 기본 기조는 “출마하고 완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연대 논의에 대해 소극적일 이유는 없기 때문에 지역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레디앙>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화 과정이 “진보신당을 철저하게 배제시키는 과정이었다”며 이는 “다른 소수 정당들은 원천적으로 배제한 대단히 패권적 모습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또 통합진보당의 성격과 관련해서 “정체성의 통합이라기보다는 1차적으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세 불리기, 몸집 불리기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정체성의 혼란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와 함께 “현실의 사회 구조가 ‘옳지 않다’고 규정하는 진보좌파의 가치와 현실의 사회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규정하는 녹색의 가치를 결합시키는 것은 총선 이후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총선 이후 두 당의 통합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3월 16일 진보신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됐다.

    * * *

    “반MB에 가려진 주요 의제 부각시킬 것”

    정종권 : 이번 4.11 총선의 정치적 의미와 진보신당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홍세화 :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이번 총선은 진보좌파정당을 건설해가는 과정에서의 한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총선의 결과에 따라 그 변곡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이 그동안 MB 심판 등의 구호에 가려져 있었던 원전의 위험성, 재벌의 경제적 문제점,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되고,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얘기하고 바라기도 하지만 ‘어떤’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진보신당의 주체적 역량이 많이 부족하여 아쉬움이 있지만, 그 변화가 생태, 탈원전, 에너지 전환, 금융자본 규제 등과 관련한 새로운 전망을 가지는 변화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쌍용차 해외매각과 정리해고 과정을 보면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기업의 명운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끼치는 사람이 노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노동자의 경영권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재벌 문제도 막연한 재벌개혁이 아닌 탈삼성과 같은 구체화된 목표와 계획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총선의 목표는 당연히 정당 지지율 3%를 넘어서 비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고, 지역구 선거에서도 1석 이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 : 현재 진보신당의 지역구 후보는 30여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지역구 후보들의 방침은 무엇인가요? 거제지역은 야3당 단일화를 하기로 했고, 창원을에서도 조건부 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야권연대 등과 관련한 전체 지역에 대한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거제는 인터뷰 이후 김한주 진보신당 후보로 단일화됐다)

     : 지역구 후보들의 숫자는 지금과 약간 조정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 창원이나 마산, 거제 지역에서 야권연대 관련한 논의가 있는 것은 지역의 조건과 상황을 고려한 것입니다. 비례대표의 활동이나 정당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 자체가 대단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 후보들은 진보신당을 알리고 정당 지지를 호소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의 기본 기조는 출마하고 완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대 논의에 대해 저희가 소극적일 이유는 없기 때문에 지역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소극적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추진하면서 진보신당을 철저하게 배제시키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배제된 자들의 서사”

     : 당의 비례대표 후보 전략은 무엇입니까?

     : 후보가 최종 7명으로 확정되어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전국위원들의 찬반투표가 진행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비례대표 후보를 당원들과의 충분한 논의 속에서 발굴하고 당원들의 손으로 선출하는 과정을 밟아야 했지만, 현재 진보신당이 처해있는 내외부적 상황이 대단히 비상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례명부를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전국위원들의 찬반투표에 부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원들에게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비상한 상황에서 당 대표단을 신뢰해주실 것을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애초에 비례대표 후보들의 선정 기준과 방향을 ‘배제된 자들의 서사, 서사를 갖고 있는 배제된 자들’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비정규직, 철거민, 정리해고, 녹색, 장애인 등이 바로 주류사회에서 배제되어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바로 세워야 할 색깔이고 모습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애초에 생각했던 구성보다는 조금은 미흡하지만 ‘배제된 자들의 서사’라는 구성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울산의 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이고 비정규직인 김순자 후보, 해직교사이면서 전교조 위원장이었지만 정진후 후보와는 달리 자신의 조직에서도 지지후보로 승인받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2중의 배제를 당하고 있는 장혜옥 후보, 희망버스로 구속되고 비정규직 투쟁을 위해 헌신했던 정진우 후보, 이방인이면서도 한국사회의 비뚤어진 현실에 정면으로 싸우고 있는 박노자 후보, 그리고 저의 경우도 특수하기는 하지만 20년 동안 추방된 자로서 배제된 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조와 문제의식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호소하는 것이 정당선거의 기조일 것입니다.

    “야권 연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대단히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야권연대에 대한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것인가요, 아니면 진보신당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면서 진행되었던 연대 과정에 대한 비판인가요?

