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 예방 무대책·무관심
    노조, 고용노동부 맹비판
    "일부 노동부 관료들 사업주와 결탁, ‘작업중지 및 해제 기준’ 무력화"
        2018년 04월 11일 07: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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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김영주 장관 퇴진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운운하면서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무대책·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며 김영주 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며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와 대책을 마련하고, 사업주를 지도감독하고, 중대재해의 원인을 밝혀 근본적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고용노동부와 김영주 장관의 역할”이라며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김영주 장관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자회견 모습(사진=금속노조)

    금속노조는 산재 예방 제도 실질 개선을 위한 ▲‘작업중지 및 해제 기준’ 준수 및 사업주 결탁 의심 관료 감찰과 징계 ▲산업안전보건법에 ‘위험성평가 노동자 참여 보장’ 명시 및 사업장 지도감독 강화 ▲공정안전보고제도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 ▲독성물질이 잔존한 PU코팅장갑 사용 노동자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실시 및 사업장 사용금지 명령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검진 대상 물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적극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작업중지 및 해제 기준’을 발표했다. 안전보건실태 점검 및 개선조치를 통한 노동자의 안전 보장과 해제 이후 작업계획도 안전성 확보, 작업중지 해제 시 중대재해 등과 관련된 작업의 노동자 의견을 청취, 사업주의 작업중지 해제 요청 시 현장 방문해 개선 조치 확인 및 작업중지해제 심의위원회 논의 등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노동부가 만든 ‘작업중지 및 해제 기준’이 현장에선 전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중대재해 발생 관련 작업중지 및 해제과정에서 일부 노동부 관료들이 사업주와 결탁해 ‘작업중지 및 해제 기준’을 무력화하고 있다.

    예컨대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일부 공정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하거나, 안전점검 및 안전보건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고, 현장 노동자가 ‘작업장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노조는 “지방관서 관료들은 노동부 본부가 만든 기준을 깡그리 무시한 채 작업중지를 막기 위해 위험을 축소했고, 구조적 원인 진단은 외면하고 형식적 안전점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동자 의견은 무시하고 근본대책 수립 없이 ‘작업중지 해제’만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것이 주무부처의 현재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고용노동부 지방청과 지청 면담 항의 농성을 벌이며 해당 관료 감찰과 징계 요구 등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했으나 노동부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장의 근본적 재해예방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5년 전 도입된 ‘위험성평가’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나 노동조합 참여가 보장되지 않아 현장에선 형식적인 평가만 이뤄지지만, 노동부가 제도 개선이나 현장 감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공정안전보고제도와 관련해서도 사업주들이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법적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노동부는 사업주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줬고, 위법적으로 이행상태평가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발암물질, 독성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노동 현장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PU코팅장갑에서 간에 치명적인 장해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가 독일 기준의 80배가 넘는 양이 검출됐지만 고용노동부는 “코팅장갑은 안전보호구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2012년 지정한 발암성물질 187종 중 절반이 넘는 물질에 대해 아직도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을 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앞에선 ‘산재와의 전쟁’이라도 나설 것처럼 산재예방 대책을 발표해놓고도 뒤에선 이를 어긴 관료들을 처벌하는 데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노조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항의까지 나온다.

    노조는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산업재해 예방제도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개정안은 하나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허울뿐인 대책을 얘기하는 사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직업병과 중대재해의 고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즉각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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