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대변인들, "너희가 더 못났다"
        2006년 04월 12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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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공천 진행상황을 놓고 여야 대변인 사이에 낯부끄러운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교대로 국회 기자실을 찾아 서로 상대 정당의 공천 진행상황이 비민주적이라고 헐뜯었다.

    포문은 이계진 대변인이 먼저 열었다. 현안 브리핑을 챙기던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8개 지역 경선, 5개 지역 여론조사 후 단일후보 결정 그리고 3개 취약지역은 전략공천 방식을 최종결정 했다”고 소개하며 “영입이 아니면 후보를 내기 어려운 호남 3개 지역을 제외하면 13개 지역에서 복수후보를 놓고 민주적 선출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고 자랑했다.

    이어 공천권을 시도당의 공천심사위에 이양한 것은 “당대표의 제왕적 공천권 시대를 마감한 일로 한국 정당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는 자찬을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반면 열린우리당은 솔직히 정상적인 경선을 치르는 지역이 단 한군데도 없다”며 “당내 공천에서 한나라당이 이미 완승했다”고 여당을 깎아 내렸다.

       
    ▲ 12일 여야 대변인들의 진흙탕 싸움이 휩쓸고 지나간 국회 기자실 연단
     

    이 대변인이 기자실을 뜨고 1시간이 채 못 지나 이번에는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기자실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 대변인은 만사 제쳐놓고 이계진 대변인의 공천발언부터 반박했다.

    여야 서로 “비민주적이다”

    우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공천에 대해 야당과 언론이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데 억울하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이 전략 공천한 곳은 부산시장후보 한명뿐이며 나머지는 후보로 나선 사람이 한명뿐이기 때문에 경선을 안 하는 것이지 전략공천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우 대변인은 여당도 복수의 후보가 있으면 경선을 한다며 “서울의 경우도 50%를 차지하는 일반국민경선은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기로 이미 이계안 후보 측과 합의가 됐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서 한나라당의 공천잡음에 대해 꼬집었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공천혁명은 지역으로의 공천권 이양이 아니라 지역의 자기 당 현역의원들에게 공천장사하라고 넘겨준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검찰수사가 거론되고 있는 몇몇 야당 현역의원들의 공천관련 잡음을 소개했다. 우 대변인은 “그런 혁명 계속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기자실을 떠났다.

    공천과 경선을 놓고 여야 대변인의 상호비방이 한차례 지나간 후 느지막이 기자실을 찾은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오전의 ‘대결’이 어이없다는 말로 논평을 시작했다.

    민주노동당 “보수양당의 설전 어이가 없다”

    박 대변인은 “양당이 서로 공천에 문제가 있고 서로 자기 당의 공천이 깨끗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곁에서 듣고 있는 당내민주경선 원조 정당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서로 헐뜯는 비판이 어이없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두 대변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열린우리당은 실질적으로 경선을 치르는 데가 없는 3김시대 낙하산 공천보다 훨씬 못한 전근대적 정당이고,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경선을 하지 못하는 현역 의원에게 공천 장사를 하라고 권력을 위임한 정당”이라며 서로 솔직한 건 좋은데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보수 양당이 “상대방 흉보고 집요한 흠집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은 슬리핑, 후보는 스와핑, 남의 당에 대한 공격은 스토킹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계안 의원 "우리 대변인이 틀렸다"

    박 대변인이 떠나자 이번에는 이계안 후보 측의 언론담당자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이 후보 측 인사는 “오전에 우상호 대변인의 브리핑 중 이계안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당내경선 방식에 합의했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는 말만 짧게 던지고 황급히 기자실을 나갔다.

    결국 두 대변인의 진흙탕 논쟁 속에서 드러난 것은 양당이 모두 정당개혁의 성과라고 자랑해온 기간(책임)당원제와 상향식 공천이 2년도 못돼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자기 고백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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