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자,
정규직 전환서 축소·배제
“미래 먹거리 연구 비정규직 과학자, 소모품 취급해선 안 돼”
    2018년 04월 11일 05:43 오후

Print Friendly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소속 비정규직 연구 노동자들이 기관 측의 자의적 기준과 밀실 전환심의 등으로 인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일방적으로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전환 대상을 축소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행태로 인해 전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사진=공공연구노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25개의 출연연 중 17개 출연연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계획을 수립했다며, 1186개 비정규직 업무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각 출연연은 전환대상 업무 담당자에 대해 최소한의 적격성 평가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탈락이나 퇴사로 인해 부족한 인원은 내부 경쟁을 통해 추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공개채용을 추진하게 된다.

문제는 이미 전환 계획을 수립한 기관에서 전환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을 기관 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긴 시간이 필요한 연구 업무의 특성상 안정적 고용이 필수적임에도, 여러 방법을 동원한 전환 규모 축소 시도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현재 59%의 정규직 전환율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속해서 고용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 첫 해 계약이라는 이유로 제외하는 등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상자를 축소하고 나서 거기서도 59%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상시·지속업무로 봐야 할 프로젝트 반복 수행 인력은 물론, 재계약 시기가 오지 않았는데도 첫 해 계약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전환규모를 대거 축소했다. 상시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부서장이 임의적으로 판단했다.

전환심의위 구성부터 정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며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던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전체 비정규직 667여 명 중 연구단 소속 500여명의 연구직을 전환 검토 대상자에서 원천 배제했다. 비정규직 연구원 수백여 명은 전환심의위 재구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연구원들은 전환심의위가 어떠한 근거로 자신을 전환 예외대상으로 삼았는지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최숙 기초과학연구원 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진행한 정규직 전환 관련 공청회에 참가한 한 연구원이 ‘7년간 해외 연구원으로 있다가 한국에 정규직 제안을 받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5년짜리 계약직 연구직이었다. 한국에서 장기적인 연구는 꿈도 꿀 수 없고, 단기적 연구결과에 매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라며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아니라 신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채용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지부장은 “한 연구단장에 의하면 모든 연구직과 직원들이 일단 (정규직 전환) 검토대상엔 들어있지만 현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티오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지금까지 연구에 기여했던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보내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뽑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연구 노동자들은 과기정통부가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서 정규직 전환 심의를 완료한 다른 공공기관들에서도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전환 예외 사유’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해 정규직 전환규모를 축소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그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기관 측의 ‘탈선행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면서, 각 기관별 전환 심의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노조는 과기정통부가 모든 출연연의 전환계획에 대해 점검하고 기관 측의 자의적인 판단과 기준으로 인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 파악 등을 주문했다.

이성우 위원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환대상자가 아니라고 사용자가 임의로 배제한 연구 현장의 노동자들을 점검해서 전환대상자에 다수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도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과학자들은 최소한의 연구 환경의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연구원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미래 먹거리를 담보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