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공작 담긴
6000여 건의 문건 적발돼
삼성 4개 노조, 이재용 면담 요구
    2018년 04월 03일 04: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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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수천 건의 문건이 나왔다. 이 중엔 2013년 공개된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 내용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노조 와해를 위해 작성한 문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다스’의 소송비를 삼성전자가 대납한 단서를 포착하고 삼성전자 수원 영통 본사와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등을 세 차례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이 보관하던 외장 하드에서 노조 와해 공작 등이 담긴 6000여건에 달하는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조 와해 내용 등이 담긴 외장 하드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분석 작업은 자료의 양이 워낙 많아 이번 주까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분석을 마치는 대로 실제 삼성그룹에서 노조 와해 행위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검찰이 확보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관련 문건에는 삼성이 노조설립을 와해하기 위해 세운 ‘노사전략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무노조 경영 전략’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노조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만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설명하도록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노조 설립은 초기에 와해해야 한다”는 대응전략을 짜도록 했다. 이는 2013년 10월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151쪽 분량의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내용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문건엔 조기 노조 와해를 위한 지시 사항을 비롯해 노조 설립 시도에는 ‘알박기 노조’로 대응하고, 노조 설립을 시도하는 직원들은 문제 인물로 분류해 사찰을 지시했다.

앞서 삼성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S(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한 직후 “내부 검토용”이라고 했다가, “삼성에서 만든 문서가 아니다”라고 노조 파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6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이 사건은 검찰에 미제로 남아 있었다.

금속노조와 민변 등은 같은 해 10월 S(에스)그룹 문건 작성, 노조 파괴 작업 등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최지성 사장(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삼성에버랜드 임직원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건희 회장, 최지성 사장 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삼성에버랜드 부사장 등 4명은 각각 벌금 500만~1천만원 약식기소로 마무리했다. 특히 삼성은 벌금형을 받은 에버랜드 부사장 등 4명에 대해 징계 대신 승진을 시키며 관리자들이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지난 2013년 검찰이 삼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실을 환기하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 노조파괴 문건 재수사를 시작으로 삼성 내 무노조 경영 원칙이 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한 점 의혹 없이 검찰이 스스로 적폐를 도려내는 심정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은 불법 경영세습, 배임과 횡령, 삼성 장학생 관리, 노조설립 시 미행과 납치, 감금까지 서슴지 않는 무노조 전략을 실행에 옮긴 노조파괴 불법왕국이었다”면서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것 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철퇴를 내리고 삼성의 모든 계열사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4개 노조 기자회견(사진=금속노조)

삼성그룹사 4개 노동조합은 삼성의 노조파괴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면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삼성에스원노조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업종과 산별의 경계를 넘어 공동의 행동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며 “삼성그룹 4개 노동조합은 각자의 요구를 들고 이재용 부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삼성 노동자들은 각기 사업장에 노조를 설립했으나 삼성은 교섭 해태, 노조간부 사찰, 승진 탈락 등 노조 무시, 탄압 정책을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는 이 지독한 무노조 집착을 시작한 창업주의 상속자가 수습해야 할 때”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시대착오적인 강박증으로부터 삼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이 부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삼성, 세계 일류기업 아니라 노조 파괴의 일류기업”

정치권 일부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고 나섰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에도 삼성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삼성의 노조 파괴 행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삼성은 조직적·체계적으로 근로자를 탄압한 것이고 이는 반인권적 범죄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 대변인은 검찰에 대해서도 “‘대기업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게 조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삼성은 세계 일류기업이 아니라 노조 파괴 일류기업”이라며 “검찰은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관련자를 엄벌하고 노조 파괴 공작 및 부당 노동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5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을 이제야 제대로 밝힐 기회가 왔다”면서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노조파괴 행위가 방치되지 못했을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검찰은 당시 무뎠던 칼날을 제대로 갈고 닦아야 한다”며 “이번에야말로 구시대적인 노조 파괴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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