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부실 책임, 사회 떠넘겨”
    금속노조 “산업은행, 노동자 협박은 일류, 외국자본에겐 순종적”
        2018년 04월 02일 06: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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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산업,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일말의 진정성을 담고 있다면 정부당국은 노동자의 대표를 만나야 한다”며 노정교섭을 촉구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김영훈 노동본부장과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킨 주범인 자본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정부당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기자회견 모습(사진=금속노조)

    금속노조는 “문제의 본질은 노동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진행되는 구조조정 과정”이라며 “정권의 묵인 아래 자본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은 경영의 책임을 눈감아 주고 부실의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구조조정 과정의 최대의 피해자는 노동자이며, 아무런 사회안전망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 해고는 가장 잔혹한 사회적 살인”이라며 “일자리가 불안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는 총고용보장 등 일자리의 문제, 지역경제 공동화의 문제, 국부유출을 불러오는 외국자본투자기업에 대한 규제 문제, 변화하는 조건에 따른 산업대안의 문제를 놓고 노정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엔 한국지엠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와 성동조선 노동자도 참석했다.

    특히 금속노조는 최근 자동차·조선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 산업현안에 대한 정부당국의 무능과 무기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 제재해야 할 땐 침묵하면서도 불필요한 역할에 대해선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조폭을 연상시킨다”며 “있지도 않은 사전합의라는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데드라인을 설정해 노동자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감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일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과 관련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한 결과 60.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이 산업은행의 압박에 못 이겨 찬성표를 던질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행동대장 맡고 있는 산업은행장이 사업장 교섭까지 내려가서 교섭이라는 미명 하에 협박을 했다. 전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 삶, 가족의 삶을 걱정했던 수많은 금호타이어 조합원들은 울분을 참고 찬성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산은은 2대 주주로 있는 한국지엠에선 어떠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도 하지 않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금속노조는 “이사회에서 그 어떤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지도 못한 채 지금도 지엠의 노림수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고만 있다”면서 “우리 기업을 외국에 팔아먹고 노동자를 협박하는 데는 일류고, 외국자본 앞에서는 나약하고 순종적으로 변한다. 이 정도면 ‘한국산업은행’이 아니라 전신인 ‘조선식산은행’이라고 부를만하다”고 질타했다.

    이정미 대표 역시 조선산업이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박근혜 정부의 대처 방식을 언급하며 “불황기를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당장 돈 안 되는 일’이라는 식의 엄청난 구조조정을 했다”면서, 현 정부가 이번 지엠 사태를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30만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지엠 사태를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당장 GM 울타리 안에 있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지엠 사태는 창원, 군산, 그리고 인천 등 모든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오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며 “취할 이득은 다 취한 글로벌GM이 정부에 더 많은 요구를 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동원한 협박 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중형조선소인 성동조선과 STX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무능을 넘어 자신들의 약속마저 저버리는 부도덕함을 보이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약 파기와 이중적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성동조선은 이미 수주를 받고 배를 만들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상의 폐업 결정을 내려버렸다. STX조선은 노동자는 모두 내보내고 배는 만들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경태 성동조선 수석부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역과 사업장에 와서 ‘반드시 회생시키겠다. 조금만 버텨 달라’고 약속했고, 한 때는 인천공항에 가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해서 많은 인기도 누렸다”면서 “그런데 뒤에선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을 아예 대놓고 비정규화 하겠다며 아웃소싱 신청까지 받고 있다. 이건 아예 비정규직화 공장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9일 창원에 가서 “중소형 조선사 생존을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고, 1월 3일에는 거제에서 “올해 상반기 마련할 예정인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통해 조선업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수석부지회장은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뒤에서 보이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고용정책 철학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금속노조는 거듭 “사회적 대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정부당국이 노동자의 대표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즉각 노동자들이 요청하는 대화 의 자리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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