     : 우리는 야권연대를 부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저희들의 내부 조건과 상황을 고려할 때 진보신당이 다른 정당에 대해 먼저 야권연대 논의를 제안하고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야권연대에 대해 항상 열려있다는 태도를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진보신당에 대한 협의를 통합진보당이 맡았다, 3월 8일 두 정당의 야권연대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얘기를 3월 6일 경 건너 들었을 뿐이지, 그들이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접촉하거나 제안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두 정당의 협상 타결 이틀 전에 민주통합당 협상 책임자였던 박선숙 의원실에서 처음으로 연락이 왔고, 그러나 그것도 이틀 뒤에 양 정당이 야권연대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공식적으로 양 정당의 협상 타결이 전제된 자리에 그것도 2일 전에 연락이 오는 것은 정치 상식적 기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연대 논의와 협의를 진행하자는 공식 문서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답변은 없었습니다. 다른 소수 정당들은 원천적으로 배제한 대단히 패권적 모습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당과 가치 공유 필요

     : 최근 녹색당이나 청년당이 창당되었는데, 지지기반이나 지향하는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진보신당과 일정하게 겹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이라는 경쟁의 장에서는 비슷한 가치를 가진 정당이 경쟁상대가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책이나 차별화 전략 또는 연대 전략은 없으십니까?

     : 우리가 겪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녹색당의 창당은 녹색 생태 사회로의 전환을 바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 창당을 하면서 총선을 돌파하기 위해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선거 구도를 볼 때는 안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흐름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일정한 경쟁이 되는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총선 이후 선거 결과에 대해 진보신당이나 녹색당 스스로 평가하고 성찰하면서 다시 어느 지점에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실의 사회 구조가 ‘옳지 않다’고 규정하는 진보좌파의 가치와 현실의 사회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규정하는 녹색의 가치를 결합시키는 것은 총선 이후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총선에서는 굳이 의식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강조하는 것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후보들의 경우는 겹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하겠죠. 그건 대표에 취임하면서부터 가졌던 생각이기도 합니다.

    깃발 버리고, 진보 근거지 벗어난 것 인정 못해

    정 : 조금 껄끄러운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통합진보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민주통합당과 같은 자유주의 보수정당으로 규정하는 것인지, 일정한 진보성을 가진 중도정당으로 규정하는지. 이 문제는 총선 이후에도 부딪힐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이 좀 어렵습니다. 그것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죠. 서로 다른 가치와 지향을 가진 세력들이 한지붕 세가족으로 묶여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 정당의 정체성은 그 정당의 사람에게 물어야 될 것 같네요.

    정체성의 통합이라기보다는 1차적으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세 불리기, 몸집 불리기를 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정체성의 혼란이 나타날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진보성을 일정 정도라고 갖고 있는 정당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딱 잘라서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하지만 한마디 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진보정치의 현실 역량이 항상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그 역량을 좀 더 큰 그릇에서 키우고 싶어서, 또는 진보정치의 고달픈 길에 지쳤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유력 활동가들이 몸을 옮겼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은 조금 있을 것 같지만 동의하거나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 역량이 취약하고 미흡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깃발을 버리고 진보의 근거지를 벗어나 버리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불편한 주제이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정리하시죠.

    유력 정치인 의존 관성 벗어나야

     : 3월 4일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통합당원대회를 치뤘는데, 사회당과의 통합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 우리의 통합은 가치와 전망을 같이 하는 그런 통합이라고 봅니다. 세 불리기도 아니고 총선 전에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총선 대응 때문에 통합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당이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당연한 과정이고 수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총선 이후 새로운 세력과 재창당 등을 거치고 제대로 된 진보좌파정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회당과의 통합을 의미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차 매듭을 지은 것이라고 봅니다.

