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 배당사고,
    ‘유가증권 위조 사기사건’
    금융당국 허술한 관리감독도 문제
        2018년 04월 09일 0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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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증권 배당 사고와 관련해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증권사 차원의 “유가증권 위조 사기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직원 개인의 실수나 도덕적 해이로 축소할 수 있는 사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모두 28억3천만주 가량이 잘못 입고됐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000주를 곧바로 매도했다. 이들이 매도한 주식은 당시 장중 최저가(3만5150원)에 팔았어도 1762억원에 이른다. 한 직원의 경우, 100만주를 팔았는데 이는 350억원에 달한다.

    발행주식(8930만주)의 30배가 넘는 유령주식이 직원의 계좌에 입고된 것은 물론, 시장에서 실제 매매까지 이뤄진 것이다.

    장원교 희망나눔 주주연대 이사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에서 발행해야 할 지폐를 일반은행에서 발행한 것과 같다. 삼성증권이라는 한 개의 증권회사가 유가증권을 불법으로 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은 “쉽게 말하면 내 통장에 돈이 1000만 원밖에 없으면 상대방에 1억을 이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자체 자기 주식을 보유하지도 않았는데 111조원이 직원들한테 가고, 직원들은 그것을 팔아버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상태 LGD투자자모임 대변인도 같은 매체에서 “유가증권 발행을 위해 필요한 상법상 절차 등을 다 무시하고 직원의 클릭질 한 번으로 주식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비유하자면) 자기 집안에 지폐 만드는 기계가 있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9일부터 삼성증권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다른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사고는 일부 직원 문제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됐다”며, 이날부터 이틀동안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시스템에 대한 점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벌어진 데에 대한 제도 점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자기에게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파는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아주 분노를 자아낸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 당국에서 확실하게 점검과 조치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스템, 제도,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이번 삼성증권 사태의 원인으로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단순히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로만 판단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 이사장은 “직원 한 명이 했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언론에서 직원의 실수, 모럴 해저드로 몰고 가는 건 언론 프레임이라고 본다. 본질은 그렇게 발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회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히 직원의 모럴 해저드도 큰 문제지만 전체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지엽적이고 침소봉대하는 것”이라며 “전체로 봤을 땐 위조 증권이 발행됐는데 어떤 시스템으로 인해 발행이 된 것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고 직원이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는 걸로 지금 덮고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도 “진짜 문제는 일개 증권사가 유가 증권을 함부로 찍어내서 팔아 치울 수 있는 (삼성증권의 시스템) 그게 핵심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삼성증권 배당 사고의 본질을 “유가증권 위조 사기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장 이사장도 “연간 750억 씩 전산운영비를 지출하는 삼성증권에서, 직원 단순 실수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언론이 공매도와 연관된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건 문제”라며 “실질적으로 유가증권 위조 사건”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 이사장은 “이런 사태를 관리, 감독하는 기구인 금융감독원이 증권회사 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때가 2013년이다. 5년 동안 증권회사들이 어떻게 시스템 관리를 하는지를 그냥 보고 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터지고 나서도 부랴부랴 실질적으로 위조 증권을 발행한 당사자인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하고, 검찰에 고발하고, 영업정지를 시켜놓고 조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금감원에서 하는 행태는 ‘당신들이 어떻게 처리를 하는가 보자. 빨리 배상해 줘라’ 이런 식”이라며 “관리 감독해야 될 기구인 금감원이나 금감위, 거래소에서 범죄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이사장은 그러면서 “삼성증권의 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삼성증권이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연금이 져야 하고, 14.7%를 투자한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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