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EP 한미FTA 경제 효과 은폐, 조작"
        2006년 04월 11일 06: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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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미FTA 체결시 경제적 효과’ 관련 연구보고서 가운데 핵심 내용인 무역수지 항목이 KIEP에 의해 은폐되고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지금껏 정부가 이 자료를 근거로 한미FTA의 정당성을 옹호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자료의 은폐, 조작이 사실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한미FTA 추진를 추진하는 정부 논리의 신뢰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7일 민주노동당 한미FTA특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하는 권영길 의원(사진=권영길 의원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11일 대정부질의를 통해 KIEP의 ‘한미FTA 체결시 경제적 효과’ 관련 연구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무역수지 항목이 KIEP에 의해 은폐되고 조작되었다고 조목조목 주장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KIEP는 지난 1월 18일, 3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한미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같은 기관이 발표한 두 보고서에 차이가 있다. 1월 18일자 보고서에는 들어 있는 무역수지 항목이 3월 3일자 보고서에는 빠져 있다. ‘무역수지 항목’은 한미FTA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판단하는 핵심 항목이다.

    권영길 의원실의 3월 3일자 자료의 원본보고서 제출 요청에 따라 KIEP는 3월 23일자로 작성된 보고서를 권 의원실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한미FTA 추진에 따른 대미무역수지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4개의 분석모델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 중 3개의 모델에서 약 50억달러의 무역수지 감소라는 부정적 결과를 얻고 있다. 현재 대미 무역 흑자가 150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역흑자의 1/3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정도면 한미FTA 추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의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3월 23일 제출한 50억달러 감소라는 통계치도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권영길 의원실은 지난 10일자 ‘말’지의「KIEP 보고서 조작 및 의혹제기」보도 직후, 무역수지가 누락된 채 발표된 3월 3일자 세미나 발표문의 원본자료를 입수했다.

    권 의원실에서 새로 입수한 3월 3일자의 원본자료에는 CGE 모델로 분석한 결과 한미FTA에 따른 대미 무역수지 감소 규모가 73억달러로 나와 있다. 그러나 3월 23일 KIEP가 제출한 자료에는 CGE 모델로 분석할 경우 대미 무역수지가 47억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KIEP가 26억달러를 고의로 줄여서 권 의원실에 제출한 것이다.

    자료의 조작 가능성은 다른 정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외교통상부가 지난 4월 6일 권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자료를 보면 한미FTA에 따른 무역수지 감소 규모가 73억달러로 나온다. 지난 3월 3일자 원본의 72.7억달러와 거의 일치한다. 이 두 자료는 대미수출과 대미수입, 대세계 무역수지 규모 등에서도 거의 유사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같은 자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3월 3일자 자료의 조작 전 원본의 실체가 정부의 보고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지난달 28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재밌는 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두 번째 보고서에는 무역수지가 따로 안나와 있다는 거예요. CGE모델을 돌리면 당연히 나오게 되어 있는 건데 말이죠. 그걸 왜 뺐을까요. 짐작이 가는 점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아직 없습니다. 곧 밝혀지겠죠."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늘 권 의원은 정 전 비서관이 말한 ‘물증’을 제시한 셈이다.

    권영길 의원은 "KIEP의 한미 FTA 관련 최신 연구물이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와 관련해 부정적 수치를 제시함에 따라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해 KIEP가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이런 조작이 정부 고위층의 압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또 "중대한 정책결정을 위해 사용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실은, 국회의원에 대한 정부의 허위보고이자, 정부의 한미FTA 추진 논리에 대한 진실성에도 심각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에 따라 "자료의 조작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련 기관 책임자의 엄중한 문책은 물론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조작된 결과를 활용해 국민을 기망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끝으로 "한미FTA에 대한 효과분석을 국회가 참여한 민관합동으로 추진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며 "국민적 합의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졸속 추진돼온 한미FTA 협상은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권 의원이 자료 조작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여러 숫자들은 연구작업 과정에서 나왔던 것들로 전제조건에 따라 달리 나올 수 있어 조작이 아니다"면서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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