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임금 판결 “BH 흡족”
    법원행정처 문서 공식확인
    노회찬 “청와대의 재판 개입 의혹, 사법농단의 중대한 증거”
        2018년 04월 12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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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3차 조사를 맡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3년 통상임금 판결사건에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 이후, 법원행정처가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BH(청와대)가 흡족해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실제 존재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특별조사단은 전국 법원 구성원에게 보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 파일에 대한 물적조사 진행보고’ 글에서 청와대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해당 문서파일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노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대법원 업무보고 질의에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 대해 ‘BH(청와대)가 흡족해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행정처 문서를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가 (행정처 컴퓨터에서) 확인했다”며 “만약 그 문서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딘 애커슨 GM 회장은 2013년 5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면, 한국에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꼭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당시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한국GM 사측이 1, 2심에서 패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같은 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1, 2심 판결을 뒤엎고 항소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반대의견을 낸 일부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의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 이후 청와대의 긍정적 반응을 파악해 “BH(청와대)가 흡족해한다”는 내용의 문서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특별조사단이 이 문서의 존재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2013년 미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왼쪽)와 애커슨 GM 회장

    노회찬 원내대표는 “그 문서의 존재는 단순히 법원 내부에서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임종헌 차장 등 일부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가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에 개입하기 이전인 2013년부터 대법원 판결에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청와대가 헌법을 위반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을 감소시키고 기업에 특혜를 준 사법농단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14년 1월 9일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통상임금 문제)을 조성해 주고 자동차 규제(경상용차 다마스 생산 재개)를 신속하게 풀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GM의 대법원 판결은 넉 달 뒤인 5월 29일이었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 실제로 GM의 통상임금 사건도 갑을오토텍 사건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결국 2013년 5월 미국에서 GM 사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뒤 한국에 돌아와서 대법원에 통상임금 판결에 대해 어떤 압력을 가하거나 요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과 특별조사단은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쳤던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청와대의 사법농단 의혹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대법원에 어떤 압박이나 요구를 했는지 등에 대해 낱낱이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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