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자본 국내투자 법적 규제 필요
        2006년 04월 11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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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자본이 국가 기간산업 주식에 투자할 경우 우리 정부의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심사하고 규제하는 이른바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미국처럼 ‘국가안보’라는 포괄적 기준을 제시해 법 적용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포괄적 규제 기준 필요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으로 국부유출 우려와 해외 자본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국제 투기자본을 규제하는 ‘외국환 거래법 개정안’, ‘외국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증권거래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법안을 발의한 심상정 의원과 이상경 의원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 기간산업 보호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 11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한국판 액슨 폴로리오법을 도입하자’- 외국자본규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여한 왼쪽부터 왕상한 서강대 교수, 이승철 전경련 상무,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왕상한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은 엑슨 플로리오법에 따라 주요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서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외국인 투자를 조사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 뒤에는 사법심사권을 배제해 어떤 기업도 문제제기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상경 의원이 발의한 증권거래법 일부개정안의 심사위원회 구성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증권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심사위원회 구성은 관련 부처 차관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돼 있으며 법 적용 대상 기업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국한돼 있다.  왕 교수는 “규제기구 구성원을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하고 그 외 인사 참여는 최소한으로 국한하는 한편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최종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는 국가안보라는 모호하면서도 포괄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외국투기자본의 위해를 판단하고 그 결과가 다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의원 발의법안보다 더 쎄게 나가야 된다"

    왕 교수는 “재경부가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주장하면서 외국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안보’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세계화란 이름 하에 경제개방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국가 안보, 국익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세이프 가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 역시 “미국의 엑슨 플로리오 법에 따라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가 많지 않은 것은 전면조사에 들어가기 전 외국 자본이 투자 계획을 자진 철회하는 등 이 법의 예방효과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라면서 “개정안이 전기, 에너지, 통신 등 법 적용 대상을 기간 사업으로만 제한한 것은 겉으로는 강력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외 산업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법 적용 대상의 확대를 주장했다.

    정부가 나서 기업 경영권 지켜주는 제도 마련은 시기상조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한다면 미국의 대표적 비관세 장벽인 엑슨 플로리오법을 없앨 것을 주장하든지, 아니면 개정안처럼 업종나열형이 아닌 정책목적 열거 형태의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을 제정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법 적용 대상의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11일 ‘한국판 액슨 폴로리오법을 도입하자’- 외국자본규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여한 제임스 루니 대표(중앙)와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토론회를 주최한 심상정 의원은 “외국투기자본 규제와 관련 외국은 금융, 공공기업, 전략적 제조업 등 국가 경제 발전의 차원에서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 만큼 법 적용 대상의 확대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재계가 주장해 온 정부 차원에서 기업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의 예로 스웨덴의 ‘차등의결권’ 등을 제시하고 “기업에 대한 제도는 사회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스웨덴 기업은 고율의 누진세, 세계 최고의 세금을 내고 있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기업은 스스로 많은 개혁을 통해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법 적용 대상의 확대와 내용 강화 주장에 대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상경 의원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는 최소한의 형태로 법안을 마련했다”면서 “추상적 규제 때문에 법이 작동돼야 할 현실에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 11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을 도입하자’- 외국자본규제 방안 모색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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