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와해 문건 무더기 발견
    삼성 봐주기, 검찰 이번엔 제대로 할까
    심상정 “삼성공화국 유지하기 위한 반국가적 발상”
        2018년 04월 04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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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삼성전자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과 관련해 삼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의 외장 하드에서 노조와해 공작이 담긴 6000여건에 달하는 문건을 발견하고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나섰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엔 삼성이 노조설립 차단부터, 설립 후 노조와해 전략 등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문건과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대로 진행된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에 따라 해고된 삼성노조 조합원은 6년간 해고생활 끝에 부당 해고에 따른 복직 판결을 받았다. 당시 삼성은 “삼성의 문건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사실상 법원은 이 문건이 삼성이 노조 와해를 위해 만든 문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조 부지회장은 6년 간 해고 생활을 회상하며 “삼성이 노조원과 노조에 대해 무더기로 고소, 고발을 진행하면서 일상이 경찰·검찰조사, 재판, 변호사 면담으로 이어졌고 별도의 생계활동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며 “가족들을 부양을 해야 되는 가장의 입장으로서 해고 생활이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문제와 심적인 고통도 가중됐다”고 말했다.

    조장희 부지회장은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2011년 해고됐다가 대법원 판결로 지난해 복직했다.

    조 부지회장은 “단순히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나 분노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의 진단을 보니 심각한 상황까지 갔었다”며 “저도 모르게 집 베란다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며칠 동안 그 기억이 계속 괴롭게 하고 이런 것들이 반복됐다.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경우들도 반복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에 대해 “제가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매입, 매출 자료들 중에 ‘이건 돈이 좀 잘못 쓰였다’고 문제 제기를 하려고 했던 자료들을 제 개인 이메일로 보냈었는데 삼성그룹 홍보팀에서는 ‘(조 부지회장이) 경영 이메일을 26만 건이나 유출했다’며 특허가 있는 기술을 (유출한 것처럼) 산업스파이처럼 포장해서 언론에 알렸다”고 말했다. 조 부지회장은 당시 삼성이 제기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사람이 죽음까지 생각하게 한 삼성의 노조와해 문건…
    2013년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엔 어떤 내용이?

    검찰이 삼성의 노조와해 문건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3년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100여 쪽 분량의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발견된 문건과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해당 문건을 살펴보면 삼성은 노조 와해를 위해 존재하는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으로까지 보인다. 그만큼 치밀하고 철저하게 노조 설립을 사전에 차단하고, 설립 후엔 무력화하고, 조합원 개인의 삶까지 쥐락펴락하며 노조 없애기에 나섰다.

    우선 삼성은 사전에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복지 강화와 같은 사전 불만 차단을 위한 작업을 비롯해 ‘비노조 경영의 우월성’을 주입하는 임직원 정신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건전인력, 문제인력 등을 지정해 건전인력이 노조설립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큰 문제인력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건전인력에게 분명한 보상을 줘야 한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정부의 친노동정책 등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환경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임직원들이 전혀 흔들림 없이 비노조 경영철학을 견지할 수 있도록 정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사내 건전인력 확보,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전인력은 ‘방호인력’, ‘여론주도 인력’, ‘노조활동 대응 인력’으로 세분화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도 명시돼있다.

    삼성은 처음 삼성노조가 설립됐을 때 조 부지회장을 비롯해 조합원 4명을 문제인력을 규정하고 조 부지회장을 ‘주동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노사위원 3선을 시도했다가 낙선한 것으로 앙심을 품고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조합원의 경우 “노조활동을 통해 신분 상승을 도모”한다고도 명시했다. 노조에 대한 삼성의 천박한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 부지회장은 삼성의 무리한 고소, 고발로 일상생활이 불가한 지경에 이르면서 경제적 압박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단적 생각을 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은 노조와해 전략 중 하나로 “불법 행위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통해 무력화”한다면서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한다고 돼있다. 노조 와해를 넘어, 조합원 개인의 삶을 ‘파탄’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신화’를 유지하고자 한 것으로 밖엔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노조가 설립된 후엔 ‘알박기 노조’, ‘어용노조’ 등을 통해 민주노조와의 교섭을 차단하는 등 무력화시도에 나서는 전략을 짰다. 삼성은 “부당노동행위로 제소될 가능성 100%”라며 “친사노조 설립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법적 행위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은 노조 와해를 위해 ‘문제인력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평상시 근태 불량, 지시불이행 등 문제행위를 정밀하게 채증하여 유사시 징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인력에 대한 ‘채증’의 필요성은 문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밖에 “노조와해를 위해 현장, 인사, 법무, 홍보 등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각 사업장별 노조와해를 위한 비상상황실까지 유지했다.

