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집'이 된 정당
    2006년 04월 15일 05: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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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여의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이 시끌벅적하다. 전북지역 80여명의 파산선고 신청자들이 15일 민주노동당 중앙당사를 방문, 당원가입서를 제출하고 집단 입당식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 전북도당에서 창립한 ‘나홀로길라잡이’ 회원으로 본인들이 파산선고 신청을 한 경험에 바탕해 또다른 신용불량자들의 파산선고 신청을 돕고 있다.

   
▲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나홀로길라잡이’ 회원 80여명이 15일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입당식을 가졌다. 

이날 민주노동당에 60명 회원의 당원 가입서를 대표로 전달한 이종풍(49)씨 역시 한때는 신용불량자로 본인은 물론 가족이 모두 빚 독촉에 시달렸다. 자영업을 하던 이씨가 빚을 지기 시작한 것은 97년 IMF 시절이다.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이 쌓이기 시작했고 카드 돌려막기로 빚은 점점 불어났다.

택시 운전을 하며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지만 비싼 카드 이자를 갚기에도 버거웠다.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또 생활을 위해 부인 역시 카드 대출을 받으면서 결국 부부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9월인가 민주노동당에서 파산신청 상담을 해준다기에 교육을 받고 파산신청을 했어요. 지금은 파산 선고를 받고 면책심의도 받고 면책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카드 빚이 늘어만 가고 집의 세간까지 가압류되는 동안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이씨는 파산신청 교육을 받으면서 당당해졌고 파산신청 서류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이씨처럼 민주노동당에서 파산신청 상담을 받고 파산선고를 받은 이들이 모여 다시 다른 신용불량자들의 파산신청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나홀로길라잡이’ 모임이 꾸려지게 됐다. 본인도 파산신청을 하고 직접 상담까지 해주는 정회원만 40여명이고 매월 둘째주 모임이 있는 날이며 100여명의 회원들이 전북도당 사무실로 모여든다.

   
▲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나홀로길라잡이’ 회원 대표가 김선동 사무총장에 60명의 당원 가입서를 제출하고 있다.(왼쪽) 김선동 사무총장이 당원 빼지와 열쇠고리를 전달하고 있다.

“누가 가입하라고 강요한 게 아니에요. 잘 몰라서 당하고만 있다가 민주노동당에 와서 파산선고 신청을 하니까 모두 너무 고마운 거예요. 서류를 준비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정말 서민을 위한 당이다 싶어서 당원으로 가입까지 하게 됐습니다.”

카드 빚으로 한 푼이 아쉽지만 한달 5천원의 당비가 아깝지 않다는 사람들이다.(민주노동당 당비는 한달에 1만원이지만, 실업자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파산선고 신청을 하고 빚을 탕감 받았지만 여전히 경제 활동에 제약이 많은 만큼 앞으로 민주노동당에서 신용불량자 관련 법과 제도를 고쳐나가는데 함께 할 생각이다.

‘나홀로길라잡이’ 회원들은 이날 민주노동당 김선동 사무총장에 당원 가입서를 제출하고 당 빼지와 열쇠고리를 기념으로 받았다. 빚지고 못 갚는 사람이란 죄책감 대신 파산신청의 자기 권리를 찾고 다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주권자로서의 당당함이 남았다.

서울까지 올라온 김에 국회의사당에도 가보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도 만날 참이다. 지난해 전북도당에 내려와 신용불량자 관련 강연을 해 인연이 있는 심상정 의원을 만나 간담회도 가진다. 마침 국회 뒷길에는 벚꽃 축제도 한창이다. 국회로 향하는 ‘나홀로길라잡이’ 회원들의 발걸음이 가뿐하다.

   
▲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나홀로길라잡이’ 회원 80여명은 15일 국회를 방문 심상정 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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