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속이는 물 민영화 중단하라
        2006년 04월 12일 0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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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환경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는 지난 2월 <물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약 11조원 규모인 물 산업을 10년 내에 20조원으로 육성하고, 세계 10위권 기업 2개소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국내외 물 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상하수도 서비스업의 구조개편 등을 포함한 다섯 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하였다.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수돗물 불신과 중소도시의 열악한 수도사업 현실을 극복할 획기적인 내용이라면 적극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자원공사를 위한, 수자원공사에 의해 주도된 상수도서비스 개편계획으로, 상수도분야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핵심내용을 포함하여 사실상 물 민영화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상수도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 주장은 국민 속이는 것

    정부안은 현재 상하수도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을 전제로 베올리아, 수에즈와 같은 거대 물 기업이 세계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우리도 하루 빨리 민간기업을 육성하여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민간기업에 의해 상하수도 서비스가 제공되는 인구는 세계인구의 9%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민영화가 실시된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하고는 6%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 물시장의 현 규모는 830조원으로 다국적기업의 매출액은 이중 33조원인 4% 정도에 불과하다. 또 미국, 일본과 같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하수도 분야는 국가가 직접 관할하고 있다. 정부가 표현한 세계 물시장이란 물 부족, 물 사유화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아시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상수도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미국도 국가가 직접 관할하고 있는데

    상수도 민영화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수자원공사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정부가 이러한 빈약한 논리와 과대포장, 왜곡을 통해서라도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이면에 수자원공사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도시규모의 지방자치단체는 규모의 문제로 상수도사업 효율성이 낮고 시설투자 재원도 부족하다. 현재 이러한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수자원공사가 위탁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위탁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수도법상 수자원공사이외에는 이러한 위탁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일부 광역도시 상수도사업본부를 공사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공사화는 민영화의 전 단계로 현재 46개 지방자치단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수자원공사의 지위만 확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먹는 물 신뢰구축, 지방상수도 사각지대 해소 등 공공성 가치를 상실한 수자원공사의 수술이 시급하다. 수자원공사의 재원과 기술력은 댐건설과 택지개발에서 얻어진 잉여금이나 상수원수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자원공사의 상수원수 원가가 매우 높은 상황이며, 가격 결정도 소비자나 지방자치단체의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다고 불만이 높다.

    이러한 상수원수의 높은 원가는 수돗물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고, 또한 공공영역인 수도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이 부담을 고스란히 적자로 메우고 있어 상수분야의 투자를 못하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상수도 원가 인상과 물 분쟁  부추길 것

    민간기업은 이윤추구를 최대의 목적으로 한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은 민영화의 대상이 아니고 사적 이윤추구의 대상도 아니다. 이제까지 물이 공공부문에서 국민에게 제공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민영화가 가져오는 각 종 부작용을 먹는 물에서 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

    당장 물 값 현실화라는 이유로 수돗물 가격의 상승은 자명한 일이다. 공공재인 물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단지 공산품의 일종으로, 민영화만이 대세이고 해법이라는 정부의 왜곡논리는 오히려 국민 갈등과 저항을 부추기는 꼴만 될 것이다. 물은 생명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이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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