    삼성은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를 회피하기 위해 노조 설립 전 ‘주동자’를 징계 해고하도록 조치했는데, 이와 동시에 언론을 이용해 “삼성노조는 주동자 징계 회피를 위한 방탄노조”라고 여론을 조성했다. 개인의 불법적 행위를 방어하기 위해 노조를 악용하고 있다는 선전을 한 셈이다.

    실제로 당시 일부 언론에선 삼성의 노조 때리기 전략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7월 8일자 <국민일보>는 “‘삼성에버랜드 노조 알박기?’ 복수노조 직전 설립”, <문화일보> 역시 2011년 7월 14일 “‘삼성 복수노조 1호’…직원 신상정보유출 부위원장, 징계위에 회부-사측 ‘방탄노조…그룹선 사소한 부정도 일벌백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은 언론 뿐 아니라 모든 유관기관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문건을 보면 ‘노조의 소송 방어 및 맞고소’ 전략을 위해 “한국노총 협조, 노동부, 검경 등 유관기관 협조”라고 적시돼있다. 정부는 물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손을 대며 노조파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검찰, 이번엔 노조 파괴 뿌리 뽑아낼까

    앞서 2013년 심상정 의원이 이러한 내용의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한 직후 삼성은 “내부 검토용”이라고 했다가, “삼성에서 만든 문서가 아니다”라고 노조 파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6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이 사건은 검찰에 미제로 남아 있었다.

    금속노조와 민변 등은 같은 해 10월 S(에스)그룹 문건 작성, 노조 파괴 작업 등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최지성 사장(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삼성에버랜드 임직원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건희 회장, 최지성 사장 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삼성에버랜드 부사장 등 4명은 각각 벌금 500만~1천만원 약식기소로 마무리했다.

    이 와중에 삼성은 벌금형을 받은 에버랜드 부사장 등 4명, 그러니까 노조와해에 적극 나섰던 인사들에 대해 ‘승진’이라는 보상을 했다. 관리자들이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 일부분

     

    심상정, 삼성 노조와해 문건은 ‘완전범죄 계획서’
    “별도의 삼성공화국 유지하기 위한 반국가적 발상”

    앞서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삼성 앞에 무릎 꿇었던 검찰이 이번만큼은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노동계 안팎으로 쏟아지고 있다.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 문건을 2013년 세상에 처음 공개한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조장희 부지회장이 복직판결을 받았을 때 법원에서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한 삼성 노사 전략 문건에 대해 ‘삼성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사법적 판결은 끝났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삼성의 노조와해 문건에 대해 “완전범죄 계획서”라고 규정하며 “이런 것까지 만들어서 내부 문건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 장학생으로 단단하게 엮여있는 삼성 공화국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고, 이렇게 불법을 공모하는 단체야말로 진짜 위험한 반국가단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 의원은 2013년 문건 폭로 당시를 회상하며 “이 문건을 발표했을 때 처음으로 보도한 JTBC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상파, 또는 공중파 방송들이 이틀 지나서 단신으로 보도했다. 광고로 목을 조르니까 삼성 기사는 언론사에서 필터링 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이른바 삼성공화국이라고 이름이 붙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 모든 분야에, 정관계뿐만이 아니라 법조계, 언론계 이런 부분 들이 결국은 돈으로 부식돼 왔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삼성이 이토록 노조와해에 집요했던 이유에 대해 ‘세습’을 위한 ‘정경유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노조가 내부 견제세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불법 세습을 위한 노조와해가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심 의원은 “삼성이 이렇게 노조를 80년 동안 그렇게 억제해 온 배경을 보면, 이병철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안 된다’고 선언에 따른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세금 안 내고 2, 3세한테 경영을 세습하려면 밖으로는 정경유착을 밀도 있게 해서 지원을 받아야 되고, 내부 견제세력인 노조를 없애야 했다. 그게 핵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노조탄압이 아니라 삼성 공화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탈법과 불법의 세습을 가능하게하기 위해서 내부의 가장 위협적인 견제 세력을 아예 초토화시킨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되는 이유는 처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 그동안 해 온 무노조경영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삼성 또한 “이건희 회장의 대를 잇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80년 헌법 부정 경영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공개사과하고 무노조경영전략 폐지를 선언을 하고 노조를 존중하고 민주적인 노사관계로 나가겠다는 대국민선언을 해야 한다”며 “삼성이 민주적인 노사관계 경영을 하겠다는 선언을 할 때만이 그 이후에 각 분야에 있는 삼성 네트워크들을, 불공정과 부정의의 네트워크들을 해체해 나가는 후속 작업들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 노조와해를 재수사하는) 검찰은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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