     : 가치와 전망을 같이 하는 통합이 지금이 아니라 2008년 이후의 어느 시점에서는 왜 진척이 되지 않고 이루어지지 못했고, 지금 2012년 3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홍 : 그것은 그 이전에 당을 이끌어왔던 사람들의 관심이 진보좌파정당의 위상을 정립하고 당의 발전 전망을 세우는 것에 있지 않았던 탓이라고 봅니다. 당이 무엇을 해야 하고, 당의 시대적 소명은 무엇인가 라는 고민보다는 당이 유력 정치인들을 위한 둔덕 역할을 해 온 것, 당 중심성이 실종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은 유력 정치인 몇 분만의 탓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당이 가야 할 길, 당이 해야 할 역할들에 대해 놓치고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의존하려고 했던 관성과도 연관되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총선 이후 재창당, 노동과 녹색 등과 함께

     : 사회당과의 통합 이후 총선이 끝나고 진보좌파정당의 계속적인 재창당을 약속하였는데, 그 계획과 일정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재창당 과정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주체들과 세력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홍 : 물론 진보좌파정당을 함께 할 수 있는 집단으로 가장 먼저 노동계를 생각하고 있죠. 민주노총의 총선방침에 동의하기 어렵고, 노동정치를 여전히 중요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중요하고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들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집단적으로 만나서 대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녹색당 그룹도 진지하게 논의를 할 계획입니다. 녹색당의 패러다임이 갖는 스펙트럼이 아주 넓고 또 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는 것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성찰에 근거한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그리고 진보적 지식인이나 문화예술인들도 소중한 주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진보좌파정당을 제대로 정착시켜보자는 제안을 할 것이고, 현재의 진보신당은 그 과정에서 하나의 밀알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진보신당에게 기득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지만, 만약 그 기득권 비슷한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도 다 내려놓고 밀알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시기적으로는 총선 이후에 논의를 시작해서 대선 이전의 여름을 전후하여 일정한 매듭이 지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으며 그렇게 추진할 것입니다.

    2012년 대선, 현장 노동자 후보내고 싶어

     : 보통 총선을 대선과 연관지어 얘기하기도 하고, 2012년 정치적 전환의 꼭지점이 대선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진보신당은 2012년 대선에 대해서는 어떤 기조와 방향에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까?

     : 대선과 관련한 논의는 조금 이르다고 봅니다. 상황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고, 대선 구도에도 변수가 많이 있으며, 또 총선 결과가 만들 정치지형이 어떠할지도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대선 논의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대선에 현장의 노동자를 후보로 내고, 진보와 노동, 녹색의 정체성과 가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개인적 생각에 불과합니다.

     : 개인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하겠습니다. 정당 대표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식인의 성격을 가지는 대표입니다. 지난 5개월여 대표라는 새로운 역할을 가지고 활동한 소감은?

     : 당이 비상하고 위기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고, 제가 갖고 있던 가치관에서 가장 가까운 정당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상황의 부름을 받았던 것이고, 그 상황에서 대표라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진보신당과 그 당원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당이 만들어지고 당원들이 되었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자존감의 문제이기도 하였고, 그러한 당원들의 가치와 소중함이 가볍게 취급받는 현실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정치에 많은 나이를 갖고, 비판적 지식인 혹은 서생으로서 당 대표라는 삶의 큰 변화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녹녹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의 크기 또한 직접 체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민중권력은 형용모순

     : 직접 당 대표로서 정치의 일선을 경험하시면서 느끼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한국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제가 평소 자주하는 말인데,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어떻게 고양할 것인가가 그 사회의 수준과 모습을 규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진보좌파정당도 단기과제를 넘어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각론에서는 선거제도 정치관계법 등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결국 국민의 의식 수준과 지향점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죠. 정당은 권력 지향이지만 몇 가지 지점에서는 토론하고 성찰해야 할 있다고 봅니다.

    ‘민중권력’이라는 표현이 있죠. 그런데 저는 이러한 표현이 민중들을 빙자한 몇몇 사람들의 권력 지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합니다. 민중의 일상이 정치권력 지향일 수는 없죠. 또 정치 권력자의 일상이 민중 지향적일 수도 없다고 봅니다. 예외라고 한다면 호치민 정도이겠죠. 그래서 그 표현에는 형용 모순의 성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저의 관심사는 그래서 권력에 대한 민중의 견제력, 비판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민중의 집’과 같은 실험이나 현장 노동자들을 동원 대상이 아니라 주체화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배타적 지지라는 것이 바로 동원 중심의 사고 방식, 노조 상층부의 지시와 결정에 조합원들이 따라야 한다는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발상이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마무리 말씀을 해주시죠.

     : 한국 사회에는 진보좌파정당이 필요하다. 양극화와 삶의 불안정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이들을 주체로 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상황이 어렵고 고단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진보의 전망을 모색하고 실천하려고 발버둥치는 진보신당의 존재 이유를 인정한다면 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