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 vs 맹형규 '현수막 전쟁' 내막
        2006년 04월 11일 05:4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동당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에는 ‘엉뚱하게도’  맹형규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홍보하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의원직을 내던지고 서울시장에 도전한 맹 전의원이 지난 2월 같은 건물에 입주하면서 현수막이 걸렸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물 외벽 현수막은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경우 사전 선거운동차원에서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건물에 걸 수 있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3월 29일 한양빌딩 5층에 선거 캠프를 차렸다. 김 후보측은 입주 후 홍보 현수막을 제작해 지난 5일 맹 전의원 현수막 옆에 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혔다. 건물 관리소 측에서 난색을 표한 것.

    민주노동당사로 들어온 한나라당 후보?

    관리소측은 맹 전 의원 측에서 먼저 걸었으니 ‘정치 도의상’ 민주노동당의 현수막을 걸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예비후보의 외벽 현수막은 허용된 선거운동일 뿐 보장된 권리는 아니다. 건물주가 끝까지 거부한다면 후보자로서는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김 후보 측은 "먼저 들어온 것은 맹 전 의원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며 형평성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으나 건물주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3년 6월 한양빌딩 4층에 입주했고 지금은 4층과 5층 그리고 7층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맹 전의원의 선거 캠프는 6층에 있다.

       
    ▲ 민주노동당이 입주해 있는 한양빌딩 외벽 모습. 오른쪽 빈 공간이 김종철 후보 측에서 현수막을 걸기로 예정했던 자리다. 맹형규 전 의원 현수막의 ‘예비’라는 글자가 눈에 안띄게 처리 된 것이 재밌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관계자에 따르면 관리소측은 김종철 후보 현수막을 걸려면, 먼저 맹 전 의원의 양해를 얻어올 것을 요구했고, 맹 후보 쪽은 관리 사무소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공을 서로 떠넘겼다. 결국 몇 차례 실랑이가 오고간 끝에 관리소장은 맹형규 전 의원 측에서 원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건물측, "맹 후보가 원하지 않는다"

    11일 오후 4시경 민주노동당 관계자와 만난 맹 전 의원측 홍보담당자는 “현수막 게시는 반대하지 않지만 맹 전 의원과 같은 벽면에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물주는 맹 후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당은 12일 예고한 위치에 현수막을 걸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관리사무소측의 협조가 없을 경우 강제로 게시할 방법은 없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맹 후보 두고봅시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난 민주노동당은 황당해하는 모습.

    김 후보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최백순 부장은 맹 후보가 홈페이지 출사표에서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과 달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비상식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맹 후보측 홍보 담당자는 김 후보의 현수막이 같은 벽면에 걸릴 경우 “시민들이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맹형규 전 의원이 진보정당 후보와 나란히 있기를 두려워하는 것인지, 김종철 후보가 자신과 같이 있을 만큼의 ‘급’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보수정당 후보의 ‘의식수준’ 만큼은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