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입범위 확대 법률화,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피해집담회 “재벌 이익 위해 최저임금 노동자 주머니 법적으로 강탈”
        2018년 04월 06일 07: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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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법률로서 확대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사업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 단축 등 최저임금 인상 회피 꼼수를 합법화해주겠다는 것이라 노동계의 저항이 예상된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 민주노총은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점 및 피해사례 집담회’를 개최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란 상여금, 식대 등 최저임금에 포함이 금지돼있는 수당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최저임금 6470원 기준으로 하루 6시간, 월 20일을 근무했다는 가정 하에 ‘매달 77만6400원+식대 10만원+교통비 5만원’ 총 92만6400원을 받았던 노동자 A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총 1백5만3600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통비, 식대 등을 최저임금에 모두 포함하는, 즉 최저임금 산업범위 확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A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90만36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커녕 오히려 임금삭감의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이유로 소득 주도 성장을 외치던 현 정부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불법이다. 그럼에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사업장 곳곳에선 이미 불법과 편법이 넘쳐나고 있다.

    최저임금 집담회(사진=민주노총)

    민주노총 인천본부 남동노동상담소 유선경 노무사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2017년 10월경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사업장들에 대한 상담이 접수되기 시작했다”며 “2018년 1월부터는 익명신고를 받아 취합된 사례를 중부고용노동청에 전달하고 근로감독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유선경 노무사가 소개한 일부 사례는 이렇다.

    인천 남동구 모 제조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상여금 400% 중 250%를 기본급에 포함하고 150%는 내후년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많을 경우엔, 특근수당을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부천의 한 신발판매점에서는 임금항목을 변경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편법으로 산입했다. 신입 알바노동자의 경우 시간외수당을 직무수당으로 변경해 지난해와 기본급을 동일하게 주고 있다. 정규직은 상여금 300%를 12개월로 나누고 직무수당으로 변경해 지급하고 있다.

    모 사업장의 경우엔 퇴직금까지 매월 급여에 포함시켰다. 퇴직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 올해 최저임금 수준을 맞췄다는 것이다.

    인천 서구 한 가스충전소는 중식과 석식비를 회사에서 제공하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중식과 석식비를 본인 부담으로 변경했고, 인천 부평구 한 제조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급여에서 기숙사비 10만원을 매월 공제하겠다고 공고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불법, 편법 사례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한정하지 않았다. 유통재벌로 불리는 신세계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도 최저임금 인상 회피를 위해 유급휴가 없애기, 인원충원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의 꼼수를 벌이고 있다.

    김진숙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의 발제에 따르면, 2016년 유급여름휴가 5일을 30만원으로 보상하겠다고 제도를 바꾼 롯데마트는 올해 여름휴가 보상금 30만원을 모두 최저시급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7530원을 맞췄다. 여기에 더해 근속수당(월 2~10만원)과 신선수당(월 10만원)도 기본급으로 추가 산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라며 올해 주 40시간 노동을 주 35시간으로 줄이고 휴게시간도 단축했다. 그러나 인원 충원은 전혀 없이. 노동시간만 단축하면서 노동 강도는 전보다 더 높아졌다. 사실상 임금 삭감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꼼수인 것이다.

    김진숙 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긴 하지만 인상만큼 물가, 세금도 오르므로 사실상, 실질임금은 전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최소한의 보장 장치인 상여금, 식대, 수당마저 기본급으로 산입한다는 것은 재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생계 유지 조차 어려운 최저임금 노동자의 주머니를 법적으로 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편에 설 것인지, 재벌들의 편에 설 것인지 똑똑히 판단하고 산입범위 개악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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